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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예의 MLB현장] "비참하고 끔찍하다" 또 고개 숙인 커쇼

조회수 2019. 10. 11. 06: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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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사진 아닌가요?”

커쇼는 또 고개를 숙여야 했습니다. 가을 야구에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클레이튼 커쇼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낯설지 않은 모습입니다. 이 사진을 본 한 팬은 “작년 사진 아니냐”라고 반응했습니다. 매년 반복되는 상황을 비꼬아 이야기 한 것입니다.

지난해 기사를 찾아보니 정말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더그아웃 벤치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아쉬워하는 커쇼의 모습입니다. 커쇼는 작년에도 올해도 같은 상황을 연출했습니다.

7회에 이어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던 클레이튼 커쇼는 백투백 홈런을 맞고 더그아웃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고, 야후 스포츠는 이 사진과 함께 이런 설명을 넣었습니다. “아마도 역사상 가장 슬픈 사진이 될 것이다”라고. 하지만 어느 팬이 지적한 것처럼 매년 반복되는 상황입니다. 가장 슬픈 사진이 될 거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매년 같은 사진이 찍히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다저스는 7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2017~2018 시즌은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했지만 트로피는 들어 올리지 못했습니다. 다저스가 매번 기약했던 내년. 그 내년은 올해도 아니었습니다.

초반은 다저스가 화끈한 홈런포로 기선 제압했습니다. 홈 팬들과 다저스 선수들은 열광했고, 좋은 분위기가 이어질 거라 기대했습니다.

비록 작 피더슨의 홈런이 2루타로 정정됐지만, 바로 뒤를 이은 2번 타자 맥스 먼시가 투런포를 날리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다저스 쪽으로 기우는 듯했습니다.

다저스는 1회부터 장타로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를 압박했고, 워커 뷸러는 워싱턴 타선을 꽁꽁 묶었습니다.

1회에 작 피더슨과 맥스 먼시가 만든 투런포는 완벽했습니다. 2회말에는 키케 에르난데스까지 담장을 넘겨 3-0으로 점수 차를 벌렸습니다.

타자들의 득점 지원. 게다가 선발 투수 워커 뷸러의 호투까지.

뷸러는 6 2/3이닝 동안 4피안타 3볼넷 1실점 호투를 하고, 커쇼에게 공을 넘겼습니다. NLDS 1차전에서도 6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던 워커는 5차전에서도 선발 투수의 임무를 완벽하게 소화했습니다.

7회초 2사 1, 2루에서 커쇼에게 공을 넘긴 뷸러는 117개의 공을 던졌고, 홈 팬들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마운드를 내려왔습니다.

5차전에서 구원 등판하겠다고 예고했던 커쇼는 7회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랐고, 타석에 오른 애덤 이튼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완벽하게 이닝을 종료했습니다.

애덤 이튼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운 커쇼는 격하게 포효했고,

더그아웃에 들어오면서 다시 한번 구호를 외치며 포효했습니다. 커쇼가, 로버츠 감독이, 그리고 다저스 팬들이 원했던 그림입니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위기를 넘겨 주는 것. 여기까지가 커쇼의 임무이길 바랐는데, 로버츠는 또다시 8회에 커쇼를 등판 시킬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커쇼는 공 3개로 7회를 마무리 짓고 더그아웃에 들어와 동료들과 기쁨의 하이파이브를 했습니다. 이 기쁨도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악몽과도 같은 8회였습니다. 8회 첫 타석에 오른 앤서니 렌던은 커쇼의 패스트볼을 왼쪽 담장으로 넘겼고, 숨을 고를 틈도 없이 다음 타자 후안 소토는 커쇼가 던진 초구(슬라이더)를 가운데 담장으로 넘겨버렸습니다. 백투백 홈런을 허용한 커쇼는 또다시 좌절의 시간을 맞이했습니다. 분위기가 역전되기까지는 공 3개밖에 소비되지 않았습니다.

공 3개로 백투백 홈런을 허용했고, 커쇼는 또다시 고개를 숙이며, 절망했습니다.

“가장 힘든 시간이다. 비참하고 끔찍하다.”

경기가 종료되고 클럽 하우스에 모습을 드러낸 클레이튼 커쇼는 “포스트시즌에서 패했을 때, 클럽 하우스가 가장 힘든 분위기다”라며 말을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끔찍한 기분이다”라며 지금의 심정을 표현했습니다.

매우 힘없는 목소리에 낙담, 체념한 듯한 모습이었고, “사람들이 포스트시즌 나에 대해 하는 말이 모두 사실이다. 이해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라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NLDS 5차전 패배의 원인을 두고 로버츠 감독의 투수 교체 실패를 꼽고 있습니다. 왜 굳이 커쇼와 켈리를 그 상황에서 또 투입했어야 했느냐는 거죠. 감독의 책임이 크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하지만 다저스 팬들의 가장 큰 변화는 커쇼를 향한 비난과 불만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월드 시리즈까지 진출해서 아쉽게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한 상황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디비전시리즈 실패는 더 큰 상실감을 안겼습니다.

경기장을 떠나는 팬들은 로버츠 감독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부었고, 입고 있던 클레이튼 커쇼의 저지를 그라운드에 버리고, 자동차가 밟고 지나갈 수 있게 땅바닥에 커쇼의 저지를 펼쳐 놓은 팬도 생겼습니다. 커쇼는 다저스의 상징적인 인물인데, 무리한 기용으로 되려 비난받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리고 지난 몇 년 동안 클레이튼 커쇼는 늘 어두운 표정으로 시즌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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