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현장] 다저스의 SNS 담당자 조수민 씨, '삭제 No, 규정 No'

조회수 2019. 7. 16. 01:08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사진 한 장을 올리더라도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승인을 받아야 해요.”

불과 몇 년 전 일입니다. 2015년으로 기억합니다. LA 다저스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면서 류현진의 통역을 도왔던 마틴 김은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메이저리그 팀에서 운영하는 SNS에 사진 한 장을 올리더라도 메이저리그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하지만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다저스타디움은 엘리베이터 기준으로 1층에서 9층까지. 5층에는 기자실, 중계 부스, 스위트 박스, 팀 스토어, 그리고 ‘소셜 미디어 센터’가 있습니다. 2~4층으로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가 있고, 팀 스토어(선수 착용 물품 포함)가 있어 수많은 사람이 거쳐가는 공간입니다. 그런데 그곳에 완전 오픈형 소셜

미디어 센터가 존재합니다. 팬들과 친근한 소통이 1순위인 소셜미디어답게 통유리로 작업 공간을 오픈했습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과 후엔 그라운드나 클럽하우스에 있지만,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소셜미디어 센터에서 근무를 한다. 실시간으로 콘텐츠를 업로드 하고, 다른 구단의 소셜미디어 운영 방식도 점검하고 있다. 

실제 이곳에 있다보면 많은 팬들이 거쳐 지나갑니다. 지나가는 다저스 팬들은 일하고 있는 SNS 담당자를 보며 반갑게 인사를 하기도 합니다.

얼핏 보면 친구인 것 같지만, 처음 보는 사이입니다. 다만, 다저스 팬들은 sns를 통해 이미 담당자를 친구 이상으로 친근하게 느끼고 있다는 사실. 가끔 팬들은 사진을 요청하는데, 언제든 환영입니다. 작업을 잠시 중단하고, 밖으로 나와 팬과 인사를 나누고 사진 촬영도 합니다.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는 소통을 담당하고 있지만, 오프라인에서도 팬들과의 소통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친근함으로 편안함으로 다저스 팬들과 소통하는 다저스 SNS 관리자는 한인 조수민(영어 이름 Sue Jo) 씨입니다.

다저스에서 근무한지는 벌써 4년. 인턴으로 시작해 지금은 다저스 소셜미디어를 모두 담당하고 있습니다. 다저스에서 운영하는 소셜미디어는 총 5개(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틱톡, 스냅챗), 이를 운영하는 그녀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먼저 자기소개를 해달라는 말에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 가며 수줍게 설명합니다. 5살 때 미국으로 건너와 한국말이 서툴 법도 한데, 발음이 아주 정확합니다. 부모님의 가르침 덕에 한국말을 잊지 않고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5살 때 미국으로 왔어요. 아버지가 한국 방송사 기자이셨고, 저도 콜롬비아 칼리지 시카고(Columbia College Chicago)에서 방송 저널리즘을 공부했습니다. 다저스에서 일을 한지는 4년 됐습니다.”

방송 저널리즘을 공부했다는 말을 듣고, 그녀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니, 이미 인턴 시절부터 경력이 화려했습니다.

WGN-TV, 폭스 시카고 스포츠, ABC 7 스포츠를 비롯한 시카고의 여러 TV 방송국에서 인턴을 거쳤고, NBC5 시카고에서 근무할 당시 에미상을 수상한 경력도 있었습니다. 2014년 11월 미드웨이 공항에서 출발했던 비행기가 엔진 문제로 추락, 시카고 남서쪽 주택과 충돌한 사건인데, 조수미 씨가 속한 NBC5 뉴스팀이 첫 번째로 단독 보도해 에미상을 수상했습니다.

올스타 게임의 생생한 소식을 전하기 위해 클리블랜드로 향하는 조수민(Sue Joe). 선수들과 같은 전세기를 타고 이동한다.

그녀가 다저스에서 일을 시작한 2016년만 해도 그녀는 다저스 소속이 아니었습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파견된 인턴사원. 2015년 시카고 화이트 삭스와 메이저리그 소셜 미디어 플랫폼(MLB.com/MLB Cut4)에 실릴 사진과 영상을 이용한 스토리 전달이 주된 업무였습니다. 2016년에는 장소를 옮겨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아닌 LA 다저스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고, 그녀의 업무 능력을 인정한 다저스가 정식 직원으로 채용하게 됐습니다.

그녀는 제한 구역이 없습니다. 선수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합니다. 그녀의 주된 업무는 선수와 팬들과의 온라인 소통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 외적인 부분을 보여주려 최대한 자유롭고, 편하게 다가갑니다.

소셜 미디어는 양날의 검이라고 불립니다. 팬들과 허물없이 소통하고, 이미지를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여과 없이 사용돼 자칫 큰 파장을 일으키는 콘텐츠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2015년만 하더라도 구단 SNS는 자체 관리가 아닌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검열을 거쳐야 했습니다.

이제는 단독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양날의 검이 된 소셜 미디어의 특징상 기준과 규정이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조수민 씨는 의외의 답을 내놨습니다.

“전혀 없습니다. 그러면 진정한 소통이 아니죠.”

“때론 부정적인 댓글이나 반응이 많이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자체를 우리가 관리하는 건 옳지 못한 대응입니다. 팬들이 느끼는 좌절, 분노, 비방도 수용해야 합니다. 물론 소셜미디어의 궁극적인 목적은 팬들과의 소통입니다. 편안하고, 즉각적으로 소통하는 미디어입니다. 우리는 늘 긍정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춰 팬들과 소통하려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대 의견을 자체적으로 삭제하거나 공격하지 않습니다.”

조수민 씨는 “팬들과 관계를 이어가는 게 소셜 미디어의 궁극적인 목적이고, 방향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의견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면 말이죠.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여 설명했습니다.

“구단에서도 시즌 중에는 내 업무에 대해 관여를 하지 않는다. 시즌이 끝나면 1년의 성과를 정리해서 보고하면 된다. 물론 이에 따라 내 업무 능력치가 판단되겠지만, 일이나 콘텐츠에 대한 규제가 없다. 자유로운 분위기가 연출이 되고 있어 팬과의 소통이 가식이 아닌 진정한 소통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굉장히 의외의 답이었고, 그 답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메이저리그는 지금 팬과의 소통을 위해 굉장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변하고 있는 건 선수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조수민 씨는 “선수들도 많이 변했다”라고 말합니다.

“사실 SNS에 이렇게까지 활발해진 건 선수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처음엔 다들 어색해 했어요. 모바일 하나 들고 사진, 영상을 찍어 대니 어색할 수밖에요. 소셜미디어의 이해가 높아지고, 팬들이 이를 통해 공감대,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 후부터는 선수들이 적극적입니다.”

이제는 선수들이 먼저 재미있는 행동을 보인다며 즐겁게 일하고 있음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소셜 미디어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선수로는 클레이튼 커쇼와 버두고를 꼽았습니다.

“버두고, 키케는 워낙 흥이 많은 선수들입니다. 카메라나 소셜미디어를 두려워하지 않아요. 처음부터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줬죠. 그런데 요즘은 클레이튼 커쇼가 버두고와 대등할 정도로 많은 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춤추는 모습이나, 개그를 자주 하죠. 낯설어 하던 뷸러나 류현진 선수도 요즘엔 적극적입니다.” 

<조수민 씨가 SNS에 올린 다저스 선수들의 모습. 에너지 넘치는 클레이튼 커쇼와 버두고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