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현장] 류현진이 애지중지했던 벨린저 방망이, '지난 5월에 받은 선물'

조회수 2019. 9. 24. 16: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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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린저~ 배트 하나 주면 안 되겠니?”

지난 5월 11일(이하 한국 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LA 다저스와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경기가 열리던 중이었습니다. 더그아웃에서 류현진은 벨린저에게 부탁 하나를 했습니다. 수비를 위해 그라운드로 나가려던 벨린저에게 “이 배트 갖고 싶다”라고 말한 것.

코디 벨린저는 망설임 없이 곧바로 류현진에게 선물했고, 류현진의 얼굴엔 미소가 번졌습니다.

당시 류현진은 경기를 지켜보는 내내 벨린저 배트를 만지작거리고,

금이야 옥이야, 정말 정성스럽게 닦고 또 닦았습니다. 귀중한 물건 하나 얻은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곧바로 99번 스티커도 붙였습니다. 완전한 류현진의 배트가 됐습니다.

그렇게 얻은 벨린저 배트를 들고, 더그아웃에서 스윙도 해보고,

동료들에게 자랑도 했습니다. 커쇼에게도,

터너에게도 벨린저에게 받은 배트를 보여주며 자랑했습니다.

그날 타격 훈련 때, 벨린저 배트를 사용했는데, 느낌이 좋았던 터라 벨린저에게 아예 하나를 달라고 요청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류현진은 4개월이 조금 지난 9월 23일 벨린저에게 받은 배트로 첫 홈런을 기록했습니다.

배트에 공이 맞는 순간 ‘설마’했습니다.

류현진도 플라이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운 좋게 담장을 넘겼다고 소감을 말했습니다.

“타석에서는 아웃 안 당하고 어떻게든 방망이에 맞힐 생각으로 타격을 했다. 치는 순간 넘어갈 줄은 몰랐는데, 낮 경기라서 넘어간 것 같다. 좋은 홈런이었던 것 같다.”

메이저리그 진출 7년 만에 터진 홈런이었습니다. 첫 번째 홈런이 2019 정규 시즌 마지막 홈경기에서 터졌습니다. 올 시즌이 끝나면 류현진은 어느 팀의 유니폼을 입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저스에 남을 수도 있고, 다른 팀으로 이동할 수도 있겠지만, 계약이 끝나는 정규 시즌 마지막 홈경기에서 팬들에게 큰 선물을 했습니다.

류현진의 타구가 담장을 넘어가자, 팬들은 일제히 기립해 열광했습니다. 팬들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다저스 더그아웃도 중계진들도 방방 뛰며 기뻐했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나온 홈런이었습니다.

류현진의 홈런이 분위기, 흐름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류현진도 동점 홈런이 이날 경기의 중요한 순간이었다며 자평했습니다.

센자텔라는 허탈하게 타구를 바라봤고, 류현진은 덤덤하게 베이스러닝을 했습니다. 센자텔라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류현진에게 홈런을 허용한 뒤, 공을 제대로 던질 수 없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상대 투수에게 홈런을 맞고, 멘탈이 흔들린 것입니다.

콜로라도 버드 블랙 감독도 류현진의 홈런이 센자텔레를 흔들리게 했다고 말하며 류현진의 홈런이 패배의 시발점이 됐음을 알렸습니다.

다저스타디움이 들썩이는 이 순간에도 류현진은 덤덤합니다. “너무 신나있으면 투구하는 데 영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포커페이스를 했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첫 홈런인데, 그 흔한 주먹 불끈도 없었습니다.

애써 웃음을 참을 뿐이었습니다.

입을 꾹 다물고 1루, 2루, 3루를 돌아 홈플레이트를 밟더니, 더그아웃에 들어올 때도 포커페이스를 하느라 입을 꽉 다물고 있습니다. 그래도 얼굴에 쓰여있습니다. 지금 엄청 기뻐하는 중이라고.  

피더슨도 류현진의 홈런이 반가웠던지, 뒷모습을 보며 계속 미소를 짓습니다.

기쁘지만, 포커페이스는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했던 류현진은 화려한 세레머니도, 환한 웃음도 없었습니다.

‘류현진이 홈런을 치며 엄청나게 밝은 모습을 찍을 수 있을 거야’, ‘아내와 부모님을 향해 세레머니도 하겠지?’ 사진 기자의 헛된 바람이었습니다. 7년 만에 본 첫 홈런의 모습인데, 웃음을 꾹꾹 참아내는 모습만을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선 첫 홈런을 날리면 침묵 세레머니를 합니다. 홈런을 날린 선수가 더그아웃에 들어오면 모두들 시선을 피하고 딴청을 부리다가 갑자기 몰려들어 축하 세레머니를 하는 형태입니다.

그런데 이날은 홈런을 날린 류현진보다도 다저스 선수들이 더 신난 상황이었습니다. 1-0으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동점포였고, 호투를 펼치고 있는 류현진이 날린 홈런이라 더 즐거웠습니다.

선수들이 일제히 류현진에게 다가갔고, 팔을 올려 하이파이브를 했습니다.

그다음 자연스레 류현진의 헬멧으로 손이 내려왔습니다. ‘통통통’ 동료들이 류현진의 머리를 통통 치며 함께 기뻐했습니다.

류현진은 “동료들이 머리만 공격했다”라며 고개를 들지 못했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류현진은 더그아웃에 들어와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많은 축하를 받았습니다.

평소 조용한 시거도 류현진의 홈런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여전히 믿기기 않는지, 류현진에게 홈런 이야기를 또 꺼냅니다.

커쇼도 류현진의 홈런이 믿기지 않는 눈치였습니다.

7이닝을 마치고 교체 소식을 들은 류현진이 더그아웃 벤치에 앉으려 하자, 커쇼가 류현진에게 다가가 다시 축하의 말을 전합니다. 대단한 홈런이었다고.

류현진은 동료들이 “너 힘이 진짜 대단하다”라며 놀라워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축하를 해줬다고 그때 그 분위기를 알렸습니다.

류현진은 공식 인터뷰에서 “벨린저의 배트로 홈런을 쳤다”라고 알려 이슈가 됐습니다.

그런데 홈런 치던 그 순간에 류현진 배트를 보니, ’99'가 새겨있는 배트였습니다. 사실을 확인해보니, 경기 당일 벨린저의 배트를 빌려서 나간 게 아닌, 지난 5월에 벨린저에게 선물 받은 배트였습니다.

올 시즌 벨린저와 류현진은 찰떡궁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류현진 등판 때마다 득점 지원은 물론, 호수비로 도움을 준 경기만 해도 그 고마움은 말로 다 못합니다. 그런데 류현진의 첫 홈런에도 벨린저가 큰 기여를 한 것입니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류현진이 첫 홈런 볼을 캐치한 팬도 벨린저와 연관이 있었습니다. 류현진이 홈런을 날리자, 더그아웃에 있던 키케 에르난데스는 빨리 가서 홈런 볼을 찾아오라고 외쳤고, 다저스 시큐리티는 급하게 움직였습니다. (때론 홍보팀 직원이 직접 움직이기도 합니다)

류현진의 홈런볼을 돌려받기 위해 시큐리티가 곧바로 외야석으로 이동했고, 팬과 딜을 했습니다. 보통은 선수들의 물품이나 사진 찍기 등의 요구를 합니다. 류현진의 홈런 볼을 돌려주던 팬이 원했던 건 다름 아닌 벨린저의 사인 용품이었습니다.

류현진은 벨린저에게 선물 받은 배트로 홈런을 날렸고, 벨린저의 사인 용품으로 메이저리그 첫 홈런볼을 소장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올 시즌 류현진의 특급 도우미는 ‘코디 벨린저’임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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