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현장] 본인도 얼떨떨, 한동안 멍했던 류현진

조회수 2019. 8. 25. 08: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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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모습이었습니다. 홈극강 퍼포먼스를 보이던 류현진은 24일(한국 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에서 4 1/3이닝 9피안타(3피홈런) 1볼넷 7탈삼진 7실점(7자책)을 했습니다. 시즌 내내 1점대를 유지하던 ERA도 2.00으로 올랐습니다.

경기 전부터 미리 보는 월드 시리즈로 많은 관심을 보였고, 양키스 막강 타선과 칼 제구의 대명사 류현진의 맞대결이 이슈였습니다. 그런데 류현진은 제구가 흔들리면서 몇 차례 실투가 있었고, 이를 양키스 타자들은 놓치지 않았습니다.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5회 1사 2루에서 콜라렉에게 공을 넘겨 주고 내려온 류현진. 그는 벤치에 앉아 얼떨떨한 모습으로 한곳을 주시했습니다.

이닝이 종료되고, 야수들이 더그아웃에 들어오고 있는 시간까지도 류현진은 별다른 움직임 없이 계속 멍하게 어딘가를 주시했습니다.

본인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 같았습니다. 홈에서 유난히 강했던 류현진인데, 7실점을 했습니다. 게다가 만루 홈런 허용은 메이저리그에서 처음 발생한 일입니다.

류현진의 공을 이어 받아 이닝을 마무리 한 콜라렉이 더그아웃에 들어온 시간까지 류현진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류현진은 “제구가 문제였다”라고 말합니다. 시즌 내내 놀라운 피칭으로 1점대 ERA를 유지했던 그는 지난 애틀랜타 원정 경기와 이번 양키스와의 홈경기에서 흔들렸습니다. 피로가 쌓이거나 몸 상태에 문제가 있는 건 전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1회 르메휴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하긴 했지만,

2번 타자였던 애런 저지는 삼진으로 돌려세웠습니다.

3번 타자 토레스도 삼진, 4번 타자 산체스를 2구만에 2루수 팝플라이로 잡아낸 류현진은 출발이 좋았습니다. 막강 타선 양키스의 상위 타선을 제압했습니다.

그런데 2회 위기가 왔습니다. 그레고리우스가 2루수 실책으로 출루했고, 다음 타석에 오른 어셀라가 좌전 2루타를 날려 무사 2, 3루가 됐습니다.

진짜 위기였는데, 류현진은 침착하게 대응했습니다. 가드너를 좌익수 플라이로 잡더니, 메이빈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웁니다.

무사 2, 3루에서 아웃 카운트 2개를 늘리니, 홈 팬들이 일제히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마주한 팩스턴. 첫 번째, 두 번째 공을 모두 스트라이크로 공략하니 팬들은 열광했습니다. 아웃카운트 하나만 잡으면 무사 2, 3루 위기로 시작한 이닝이 실점 없이 종료되는 것입니다.

팬들의 응원에 힘을 받은 그는 보답이라도 하듯 팩스턴을 삼진으로 돌려세웠습니다. 이 시간만큼은 월드 시리지 못지않은 열기였습니다.

류현진도 글러브로 주먹을 한 번 크게 치더니 곧바로 침착 모드를 변신했습니다. 무사 2, 3루에서 실점 없이 이닝을 종료하면서 류현진표 위기관리 능력을 다시 한 번 확인 시켜줬습니다.

그런데 실투를 놓칠 양키스가 아니었습니다. 첫 타석에서 삼진 아웃으로 돌려세웠던 ’99' 저지와 다시 마주한 류현진은 볼카운트 1-2로 유리하게 잡고, 결정구로 체인지업을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바깥쪽을 노리고 던진 체인지업이 가운데로 몰렸습니다.

애런 저지의 배트에 타구가 맞는 순간 모두가 직감했습니다. 류현진도 타구를 볼 필요도 없이 홈런임을 알아차렸습니다.

저지가 약한 코스를 선택해 그곳에 꽂아 넣으려 했던 체인지업이 생각대로 들어가지 않았고, 홈런을 허용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류현진은 상대 타선이 공략을 잘했다기보단 본인의 제구가 잘 안된 게 패인의 원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결국 제구가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시즌을 치르는 내내 제구가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실투 몇 개가 양키스 강타선을 만나니 어김없이 장타로 이어졌습니다.

저지에게 허용한 홈런은 본인의 실투가 원인이었지만, 2사후에 만난 개리 산체스에게 다시 한 번 홈런을 허용합니다. 몸 쪽으로 낮게 제구 된 커터였는데, 이는 산체스가 기술적으로 잘 쳤습니다.

2회 위기를 잘 넘겼던 류현진은 3회 홈런 두 방으로 2실점을 했습니다.

또다시 저지를 만난 건 5회초. 무사 1루에서 타석에 오른 저지의 타구를 벨린저가 재빨리 2루로 송구했지만,

공보다 빠르게 베이스를 터치한 르메휴는 2루에서 세이프 됐고,

1루 베이스는 저지가 채웠습니다.

토레스를 유격수 땅볼로 아웃 시킨 다음 마주한 타자는 산체스. 로버츠 감독은 산체스를 고의 사구로 내보내고 만루 작전을 펼쳤습니다.

류현진도 이 선택은 괜찮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산체스를 거르고 만루에서 마주한 그레고리우스에게 던진 초구가 실투였던 게 문제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초구부터 실투가 들어간 게 문제였다. 실투가 들어갔는데, 이를 상대 타자가 놓치지 않고 잘 쳤다. 이런 상황에서 조금 어렵게 갔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실투가 나온 게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

점수는 1-6으로 벌어졌고,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 와서 처음으로 만루 홈런 상황을 경험했습니다.

류현진을 상대로 단단히 벼르고 나온 양키스 타자들은 실투 하나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상당히 많은 양키스 팬들이 다저스타디움을 찾았고, 그레고리우스의 만루 홈런에 열광했습니다.

만루 홈런 한 방에 류현진의 ERA는 1.95로 상승했습니다.

다음 타자 어셸라에게도 2루타를 허용한 류현진은 더 이상 경기를 이끌어 갈 수 없었습니다.

로버츠 감독은 투수 교체를 위해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2루에 주자를 남기고 마운드를 내려온 류현진. 류현진의 공을 이어 받은 클라렉이 득점을 허용해 류현진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2.00이 됐습니다.

류현진은 “어려운 경기였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제구다”라고 말하며 “완벽하지 못했던 제구가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라며 이날의 경기를 되돌아봤습니다.  그리고 "다음에 다시 만난다면 똑같은 실수를 하면 안 된다. 적극적으로 신경 더 써야겠다는 생각을 이 경기를 통해 하게 됐다"라며 두 번 실수하지 않을 것을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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