[야구는 구라다] 김광현과 인터뷰의 타이밍

조회수 2019. 11. 15.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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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예선 라운드 때다. 한국이 캐나다를 만났다. 까다로운 상대다. 고척돔에 긴장감이 팽팽했다.

결과 역시 만만치않다. 겨우 3-1 승부였다. 캐나다 감독(어니 휘트)은 상대 선발 투수부터 떠올렸다. 칭찬이었다. “대단한 투구였다. 빠른 공도, 변화구도 모두 좋았다. 매우 강한 투구를 하면서도, 완급 조절이 뛰어났다. 우리가 스스로 무너진 건 아니었다. 그만큼 공략이 힘들었다.”

또 다른 눈들도 그랬다. 휘둥그레졌다. 본부석 한 켠의 무리들이다. 이들의 직장은 제 각각이다. 14개가 넘는 곳에서 왔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군단이다. 그들도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특히나 느린 커브 때 메모가 바빠진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빛을 발한 탓이다. ‘어랏? 저런 것도 던지나?’ 그런 표정이었다.

경기 후 공식 인터뷰 자리다. 분위기가 좋다. 승리 투수는 활기가 넘친다. “전력분석팀이 좋은 자료를 줬다. (상대가) 직구 타이밍에 잘 나오고, 변화구에 약점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변화구를 섞어 던졌다. 좋은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다.” 파트너 칭찬도 잊지 않았다. “(양)의지형은 우리나라 최고 포수다. 100% 신뢰하고 던졌다. 오늘도 내가 알기로는 70개 후반(투구수 77개) 갯수였는데 고개를 흔든 건 2번 밖에 없었다. 그만큼 신뢰하고 믿는다.”

몇 가지 문답이 추가됐다. 그렇게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그런데 주인공은 아쉬운듯했다. 또 다른 뭔가가 있는 것 같다.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아직 안 나온건가? 몇몇 매체가 이유를 보도했다. 기다린 질문이 있었다는 얘기다. 그건 ‘계획’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는 물음이었다. 이번 대회가 끝난 뒤, 그러니까 거취에 대한 얘기다.

만약 누군가 물었다면…. 인터뷰이(interviewee)는 작정한, 어떤, 얘기를 했을 지 모른다.

하지만 아무도 묻지 않았다. 관심은 당일 경기뿐이었다.

절절함이 가득했던 인터뷰

다음 날이다. 대표팀은 또 이겼다. 3연승이다. 만족스러운 밤이었다. 이튿날. 도쿄행 비행기를 탔다. 일반석이면 어떤가. 2시간도 잠깐이었다. 선수들은 화기애애, 사기가 충천이다. 활기, 생기도 넘쳐난다. 물론 그게 전부일 리 없다. 얼핏얼핏. 웃음 사이에 비장함도 비쳤다. 이제 진짜다. 수퍼 라운드의 시작이었다.

그 무렵이다. 한 포털 사이트에 기사 하나가 떴다. 장문의 인터뷰였다. 내용은…. 알려진대로다. 도전에 대한 것이었다. 목표는 메이저리그다. ‘오랜 꿈을 펼치고 싶다.’ 그런 바람이 가득했다. 그간의 과정과, 사정이 녹아있었다.

가슴에 닿는 말들이었다. 때라는 게 있다. 그에게는 올 해가 마지막이다. 나이도, 시기도, 더 늦추기 어렵다. 오랜 기다림과 마음 고생은 넉넉히 짐작된다. 시즌 막판, 팀이 급락했다. 그로인해 뜻밖의 변수들이 생겼다.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다. 그 얘기가 절절했다. 팬들에 대한 애틋함과 감사가 깊었다. ‘솔직한 고백’, ‘정중한 부탁’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그러나 딱 한가지가 걸린다. 인터뷰 시점이다. 쿠바전 승리 후, 늦은 밤 시간에 이뤄졌다. 그러니까 일본으로 떠나기 전날이었다. 캐나다전(7일) 승리투수가 된 다음날인 셈이다. 중요한 본선을 앞둔 때였다.

‘여론전’으로 규정되기도 한 인터뷰

이전까지는 안 그랬다. 거취에 대한 질문에는 늘 신중했다. 자신보다 주변을 살폈다. 혹시라도 팀에, 동료에, 누가 될까를 걱정했다. “지금은 중요한 시기니까, 나중에.” 시즌 막판에는 순위 경쟁이 치열했다. 포스트시즌 때도 마찬가지다. 당장의 큰 게임이 우선이었다.

이번 대표팀 기간에도 한결같았다. 메이저리그에 대한 미디어의 질문에는 손을 저었다. “프리미어12가 끝난 뒤 얘기하겠다. 구단과도 그렇게 상의했다.” 할 말이 많았겠지만, 한사코 뒤로 미뤘다. 그런 뜻이 갸륵했다. 팀을 생각하는 마음, 태극 마크의 경건함을 느끼게했다.

그런데 달라졌다. 돌연 자기 얘기를 했다. 그것도 중요한 본선을 앞둔 시점이었다.

납득되는 면은 있다. 주변의 풍문이다. 뜻과 어긋나는 얘기들이다. 부풀려지고, 왜곡되는 사실들이다. 그런 것들이 마음을 어지럽혔을 것이다.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캐나다전 때도 힘들었다고했다. 복잡한 마음을 간신히 다잡았다고했다. 중심을 잃지않으려 정신력을 발휘했다고했다. 그런 것들을 털어버리려는 인터뷰일 수도 있다. 아니면 무슨 급박한 사정이나, 어떤 절박함이 작용했는 지 모르겠다.

분명 그의 진로에는 핸디캡이 있다. 불확실성이다. 본인의 의지가 확실한지. 소속 구단이 놓아줄 것인지. 그런 부분이 명확치않았다. 따라서 혼란의 요인이 된다. 구매자들도 망설이게 된다. 이건 거래와 흥정에 마이너스 요인이 분명하다. 시간적 여유도 많지 않다. 때문에 어느 매체는 그의 인터뷰에 대해 ‘여론전’이라고도 정의했다.

대표팀 모두는 각자의 얘기를 가졌다

인터뷰 내용 중 일부는 동의하기 어렵다. 굳이 구단주가 언급됐다. 일방적인 희생이 전제됐다는 느낌도 있다. 그런 점들이 잠시 갸웃거리게 한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기본적으로 그의 꿈을 지지한다. 더 큰 무대에 대한 도전은 응원받아야한다. 소속팀과 협의가 잘 됐으면 좋겠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떤 이의도 없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 적절성과 타이밍이다. 왜 하필 그 시점이냐는 점이다. 스스로 ‘프리미어12가 모두 끝난 뒤에 하자’던 얘기 아닌가. 그건 본인도 인식했다는 반증이다. 괜한 화제와 논란이 대표팀 분위기에 영향을 줄 지 모른다는 걱정말이다.

공교롭게도 다음 임무를 실패했다. 대만전 등판이 좋지 않았다. 0-7 패배는 ‘참사’로까지 표현됐다. 분명 혼자만의 잘못은 아니다. 그래도 막중한 책임은 피하기 어렵다.

물론 그렇다. 인터뷰와 경기 결과. 둘 사이의 인과관계는 단정할 수 없다. 입증이 불가능하다. 그냥 ‘공교로움’일 뿐이다. 복잡한 심경을 털어놨고, 공교롭게도 그 다음이 나빴을 뿐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무겁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는 리그의 간판 선수다. 대표팀의 핵심 전력이다. 사려깊고, 신중해야 할 주축 멤버다.

대표팀 모두는 각자의 얘기를 가졌다. 커다란 도전만이 꿈은 아니다. 누구나 부담이 많은 대회다. 쌓였던 피로도 묵직하다. 미뤘던 치료도 절실하다. 누군가와 시간이 애틋한 개인사도 있을 것이다. 모두들 그런 걸 태극 마크 뒤로 감춘다.

대표팀의 합숙은 10월 11일 시작됐다. 1차 멤버는 벌써 30일을 넘겼다. 개별 활동을 줄이고, 모든 일정은 팀에 따른다. 숙식과 훈련만이 아니다. 생활 전반이 제한된다. 대외적인 소통도 포함됨은 물론이다.

사실 그럴 필요까지 있나 싶다. 리그 정상급 선수들이다. 각자 알아서 준비해도 충분할 지 모른다. 그럼에도 굳이 빠듯한 원칙과 틀을 정했다. 장기간 합숙이라는 제한을 마련했다. 그건 어떤 ‘사사로움’이나 ‘공교로움’도 없어야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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