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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훈기의 스페셜야구] 오늘은 대만에 완패, 투타 모두 밀려

민훈기 입력 2019.11.13. 01:08 수정 2019.11.1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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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기회 놓치고 김광현부터 마운드 계속 흔들리며 완패하며 혼전 속으로

3시간 넘게 아웃카운트 27개씩을 나눠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야구는 예측을 거부하는 스포츠라서 더 팬들의 가슴을 졸이게 만들며 관심을 집중시킵니다.

그런데 야구 경기에서 승리하는 데 아주 중요한 요건인데도 우리가 잘 의식하지 못하는 것 중에 하나는 바로 선취점의 역할입니다. 짜릿한 역전승의 기억은 우리의 뇌리에 오래 남는 반면, 쭉 앞서가며 승리하는 경기는 아무래도 감흥이 덜하긴 합니다.

그러나 야구에서 선취점을 뽑은 팀이 승리할 확률은 깜짝 놀랄 정도로 높습니다.

2019시즌 KBO리그에서 선취점을 뽑고 가장 승률이 높았던 팀이 두산 베어스였는데, 무려 83.1%를 기록했습니다. 키움이 82.5%, SK가 81.7%라는 믿기 어려운 승률을 올렸습니다. 심지어 선취점을 뽑고 가장 승률이 낮은 팀 삼성 라이온즈도 58.8%를 기록했습니다. 58.8%의 승률은 정규 시즌 리그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고, 두산-SK의 정규 시즌 승률 61.5%는 두 팀의 선취점 승률보다 20% 이상 떨어집니다.


평소보다 구속과 제구력이 떨어진 김광현이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12일 대만전은 투타에서 모두 완패한 경기였습니다. 


이번 프리미어12에서도 ‘선취점=승리’ 고확률은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12일까지 총 24경기가 열렸는데 선취점을 올린 팀이 승리한 것이 20번, 즉 83.3%라는 엄청난 승률을 보였습니다. 대한민국 대표팀도 첫 4경기에서 모두 선취점을 올리면서 전승 가도를 달렸습니다. 초반 위기는 마운드와 수비의 힘으로 막아냈고, 찬스가 오면 타선이 제 역할을 하면서 호주, 캐나다, 쿠바, 미국을 차례로 꺾었습니다. 12일 대만전이 열리기 전까지는 늘 선취점은 한국의 몫이었습니다.


이날 대한민국은 홈팀 배정을 받아 먼저 수비에 나섰습니다.

1회초 좌완 김광현은 불안했습니다. 지난주 캐나다 전에서 150km를 넘나들던 포심패스트볼은 140km 초중반에 머물렀고, 그나마 제구가 전반적으로 높게 형성됐습니다. 대만 선두 타자 후친룽은 김광현의 높은 속구를 때려 중전 안타를 뽑았고, 2사를 잡은 후에는 4번 린홍위가 낮은 속구를 때려 좌전 안타로 주자 1,2루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전날 양현종이 미국전 1회초 위기를 연속 삼진으로 벗어났듯, 김광현도 5번 첸진시우와 풀카운트 다툼 끝에 슬라이더 헛스윙 삼진을 뽑고 초반 위기를 벗어났습니다. 이닝이 거듭되면 구속도 제구도 나아지리라는 기대와 함께.


그리고 1회말 타선이 곧바로 기회를 잡습니다.


2패로 궁지에 몰린 대만이 이날 선발로 내세운 장이는 일본프로야구 오릭스에서 뛰는 우완 투수. 25세인 장이는 특이하게도 2016년 오릭스의 육성선수 타자로 입단했다가 1년 반전에 투수로 전향한 선수입니다.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와 포크볼, 슬라이더를 구사하는데, 투수 전향 1년도 채 안된 지난 5월 1군에 데뷔했을 정도로 고속 발전했습니다. 특히 지난 6일 베네수엘라와의 예선 경기에서 장이는 7이닝 4피안타 무실점 생애 최고의 호투로 대만의 슈퍼라운드 진출에 큰 공을 세웠습니다. 3-0으로 승리한 팽팽한 경기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투수 경력이 짧기에 경험이 부족하고, 초반부터 거세게 밀어붙인다면 조기 강판시킬 수 있다는 예상도 당연히 나왔습니다.


그리고 1회말 선두 타자 박민우가 8구의 승부 끝에 볼넷을 골랐고, 2번 김하성 역시 8구의 승부 끝에 강한 타구가 장이의 글러브에 맞고 흐르는 내야 안타로 무사 1,2루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예상대로 흘러갈 수 있겠다는 희망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 이정후가 2루 뜬공으로 물러나며 주춤했지만, 장이가 보크를 범하면서 오히려 더 커졌습니다. 1사 주자는 2,3루.

그런데 여기서 복기할 부분은 이정후의 힘없는 내야 뜬공이었습니다. 정확한 콘택트 능력이라면 이미 정평이 나 있는 이정후가 높은 속구에 공의 밑을 치고 말았습니다. 이날 장이의 포심 패스트볼 구속은 140km 중반을 넘나들었는데, 아마도 구속보다는 구위에서 타자들에게는 라이징 패스트볼 같은 떠오르는 느낌을 주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 다음 타자 박병호도 장이의 하이 패스트볼을 친 것이 공의 아랫부분에 맞아 얕은 중견수 플라이가 되면서 주자를 불러들이지 못했고, 김재환은 전날 미국전 초대형 홈런을 봤을 대만 배터리의 철저한 변화구 승부에 포크볼 헛스윙으로 물러났습니다. 장이의 하이 패스트볼은 타자들이 예상한 것보다 치솟듯 날아들었고, 경기 내내 많은 범타를 끌어냈습니다.

좋은 기회에서 선취점을 뽑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아주 좋은 기회가 무산된 아쉬움은 분명히 있었지만 야구란 그런 좌절을 극복하는 스포츠. 그런데 문제는 득점 실패 과정에서 젊고 능력 있는 상대 투수의 기가 살아났다는 점, 그리고 우리의 선발이 평소보다 이날 확연히 구위나 제구가 떨어졌다는 점이었습니다.

2회초 1사 후 김광현은 볼카운트 1-1에서 왕웨이천에게 던진 슬라이더가 높게 걸리며 중전안타를 맞았습니다. 8번 왕셩웨이를 유격수 땅볼로 유도 투아웃을 잡으며 위기를 벗어나는 듯 했지만 22세의 젊은 포수 9번 가오위제에게 좌중간을 가르는 적시 2루타를 맞고 말았습니다. 김현수의 사력을 다한 질주에도 글러브를 스치듯 공이 떨어진 것도 아쉬웠지만, 그보다는 145km의 속구가 힘없이 높게 걸린 실투가 된 것이 불안감을 더했습니다. 이어서 1번 후친룽은 김광현의 높은 슬라이더를 좌전 적시타로 연결해 2-0으로 점수를 벌렸습니다. 다저스 마이너 출신 후친룽은 김광현을 2타수 2안타로 괴롭혔습니다.


대한민국은 2회말에도 선두 타자 양의지의 볼넷과 2사 후 허경민의 안타로 두 명의 주자가 나갔지만 소득이 없자 장이는 점점 안정감을 찾아갔습니다.

반면 김광현은 3회말에도 3안타를 맞고 1점을 더 내준 후 1사 주자 1,2루에서 교체되고 말았습니다. 3과⅓이닝 3실점. 두 번째 투수로 나선 하재훈이 추가실점을 막으면서 역전의 희망을 이어가기는 했지만 분위기는 많이 넘어간 상황이 됐습니다. 4일 휴식 후 등판이어서 구위가 약간 떨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투수는 그 어떤 포지션보다 민감한 자리입니다. 최근 중요한 토너먼트 중간에 불거진 메이저리그 진출 관련 구설수가 집중력이나 컨디션 조절에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닌지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2회 이후에 장이는 큰 위기를 자초하지 않았습니다.

3회말 2사 후 박병호의 안타는 후속타 없이 묻혔고, 4회말 1사 후 13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 끝에 김현수가 걸어 나갔지만 민병현의 땅볼은 병살이 됐습니다. 대한민국의 마지막 반전 기회는 5회말이었습니다. 1사 후 박민우가 볼넷에 이어 김하성이 삼진 되는 사이에 2루 도루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이어진 이정후의 날카로운 타구가 대만팀에서 가장 수비가 뛰어난 유격수 왕셩웨이의 다이빙 수비에 막혔습니다. 거기서 1점이라도 만회했더라면 분위기를 바꿀 수도 있었지만, 상대의 눈부신 수비가 이겨냈습니다. 


7회초 5번 첸진시우의 3점포는 결정타였습니다.

볼넷 주자 둘이 나간 가운데 4번째 투수 원종현의 슬라이더를 통타해 좌중간 관중석 깊이 꽂아버렸습니다. 이날 전까지 이번 대회 11타수 1안타에 그친 첸진시우였지만 높게 들어간 실투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야구는 실투 싸움’이라는 말도 있듯, 이날 내준 적시타의 대부분의 실투였다는 점은 남은 두 경기를 앞두고 바짝 집중력을 높여야할 부분입니다. 0-7의 큰 점수차에 안타수 5-11 그리고 잔루를 9개 남긴 대한민국이 완패한 경기였습니다.


야구는 그럴 수 있습니다.

처음 보는 생소한 투수가 공략해볼만하다는 느낌을 주는데 초반에 풀리지 않고 기회를 놓치다보면 정신적으로 말리게 돼 있습니다. 초반 위기를 넘긴 장이는 6과⅔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했습니다. 공격이 이렇게 말리면 마운드는 점점 초조해지는 악순환이 되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분위기를 완전히 내주고 맙니다. 꼭 전력대로 승패가 결정되는 법은 절대 없는 게 야구입니다.


이제 남은 슈퍼라운드는 상당히 험난해지고 또 복잡해졌습니다.

이날 미국도 일본에 4-3으로 승리하면서 최종 순위는 오리무중이 됐습니다. 만약 이날 예상대로 한국과 일본이 승리했더라면 멕시코와 함께 세 팀이 3승이 되고, 호주, 대만, 미국이 3패가 될 뻔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한국과 일본이 2승1패로 쫓기게 됐고, 미국과 대만은 1승2패로 희망이 생겼습니다. 특히 한국, 일본, 멕시코가 서로 맞대결 두 경기씩을 남기고 있습니다. 미국과 대만은 맞대결과 함께 아무래도 약체인 호주와 경기를 각각 남겨 승수를 쌓은 가능성이 큽니다. 아주아주 복잡한 경우의 수를 따지는 상황이 올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이번 대회 우승만큼이 중요한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만큼 어떻게든 대만을 앞서기 위해서는 남은 두 경기에 올인 해 승수를 쌓아야 합니다. 그래야 결승전이든, 3,4위전이든 진출하고 대만을 제칠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결국은 김경문 감독의 말처럼 우리 스스로 결정짓는 게 최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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