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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경의 포토카툰] '축구 잘하는 삼촌' 김신욱과의 따뜻했던 이별

구윤경 입력 2019.07.1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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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는 평소보다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전북 김신욱의 상하이 선화(중국) 이적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발걸음이 집중된 것이다. 취재진은 경기 종료 후 믹스트 존에서 처음으로 본인에게 직접 떠도는 루머의 사실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고, 이후 그의 상하이 선화 이적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수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그의 이적 사실을 취재진 보다 훨씬 먼저 확인 한 이들이 있었다. 그의 오랜 팬들이다.



경기를 앞두고 선수단 버스에서 내린 김신욱은 하차와 동시에 익숙한 동생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나눴다. 평소 알고 지내는 사이인 듯 자연스럽게 안부를 주고받던 김신욱은 마지막을 예고하듯 학생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따뜻한 인사를 건넸다.

또 다른 팬에게는 아예 직접적으로 상하이 이적을 언급하며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얼굴로 꽃을 들고 있던 소녀를 발견한 김신욱은 "울지마~ 놀러오면 되지. 상하이에"라며 밝은 얼굴로 그녀를 달랬다. 처음으로 루머가 사실로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취재진에게는 조심스러웠지만 작별인사를 위해 선수단 버스를 기다린 팬들에게는 솔직하게 사실을 털어놓던 김신욱이다. 함께 마지막 기념사진을 찍은 소녀 팬은 김신욱과 인사를 나눈 뒤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김신욱 선수와 소녀 팬이 인사를 나누는 장면은 칼럼 중간에 첨부 된 영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오랜 팬들에게 가장 먼저 이적 사실을 알린 김신욱은 다음으로 그라운드에서 간접적으로 소식을 전했다. K리그1 19라운드 성남FC와 경기에 선발 출전한 김신욱은 전반 16분 선제골을 기록했고, 득점 후 김신욱은 작별을 의미하는 큰절을 올리며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대신했다.

경기 당일까지만 해도 상하이 선화 이적이 진행 중인 상태였기에 전북 구단은 이적을 공식화 하는 것이 조심스러운 눈치였다. 하지만 그에게는 지금이 아니면 시간이 없었다. 경기 종료 후 김신욱은 일반 관중석을 향해 한 번 서포터 석을 향해 또 한 번 큰절을 올렸고, 팬들이 전해준 마이크를 통해 "인간으로서 축구선수로서 많이 성장해서 돌아오겠다"는 마지막 인사를 전하며 이적을 공식화 했다.

팬들과 기념촬영을 마친 김신욱은 이후 관중석으로 다가가 친한 팬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하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축구취재를 하며 참 많은 이별을 지켜봤지만 이토록 정겨운 이별 장면은 처음이었다.

평소 팬 서비스가 좋은 김신욱은 자신의 팬 대부분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아이들 한 명 한 명 이름을 부르며 "ㅇㅇ아, 잘 지내~" "ㅇㅇ야, 놀러 와야 해"라며 따뜻한 인사를 건넸고, 따뜻한 인사는 선수단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계속됐다.

그의 마지막은 마치 가족과 작별하듯 따뜻했다. 뒷모습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데, 전북 팬들에게 그는 좋은 선수이기 전에 좋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상하이 선화로 이적이 확정된 김신욱의 마지막 홈 경기>


그가 처음 전북에 왔을 때만 해도 지금처럼 사랑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거액의 몸값을 받고 이적했지만 전북 색깔에 완전히 젖어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 답답했던 시간을 팬들도, 김신욱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아마 그들이 이토록 끈끈해질 수 있었던 것은 캄캄한 터널을 함께 헤쳐왔기 때문일 것이다.

2016년 전북으로 이적한 김신욱은 시즌 중반이 될 때까지 팀에 젖어들지 못한 채 부진을 겪어야 했다. 

지난 2016년7월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던 날 김신욱은 지금과 꼭 같은 세리머니를 펼쳤다.

2016년7월24일, 결승골을 성공시킨 뒤 서포터석을 향해 큰절을 올리며 눈물을 보이던 김신욱 

2016년 전북으로 이적한 김신욱은 개막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린 뒤 이후 오랫동안 부진을 겪었다. 꾸준히 기회는 주어졌지만 교체로 투입되는 경우가 많았고, 기대했던 폭발력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무더운 여름마저 지나가나 싶던 7월 말 그는 전 소속팀 울산을 상대로 극적인 결승골을 터트리며 드디어 알을 깨고 나왔다.

당시 김신욱은 "시즌 내내 죄송한 마음이 있었다. 밖에서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늘 괜찮다며, 이제 잘하면 된다고 훈련장까지 오셔서 격려해주셨다. 그런 평소 생각들이 세리머니로 나온 것 같다"며 큰절 세리머니에 대한 연유를 설명했다.

김신욱은 그때 받은 사랑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성남과 경기종료 후 김신욱은 "처음 왔을 때 축구도 잘 못하고 참 많이 부족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응원과 사랑 덕분에 많이 성장했다"며 팬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전북에 다시 돌아와서 축구할 수 있도록 개인적으로 그렇게 목표를 삼고 축구 하겠다"며 언젠간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경기장을 나섰다.

2019.3.30 그의 친절함 때문인지 전북에는 유독 그를 응원하는 어린이 팬이 많은 편이다. 
2018.3.18 항상 선수 출입구에서 신욱이 삼촌을 기다리던 꼬마 팬들 
2016.11.27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기념
2018.10.30 K리그1 우승기념
2016.3.12 전북 이적 후 첫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트린 김신욱이 최강희 감독과 오오렐레를 펼치고 있다.  두 사람은 중국 상하이 선화에서 스승과 제자로 다시 재회하게 됐다.

그들에게 김신욱은 단순히 '축구 잘하는 우리 선수'가 아닌 '축구 잘하는 우리 오빠'이자 '삼촌'이었다. 사랑받는 선수는 많지만 이처럼 받은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선수는 많지 않다. 경기장에 도착하면 언제나 팬들부터 챙기던 '축구 잘하는 신욱이 삼촌'을 팬들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그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며 언젠간 웃으면 전주성을 다시 찾는 그날을 기약해본다.

글 사진=구윤경 기자 (스포츠공감/kooyoonk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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