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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예의 MLB현장] 류현진, 존경받는 선수가 된다는 건

조회수 2019. 8. 13.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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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다는 말도 이제는 식상합니다. 류현진은 평균자책점을 종전 1.53에서 1.45로 낮추며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했습니다. ‘ERA 1.45’ 어떤 말로 설명이 가능할까. 전설들을 꾸준히 소환하고 있습니다.

경기 후, 취재진이 인터뷰실에 모였습니다. 얼추 25명 내외의 기자들. 류현진이 기록한 평균자책점 1.45는 미친 기록이라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한국 기자보다 미국 기자들이 더 놀란 눈치입니다. 그럴 만도 합니다. 어깨, 팔꿈치 수술을 하고 사라질 것 같았던 동양인 선수가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전설들과 나란히 하는 기록을 세우고 있으니 말이죠.

12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3차전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7이닝 5피안타 1볼넷 1사구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ERA를 1.45로 낮췄다. 이날 투구 수는 91개.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야구 팬들이, 네티즌들이 아쉬움에 내뱉었던 ‘만약’이라는 단서가 붙은 질문이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나왔습니다. ‘만약에 4이닝 동안 7실점을 기록했던 쿠어스필드 경기가 없었더라면..’

류현진도 “올 시즌 하나를 지워야 한다면 쿠어스필드에서의 경기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추가 설명했습니다. 쿠어스필드에서 무너진 한 경기 덕분에 각성하고, 다시 집중하는 계기가 됐다며 긍정적인 생각을 내비친 것입니다.

쿠어스필드, 투수라면 누구라도 피하고 싶은 곳이지만, 그곳에서 두 번을 등판하고도 ERA는 1.45를 기록했기에 더 가치 있는 ERA가 됐습니다.

류현진의 투구를 설명할 때, 보더라인을 구석구석 찌르는 완벽한 제구, 완급조절, 그리고 위기관리 능력을 높게 평가합니다.

12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와의 경기에서도 위기는 있었습니다. 무실점 호투를 펼치던 류현진이 6회 마운드에 올라 선두 타자 마르테에게 안타를 허용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타자 에스코바에게도 안타를 허용하면서 무사 1, 2루가 됐습니다.

아웃 카운트 없이 두 타자를 출루 시킨 류현진은 입을 살짝 삐죽일 뿐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습니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더 집중하게 된다”라고 말했던 류현진은 다음 타자를 어떻게 잡을지를 고민하고 다시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이때 취재하던 기자들 사이에서 오간 이야기는 무사 1, 2루에서 류현진이 실점을 하느냐 안 하느냐가 아니었습니다. “투구 수 많아지면 8회는 힘들겠는데?”였습니다. 주자가 1, 2루를 채우고 있지만, 실점하지 않을 거란 믿음이 있었던 거죠.

무사 1, 2루에서 타석에 오른 워커의 타구는 우측 담장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햇볕이 내리쬐는 오후라 어떻게 될지 모를 상황이었습니다.

1루가 아닌 우측 외야를 책임진 피더슨은 완벽하게 공을 잡아냈습니다. 무실점 행진을 이어갈 수 있게 해준 결정적인 장면이었습니다.

그래서 류현진도 손을 흔들며 피더슨에게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

그리고 타석에 오른 플로레스를 3루수 땅볼로 유도했고,

류현진은 손에서 공이 떨어져 나가자, 아무렇지 않게 마운드를 내려왔습니다.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살짝 뒤돌아보니, 역시나 더블플레이가 성공했습니다.

내야수들의 실책은 없었습니다. 타이밍상 완벽한 병살타 아웃이었고,

무사 1, 2루 위기(?)가 종료되니 팬들은 일제히 환호했습니다. 그리고 류현진은 덤덤하게 마운드를 내려왔습니다.



덤덤하게 마운드를 내려오던 류현진은 더그아웃에 들어와서야 환하게 웃음을 보입니다.



본인의 호투에 동료들의 득점 지원과 호수비까지 합세하니 두려울게 없었습니다. 신이 절로 났습니다.



표정이 아주 밝았고, 낮추기 힘들 것 같았던 ERA까지 1.45로 낮췄습니다.



7회초 2사에서 켈리의 타구에 놀라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지만,



류현진의 복귀전은 완벽했습니다. 안타까지 기록했으니 말이죠.

언제나 든든한 류현진. 로버츠 감독은 7회초 이닝을 종료하고 마운드를 내려온 류현진을 맞이하면서 가슴을 툭툭 칩니다. 그리고 교체를 알렸습니다. 한 텀을 쉬고 복귀했음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류현진은 사이영상 후보 1위를 사수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아트 피칭을 했습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교체가 되자, 류현진은 아내를 보며 손을 흔들었습니다. 교체를 알린 것이죠. 그런데 허니컷 투수 코치가 다시 와서 물어봅니다. 아내가 어디 있는지를. 류현진이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허니컷 투수 코치도 손을 흔듭니다.

선발 투수의 가족들은 이렇게 늘 경기장을 찾아 응원하지만, 선수가 교체를 이렇게 알리는 건 류현진이 유일합니다. 피칭도 류현진만의 스타일이 있고, 교체를 알리는 것도 류현진만의 스타일이 있습니다.



신인 포수 윌 스미스와 호흡이 아주 좋습니다. 경기 중간중간 스미스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통역 이종민 씨가 뒤늦게 다가가지만, 이미 둘은 어느 정도 대화를 마친 상황. 야구 관련 이야기는 이렇게 직접 소통을 합니다.



류현진 교체 소식을 들은 저스틴 터너는 가장 먼저 다가가 포옹을 했습니다. 8회에도 마운드에 오를 거라 생각했는지, 류현진에게 “혹시 교체된 거냐”라고 먼저 물어봅니다. 류현진이 그렇다고 말하니 잘했다며 포옹을 합니다. 터너는 지난해부터 류현진의 피칭을 극찬했습니다. 아프지만 않으면 사이영상 후보라면서 말이죠. 그런데 정말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이날 터너는 1회 선제 투런포를 포함해 4타수 2안타 2홈런 3타점으로 맹활약했습니다. 류현진과 함께 승리를 이끈 수훈 선수입니다.



그리고 등판 계획이 없었던 켄리 잰슨은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봤고, 교체된 류현진에게 다가가 축하의 말을 건넸습니다. 류현진은 이미 동료들에게 인정받고, 존경받는 선수가 됐습니다. 



커쇼는 류현진을 가장 좋아하는 선수 중에 한 명입니다. 류현진에게 많은 걸 배우려 합니다. 마운드 위에서 마인드 컨트롤하는 방법과 구종(그립)까지. 류현진도 커쇼의 성실함과 완벽한 루틴은 자극제가 되고 있습니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동료입니다.



지난 올스타게임에서 커쇼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함께 한 선수 중에 앞서 나가는 몇 안 되는 선수다. 시즌 끝났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커쇼는 사이영상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습니다. 커쇼의 말처럼 류현진은 지금,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모를 엄청난 피칭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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