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현장] 기막힌 류현진의 생각, 허니컷 코치도 감탄

조회수 2019. 8. 2. 06: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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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83마일 잡힌 게 다 슬라이더였다. 체인지업으로도 몇 개 나왔는데, 이것도 다 슬라이더였다.”

쿠어스필드에서 6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류현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오래전에 사용했던 느린 슬라이더가 왼손 타자들에게 잘 통했고, 이날 경기에서 주효했다.”

로버츠 감독은 경기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체인지업, 커터가 정말 좋았다”라며 류현진을 칭찬했습니다.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도, 중계진도 대부분 체인지업, 커터로 분류했습니다. 그런데 류현진은 이를 바로잡았습니다. 82~83마일 정도의 구속으로 나온 건 모두 슬라이더였고, 체인지업으로 몇 개 나왔는데, 이것도 다 슬라이더였다고.

이 말이 류현진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순간 “와”라는 감탄사가 튀어나왔습니다. 느린 슬라이더는 몇 년 전 류현진이 사용했던 구종. 어깨 수술 이전에 던지던 변화구였습니다. 그런데 몇 년 만에 다시 던진 느린 슬라이더가 쿠어스필드에서 무실점 호투를 펼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몇 년 동안 잘 사용하지 않았던 구종을 꺼내들었는데, 그게 통했습니다. 류현진도 분명 “오래 전에 사용했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게 정말 가능한 이야기일까. 오랜전에 사용했던 구종을 실전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라니. 그만이 가진 특별한 재능임은 분명합니다.

류현진은 ‘투수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쿠어스필드에서 5경기 선발 등판해 1승 4패 평균자책점 9.15를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쿠어스필드임을 감안해도 좋지 않은 성적이었고, 대책이 필요했습니다. 류현진은 스피드가 커터보다 조금 느리면서 각이 큰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그 대책으로 느린 슬라이더를 선택했습니다.

이날 류현진은 투구 수가 80개밖에 되지 않았지만, 6이닝을 마치고 교체됐습니다.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에게 다가가 교체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도 충분한 투구 수였습니다. 그런데 류현진은 로버츠 감독의 설명에 바로 수긍했고, 교체를 받아들였습니다.

로버츠 감독은 “지난 두 등판에서 꽤 많이 던졌다. 4일 휴식 후 정상적인 등판이지만, 낮 경기인 데다 고도가 높은 곳임을 감안해서 교체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두 번은 당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전력 투구를 펼쳤던 만큼 6이닝 무실점에게 교체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던 것입니다.

류현진도 이날 경기만큼은 선발 투수 역할(6이닝 이상)을 하겠다는 마음가짐보다는 1이닝 1이닝마다 실점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마운드에 올랐고, 공 하나하나에 전력을 다해 투구했음을 알렸습니다. 적절한 교체였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허니컷 투수 코치도 류현진에게 수고했다는 의미로 악수를 했습니다.

그리고 포옹까지.

류현진의 교체 소식이 들리자, 커쇼도 류현진에게 다가와 포옹을 합니다. 쿠어스필드에서 6이닝 무실점은 정말 칭찬받아도 좋을 결과입니다. 힘든 환경에서 혹은 정말 놀라운 피칭을 선보였을 때, 커쇼는 이렇게 꽉 안아줍니다.

그런데 조금 전 악수를 나누고, 포옹까지 했던 허니컷 투수 코치가 또다시 류현진을 보며 주먹을 맞대고,

하이파이브를 다시 한 번 합니다. 입가에 미소가 멈추지 않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표정입니다.

이미 악수에 포옹까지 했는데, 얼마나 좋길래 또다시 하이파이브를 했을까. 해냈다는 성취감이 포함된 기쁨이었습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류현진의 통역을 담당하고 있는 브라이언은 이번 쿠어스필드 등판을 앞두고 허니컷 투수 코치가 많은 신경을 썼다고 전했습니다.

모든 게임을 잘 준비한다고 생각했는데, 쿠어스필드에서 유독 결과가 좋지 않아서 허니컷 투수 코치도 내심 신경이 쓰였던 거죠. 그래서 더 철저하고, 세심하게 분석해서 대비했는데 이번엔 제대로 효과를 보게 됐습니다. 그런데 류현진이 생각해낸 느린 슬라이더가 주효했기에 칭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허니컷 코치는 기가 막힌 생각을 해낸 류현진이 기특했고, 또 이 생각을 실천에 옮겨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 류현진이 대견했습니다.

허니컷 투수 코치는 마운드를 내려온 류현진에게 “넌 헛스윙을 공 한 개 차이로 유도하는 스타일인데, 변화구가 밋밋하게 들어가는 쿠어스필드에선 쉽지 않았다. 근데 그 돌파구가 바로 느린 슬라이더였다. 정말 좋은 선택이었고, 잘했다”라고 말했습니다.

허니컷 투수 코치도 감탄한 류현진의 생각. 쿠어스필드에서의 필살기는 느린 슬라이더였습니다.

P.S  다저스 구단은 미국 현지 시각으로 8월 1일 오전에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공식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2019년 7월 14일 LA 다저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경기에서 자책점 변경이라는 내용의 이메일이었습니다. 2자책이 비자책으로 수정되면서 류현진의 ERA는 1.53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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