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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예의 MLB현장] 류현진 기분 풀어준 로버츠 감독

조회수 2019. 9. 16. 08: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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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돌아왔다.”

다저스 팬들의 목소리였습니다. 비록 팀은 3-0으로 패했지만, 다저스 팬들은 돌아온 류현진의 아트 피칭을 보며 기뻐했습니다. 언터처블이었던 류현진의 공이 간파 당한 듯 장타가 나오고, 대량 실점으로 이어졌습니다. 구단은 어깨 수술 후,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누적된 피로가 원인이라고 생각해 한차례 휴식을 주었습니다. 선발 등판 대신, 불펜 피칭을 통해 투구폼과 커맨드를 다듬었고, 충분한 휴식을 취했습니다.

류현진이 다시 마운드에 오른 건 15일(한국 시각) 시티필드에서 열리는 뉴욕 메츠 원정 경기였습니다. 류현진의 등판 일정이 확정되자, 디그롬과의 맞대결이 화제를 모았습니다.

사이영상 강력한 후보 두 선수입니다. 류현진은 최근 4경기에서 부진했지만, 여전히 ERA 1위이고, 디그롬은 세부 지표(이닝, 삼진 아웃 등)로 앞서고 있습니다. 사이영상은 정해진 기준에 따라 순위가 정해지는 건 아닙니다. 사이영상 투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기자들의 투표로 선정되기 때문에 결과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날 류현진은 안타 2개만을 허용했고, 디그롬 역시 3안타만을 허용했습니다. 명품 투수전이 펼쳐졌습니다. 류현진도 디그롬도 서로를 의식했음을 알렸습니다.

류현진이 엄청난 시즌을 보내고 있기에 접전이 될 거라고 예상했던 디그롬, 최고의 투수인 디그롬과 맞대결 자체가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던 류현진. 둘은 서로를 의식하며 본인들의 피칭에 신경을 썼습니다. 좋은 경쟁자는 선의의 경쟁을 하게 만들었고, 둘은 모두 7이닝 무실점이라는 좋은 기록을 남겼습니다.

류현진이 7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펼치자 로버츠 감독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습니다. 이 미소가 많은 걸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꾸역 꾸역 이닝을 막아내는 피칭이 아닌, 우리가 알고 있는 류현진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체인지업도 살아났습니다. 직구 구속도, 제구도 완전하게 돌아왔습니다.

로버츠 감독은 “(부진했던) 지난 몇 경기보다 훨씬 좋은 피칭을 했다. 체인지업으로 약한 타구를 유도하고, 러셀 마틴과의 호흡도 좋았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다”라며 류현진의 투구를 칭찬했습니다.

현지 기자들도 포수 러셀 마틴과의 호흡을 중요하게 평가했습니다. 이와 관련된 질문을 던지자, 로버츠 감독은 섣불리 확답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한 포수를 칭찬하면, 또 다른 포수가 부진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러셀 마틴과 류현진은 올 시즌 19경기에서 호흡을 맞춰 ERA 1.60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윌 스미스와 배터리를 이룬 5경기에서 ERA는 5.81) 로버츠도 이 부분은 명확히 좋은 일임을 알렸습니다. “포수를 비교하긴 힘들지만, 러셀과 배터리를 이뤄 원래대로 돌아온 건 좋은 일이다”라고 말이죠.

류현진이 메츠 원정 경기에서 거둔 가장 큰 수확은 ‘류현진이 돌아왔다’입니다. 류현진이 4경기 연속 부진하자, 강속구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류현진은 강속구 투구가 아닌 류현진만의 스타일로 승부했습니다. 제구와 볼 배합. 그리고 그는 7이닝 2피안타 무실점이라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잠시 슬럼프였을 뿐이었다’를 알리는 피칭이었습니다.

타석에서도 류현진은 빛났습니다. 비록 안타는 없었지만, 두 번의 타석에서 디그롬이 13개의 공을 던지게 해 끈질기게 괴롭혔었습니다. 반면 류현진은 두 번 마주한 디그롬에게 단 3개의 공만을 던지며 아웃 카운트를 늘렸습니다.

이날 류현진의 투구를 지켜보는데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땅볼 유도와 삼진을 섞어가며 이닝을 종료했고, 보더라인에 걸치는 류현진의 피칭도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슴을 쓸어내린 한 장면이 있었습니다. 2회 1사에서 마주한 라모스를 향해 투구를 한 직후, 류현진은 타구를 맞았고, 다저스 트레이너는 마운드로 향할 준비를 했습니다. 류현진의 상태를 확인해야 했으니까요.

꽤 강하게 맞은 것 같았는데, 류현진은 더그아웃을 보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트레이너한테 올라올 필요 없다며 손짓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엔 고개를 갸우뚱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5회 1사에서 마주한 프레이저의 타구가 중앙 펜스를 향해 날아갔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라는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벨린저가 잡아내긴 했지만, 과연 이 타구가 저기까지 날아갈 공이었는지가 의문이었습니다. 예상치 못하게 멀리 날아갔고, 0-0 팽팽한 접전 속에서 나온 타구였기에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공 90개로 7이닝을 마친 류현진은 8회에도 마운드에 오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류현진이 7회를 마치고 더그아웃에 들어오자 로버츠 감독이 손을 내밉니다. 그리고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에게 “정말 잘 던졌다. 아주 좋았어”라고 말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임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더그아웃에 들어오자마자 교체 소식을 들은 류현진은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교체되기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단순히 승리를 생각한 개인적인 욕심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상대 투수 디그롬이 101개를 던진 것과 비교해도 류현진은 1이닝은 더 던질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컨디션이 여전히 정말 좋은 상태였습니다. 제구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마틴과의 호흡도 아주 좋았습니다.

이대로 교체되기엔 아쉬웠습니다. 

류현진이 더그아웃에서 표현하는 감정 중에 가장 큰 아쉬움 표현하는 행동이 바로 글러브 툭 올려놓기, 종이컵 살짝 던지기입니다. 물통이나 껌 통을 걷어차는 다른 선수들에 비하면 굉장히 얌전한 편이지만, 류현진 입장에선 정말 아쉬움을 표현한 것입니다.

그런데 류현진의 표정이 갑자기 변했습니다. 살짝 새침한 표정입니다. 누군가를 본 것입니다. 저 멀리서 누군가가 걸어오는데,

일단 류현진은 허니컷 코치와 포옹을 했습니다.

그리고 멋진 배터리를 이룬 마틴과 포옹을 했습니다. 그런데 류현진의 시선은 여전히 어딘가를 향해 있습니다. 로버츠 감독이었습니다.

류현진과 로버츠 감독의 입장이 모두 이해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류현진은 투구 수가 90개밖에 되지 않았고, 이날 제구도 좋았기 때문에 8회도 거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로버츠 감독은 타자들이 1점이라도 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로버츠 감독이 류현진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감독 입장에서는 돌아온 류현진이 반갑긴 하지만, 8회 선두 타자가 러셀 마틴, 그다음이 투수 타석이었습니다. 대타를 기용해 득점 찬스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류현진과 로버츠 감독의 입장이 모두 이해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로버츠 감독의 설명을 들은 류현진은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로버츠 감독은 적극적으로 류현진에게 교체 이유를 설명했고, 류현진은 이해한다며 미소 지었습니다.

류현진은 선발 투수의 임무를 완벽하게 해 냈고, 다시 돌아왔음을 알리는 투구를 펼쳤습니다.

아쉬움은 있었지만, 로버츠 감독의 결정을 존중했습니다. 로버츠 감독이 한 번 다가와 설명을 해주니, 아쉬운 마음도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그는 미소를 지으며 경기를 지켜봤고, 8회말이 시작될 때 더그아웃을 빠져나갔습니다.

류현진은 선발 투수의 임무를 완벽하게 해 냈고, 다시 돌아왔음을 알리는 투구를 펼쳤습니다.

그런데 로버츠 감독의 표정은 급격히 어두워졌습니다. 1회부터 7회까지 팽팽했던 명품 투수전. 그런데 류현진이 교체되자마자 다저스는 8회말에 3실점을 했고, 경기는 그대로 끝이 났습니다. 류현진의 아쉬움은 로버츠 감독이 풀어줬지만, 로버츠 감독은 본인의 결정이었기에 아쉬움을 달랠 곳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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