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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훈기의 스페셜야구]불편한 시프트와 불편한 기록 판정

민훈기 입력 2019.07.15. 12:56 수정 2019.07.1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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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아쉬운 2실점 딛고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지만 11승 달성 무산

MLB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수비 시프트.

전통적인 내야 수비 위치를 깨고 상대 타자의 성향을 파악해 내야수의 위치를 바꾸는 수비 전략입니다. 타자에 따라 약간의 움직임을 주기도 하고, 때론 내야의 한쪽으로 수비수 3명을 몰아넣는 극단적인 움직임도 있습니다.

시프트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2010년 이후 MLB 팀들의 시프트 사용은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2011 시즌에 2350번이던 시프트는 2013 시즌 6882번이었고, 2014 시즌에는 1만3299번으로 두 배가 됐습니다. 2016 시즌 2만8130번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7년에 2만6750번으로 하락세를 타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2018년 MLB 시프트는 3만4673으로 다시 훌쩍 늘어났습니다. 경기당 14번이 넘는 수비 시프트가 걸린다는 믿기 어려운 통계가 현실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MLB 팀이 갈수록 많은 시프트를 거는 이유는 이득을 보고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세이버매트릭스의 대가인 빌 제임스는 2010년에는 100번의 시프트 당 평균 1.02점을 막았다는 통계를 내놨습니다. 그리고 막아내는 점수는 매년 조금씩 상승해 2015시즌에 1.34점까지 오르더니 2017시즌에 1.30점으로 잠깐 줄었다가 지난 시즌 1.71점으로 늘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해 AL에서 가장 많은 시프트를 걸은 탬파베이는 646실점으로 30팀 중에 5번째로 실점이 적었습니다. 1861번의 시프트를 걸었던 탬파베이가 시프트 효과가 없었다면 약 32실점을 더 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실점이 5위에서 11위가 됩니다.

후반기 첫 경기 전년도 챔피언 보스턴 원정에서 역투하는 류현진. 7이닝 2실점의 호투에도 불펜이 동점을 내주며 11승을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코리아>

그러나 이게 과연 전통적인 수비를 깰 정도의 가치가 있을지에 대해서 개인적으로는 회의적입니다.

심지어 MLB 사무국도 작년 시즌을 앞두고 시프트를 금지시키는 방안까지 고려하기도 했을 정도였습니다. 감독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고, 투수도 역시 호불호가 많이 갈립니다. 시프트로 인해서 오히려 안타가 되고 실점이 되는 통계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시프트를 걸었다가 손해를 보는 통계가 정확히 나온다면, 막아내는 점수가 꽤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시프트는 2010년대 MLB의 유행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류현진은 극단적인 땅볼 투수로 구분할 수는 없지만 필요할 때면 땅볼 유도가 탁월한 투수입니다.

올 시즌에도 전체적으로 땅볼 아웃이 뜬공 아웃보다 1.18배 많고(172-145), 13개의 병살타(NL 공동 4위)를 끌어내며 땅볼을 잘 이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15일(이하 한국시간)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원정 경기에서는 땅볼 아웃이 9개, 외야 뜬공 아웃은 딱 1개였습니다.

그러나 수비가 많이 흔들렸던 1회말은 시프트가 아쉬울 뿐이었습니다.

1사 주자 1루에서 3번 보가츠가 류현진의 3구째 체인지업을 친 타구는 유격수를 향했습니다. 그런데 시프트로 2루 베이스보다도 좌측에 있던 2루수 에르난데스가 베이스 커버가 아니라 공을 쫓았습니다. 공을 잡아 당연히 2루에 송구해 병살을 시도하려던 유격수 테일러는 순간 당황하며 1루에 급히 송구를 했습니다. 애초 판정은 그나마 1루에서 아웃이었는데, 비디오 판독으로 뒤집어지며 1사 1,2루가 됐습니다. 정상 수비였으면 병살성 타구로, 적어도 선행 주자는 2루에서 쉽게 아웃이었습니다. (실은 2번 데버스의 3루 직선타도 3루수 먼시가 2루쪽으로 치우쳐 자칫 안타가 될 뻔 했습니다.)

4번 J. D. 마르티네스를 삼진으로 잡은 류현진은 5번 바스케스에게 또 유격수 내야 안타를 맞으며 만루에 몰렸습니다. 정상 수비하던 테일러의 다이빙 수비가 일단 실점을 막았습니다.

이어서 좌타자 베닌텐디를 맞아 류현진은 148km 투심 패스트볼로 또 유격수 땅볼을 끌어냈습니다. 그런데 다저스는 다시 시프트를 내야 우측으로 걸었고, 유격수 테일러는 정면 타구가 아닌 역동작 수비를 하면서 급하게 1루로 송구한 것이 원바운드 되는 실책이 됐습니다. 3루 주자 베츠는 물론이고 2루에 있던 보가츠까지 전력 질주로 홈을 밟았습니다. 비디오 판독까지 거쳤지만 점수는 그대로 인정됐습니다. 다음 타자 체이비스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8번 브래들리를 1루수 땅볼로 잡고 긴 1회말을 마쳤습니다.

다저스는 1회초 부상에서 돌아온 폴락의 3점포로 가볍게 출발했지만 곧 3-2의 접전이 되 버렸습니다.

물론, 3회말 마르티네스의 유격수 직선타 아웃이나, 4회 베닌텐디의 2루 땅볼 아웃 등은 수비 시프트의 도움을 받은 아웃이라고 인정해야 합니다. 특히 4-2로 리드를 벌인 5회말에는 투아웃 1,3루에서 마르티네스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는데, 좌익수 버두고가 156.3km의 강속구 송구를 포수 마틴의 미트에 노바운드로 꽂아 3루 주자 데버스를 홈에서 잡기도 했습니다. 수비의 도움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러나 류현진의 관점에서 경기를 보는 입장에서는 과연 시프트가 도움이 될지에 대한 회의가 드는 것은 이번 경기만은 아닙니다.

안 그래도 내야 포지션을 여러 선수가 오가면서 불안감을 주는 다저스인데, 땅볼 유도 능력이 탁월한 류현진 경기에서는 수비 시프트로 인한 이득보다는 손해가 더 많아 보인다는 아쉬움을 감출 수 없습니다. 부상에서 돌아온 주전 유격수 코리 시거가 이날 휴식으로 빠진 가운데 전문 유격수, 2루수가 아닌 선수들에게 계속 걸리는 수비 시프트는 결론적으로 과도했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1회의 2실점이 자책점이라는 점은 수긍이 쉽지 않습니다.

보가츠의 땅볼이야 송구가 늦었으니 시프트가 아쉽건 말건 당연히 내야 안타이고, 마르티네스를 삼진 잡으며 투아웃이 됐습니다. 그리고 베닌텐디의 유격수 땅볼!

느린 그림을 몇 번 돌려봐도 1루수 프리스가 잡았으면 아웃으로 이닝이 끝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공을 놓쳤고, 공식 판정이 나오기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그리고 나온 판정이 ‘내야 안타와 송구 실책’을 동시에 주는 결정이었습니다.

플레이상 당연해 보이는 실책이 주어졌으면 2실점은 모두 비자책점이 됩니다. 그런데 안타와 실책이 되면서, 다음 타자 체이비스에게 안타를 맞은 것까지 이어지며 2점이 모두 자책점이 돼버렸습니다.

‘악의적인 판정’이라고까지 하기는 무리가 있을지 모르지만, 분명히 억울한 부분이 있습니다.

MLB에서는 경기 후에도 구단과 선수의 즉각적인 항의로 판정이 번복되는 경우는 꽤 있습니다.(예전에 특파원 시절 애틀랜타 선발이던 스몰츠가 강력하게 항의해 비자책점으로 판정을 뒤집는 것을 현장에서 취재한 적도 있습니다.) 때로는 기록실에서 자체 판단으로 판정을 뒤집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팀에서 이의 제기를 해볼 필요가 분명히 있습니다.

만약 실책으로 결정이 바뀌면 류현진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1.78이 아니라 1.63이 됩니다. 작은 차이일지 모르지만 시즌 마지막에 개인상 등을 판가름할 때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이날 1회 이후 호투를 이어가며 7이닝을 2실점으로 막은 류현진은 4-2의 리드를 불펜으로 넘겼습니다. 1회 24개의 많은 투구수에서 불구하고 이닝을 짧게 짧게 끊어가며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의 호투를 했습니다. 8피안타, 1볼넷, 6탈삼진에 투구수 94개(62스트라이크)로 잘 던졌습니다.

그러나 8회말 2번째 투수 페드로 바에스가 연속 홈런을 맞고 동점을 내줘 11승 고지에 오르진 못했습니다. ‘1회 어수선한 수비로 길어지지 않았더라면 한 이닝 정도 더 던질 수 있었을 텐데’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결과론에 불과합니다.

오는 21일 등판 예정인 홈에서 마이애미전 준비를 잘하는 것이 이제 류현진의 과제입니다.


*다저스는 12회 연장전 끝에 7-4로 재역전승했습니다.


이 기사는 minkiza.com, ESPN.com, MLB.com, baseballreference.com, fangraphs baseball, Wikipedia 기록 등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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