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구라다] 파인 타르와 게릿 콜..끈적이는 양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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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릿 콜이 천정을 뚫었다. 이제까지 3억불은 타자들의 전유물이었다. 마이크 트라웃(4.26억), 브라이스 하퍼(3.3억), 지안카를로 스탠튼(3.25억), 매니 마차도(3억) 같은 포지션 플레이어들만 넘볼 수 있었다.

하지만 9년짜리 계약서(3.24억)가 그를 이 반열에 세웠다. 연평균 3600만 달러다. 트라웃(3550만 달러) 보다도 오히려 높다. EPL에서 가장 비싼 선수들이 모인 곳은 맨시티다. 그 팀 연봉 전부를 합해봐야 1.9억 달러 정도다. 콜의 총액은 그보다 1.7배나 많다.

야구하면 또 데이터 아닌가. 누군가 통계를 뽑았다. 보통 한 시즌에 30번 정도 (선발로) 등판한다. 나가서 100개를 던진다치자. 그렇게 9년을 개근해도, 공 1개에 1만2000달러(약 1430만원) 꼴이라는 계산이다. 그 정도면 헤어컷과 깔끔한 면도 쯤이야. 왁싱까지도 거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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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LA 동창생의 역습

카일 바디라는 인물이 있다.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 졸업후 이력이 다채롭다. 온라인 포커 게임 회사가 첫 직장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도 잠시 일했다. 그러다 야구에 빠졌다. 유명한 <머니볼>을 읽고난 뒤다.

세이버매트릭스의 신도가 된 그는 각종 연구와 실험에 참여했다. 고교, 대학에서 알바도 뛰었다. 개인 코치로도 꽤 이름을 알렸다. 문하생 중에는 메이저리그 레벨도 있었다. 트레버 바우어, 크리스 카푸아노 등이다. 자연스럽게 구단과도 연결됐다. 다저스, 인디언스에서 인스트럭터로 활동했다.

그러던 중이다. 작년 봄, 그의 한 마디에 세상이 시끄러워졌다. 누군가의 주장에 대한 댓글이었다. 원글은 ‘게릿 콜의 반등한 원인’이었다. 휴스턴의 따뜻한 날씨 때문이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버디는 까칠했다. ‘날씨라고? 천만에. 내가 말해줄까. 그건 파인 타르(pine tar) 때문이야.’ 끈적이는 송진을 묻혔다는 얘기다.

불은 금세 번졌다. 제자 트레버 바우어(클리블랜드) 덕이다. 그는 게릿 콜과 UCLA를 같이 다녔다. 그런데 대학 친구의 등에 칼을 꽂았다. “내 공의 분당 회전수(RPM)는 2250 정도다. 그런데 파인 타르를 쓰면 훨씬 좋아진다. 한 400rpm 정도 늘어나는 것 같다.” 물론 그냥 해본 말은 아니다. 실제 경험치였다.

바우어는 누구라고 특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뻔하다. 사람들은 게릿 콜과 저스틴 벌랜더라고 생각했다. 휴스턴으로 이사한 뒤 갑자기 회전수가 증가한 투수들이다. (우주인들은 콜이 투심 구사율을 낮췄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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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쿠치 유세이, 마이클 피네다의 경우

올 봄에도 한 건 있다. 이번에는 일본인 투수가 주인공이다. 기쿠치 유세이(시애틀)였다.

(5월 8일) NYY전에서 7⅔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승리한 뒤였다. 양키스를 전담 마크하는 ‘YES’ 중계 카메라가 포착한 장면이었다. 모자 챙 안쪽에 뭔가가 묻어 있었다. 기쿠치는 연신 엄지로 그걸 만지는 모습이었다.

경기 후였다. 양키스 애런 분 감독에게 기자들이 물었다. 답변은 점잖았다. “경기 후반이 돼서야 알아챘다. 어떻게 할 지는 생각해보겠다.” 그러나 추가적인 조치는 없었다. 그럼에도 용의자는 업보(?)를 받았다. 이후 7경기에서 1승 4패, 평균자책점 7.59로 부진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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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파인 타르 사건이 있다. 2014년이다. 이번에도 양키스가 연루됐다. 숙적 빨간 양말과 경기였다. 보스턴 감독 존 패럴이 갑자기 타임을 걸었다. 그리고는 구심에게 뭔가를 얘기했다.

심판은 곧 마운드로 향했다.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글러브를 뒤적이고, 잠시 훑어봤다. 이윽고 투수의 목 부근에 시선이 머물렀다. 오른쪽에 유난히 까만 뭔가가 있었다. 손으로 한번 찍어보더니, 검지로 하늘을 찔렀다. ‘퇴장’. 용의자 마이클 피네다는 고분고분했다. 아무런 이의 표시도 없이 마운드를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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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콘이 양키스 코치로 부임했다면

파인 타르는 야구장에서 많이 쓰인다. 주로 타자용이다. 미끄러지지 않게 배트에 바른다. 스프레이형, 스틱형이 있다. 단, 손잡이에만 허용된다. 스윗 스팟(공이 맞는 자리)까지 올라가면 규정 위반이다.

반면 투수에게는 금지됐다. 여기에 대한 견해는 양면을 가졌다. 우선은 원칙론이다. 규칙은 규칙이라는 얘기다. 어쨌든 잘못된 일이다. 룰에 어긋난 방법이고, 위반하면 징계를 내려야한다.

한편으로는 관대한 여론도 있다. 일일이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상당수가 쓴다는 게 통설이다. 양키스 피네다를 고발했던 레드삭스 감독(존 패럴)의 말이다. “어느 정도라면 그냥 넘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너무 대놓고 하더라. ‘이건 아니다’ 싶어 구심에게 나간 것이다.”

공공연한 얘기다. 특히 날씨가 쌀쌀할 때는 더 그렇다. 대부분 이의 제기가 4, 5월, 아니면 10월에 몰려있다. 공이 손에서 미끄러지기 쉬운 탓이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걱정도 한다. ‘너무 까다롭게 하면 (타자들) 몸에 맞는 공이 늘어날 지도 모른다.’

데이비드 콘이 출연한 <댄 패트릭 쇼>의 한 장면.

데이비드 콘은 5개의 우승 반지를 가졌다. 사이영 트로피도 모았다. 전성기는 줄무늬 유니폼 시절이다. 1999년 7월 양키스 스타디움에서 영화 한 편을 찍었다. 엑스포스를 상대로 퍼펙트 게임을 기록한 것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16번째 위업이었다. 마침 이 경기는 전설적인 돈 라슨과 요기 베라가 시구/시포를 했던 날이다.

그가 몇 달 전 책을 하나 냈다. ‘The Education of a Pitcher’라는 제목이었다. 홍보차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댄 패트릭 쇼>였다. 마침 기쿠치의 파인 타르가 화제인 무렵이다. 대뜸 사회자(댄 패트릭)가 물었다. ‘당신도 해봤나요?’

대답이 너무 쿨했다. “그럼요. 저도 썼지요. 속임수(cheating)였지만…. 숨기는 장소는 그때그때 달랐어요. 글러브, 모자, 팔뚝, 어떤 때는 벨트 속에도 발라놨죠.” (웃음)

양키스는 지난 달 인사 발령을 냈다. 래리 로스차일드 투수코치를 해임한 것이다. 후임으로 가장 먼저 거론된 게 데이비드 콘이다. 그러나 최종 단계에서 무산됐다. 스스로 고사했기 때문이다. 대신 인디언스 출신의 맷 블레이크를 데려왔다.

만약 콘이 양키스에 부임했다면…. 어쩌면 게릿 콜의 분당 회전수(rpm)는 조금 더 올라갈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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