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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구라다] 다저스는 우승할 수 있을까

백종인 입력 2019.09.10.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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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노의 저주를 깬 트레이드

9회 말이 시작됐다. 구장 시계는 벌써 자정을 넘겼다. 피 말리는 접전이었다. 마운드에는 백넘버 42번이다. 최고의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였다. 그가 지킬 스코어는 4-3이다. 그럼 4연승으로 시리즈가 끝난다. 홈 팀은 절망적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희망이 생겼다. 첫 타자(케빈 밀라)가 볼넷을 골랐다. 무사 1루. 테리 프랑코나 감독은 타임을 불렀다. 주자 교체였다. 그럴싸한 턱수염이 벤치를 박차고 나갔다.

투수는 몹시 신경을 쓴다. 견제구 3개를 연달아 쏜다. 턱수염은 아랑곳없다. 오히려 리드폭을 몇 인치 씩 늘린다. 급기야 홈에 던지는 순간이다. 번개가 번쩍였다. 무모할 정도로 용감한 스타트였다. 포수(호르헤 포사다)의 송구도 나쁘지 않았다. 2루에서 뱅뱅 타이밍이다. 판정은 세이프. 턱수염이 주먹을 불끈쥔다. 펜웨이 파크가 떠나갈 뻔했다.

후속 안타로 동점이 됐다. 연장 승부 끝에 홈 팀은 기사회생했다. 2004년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4차전 얘기다. 여기서부터 사상 첫 리버스 스윕이 나왔다. 레드삭스가 양키스를 KO시켰다. 그리고 월드시리즈에서 카디널스를 잡았다. 밤비노의 저주가 86년만에 깨졌다. 계기가 된 턱수염의 도루에는 멋진 이름이 생겼다. ‘더 스틸(The Steal)’이다.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

염소의 저주를 깬 트레이드

턱수염의 이름은 데이브 로버츠다. 석달 전만 해도 다저스 선수였다. 7월 31일에 빨간 양말을 갈아신었다.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꽉 채운 날이었다.

저주를 깬 이적은 또 하나 있다. 2016년이었다. 7월이 일주일도 안 남았다. 컵스가 급히 구인 공고를 냈다. '집 나간 마무리를 찾습니다.' 큼직한 매물이 떡~ 하니 나왔다. 아롤디스 채프먼이었다. FA를 앞둔 창고 대방출이었다.

"얼마면 돼."

"4명은 줘야지."

"4명? 누구?"

"(외야수) 카일 슈와버 하고 기타 등등." 슈와버는 팜의 최고 유망주였다.

"슈와버는 안돼. 대신 다른 애 줄게. 그레이버 토레스."

"토레스? 오케이. 딜."

그렇게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그리고 채프먼은 그 해 가을 드라마 작가로 전업했다. 리글리 무대에 스릴러 시리즈를 연재했다. 몇 차례 블론으로 시카고를 오싹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어쨌든 머피(염소)의 저주를 푸는 데 큰 역할을 맡았다.

'더 스틸'의 데이브 로버츠와 채프먼의 트레이드. 2개의 저주를 푼 마술사는 테오 엡스타인(단장, 사장)이었다.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

구매자 다저스의 실패한 선택들

2년 전이다. 시장에 저스틴 벌랜더가 나왔다. 치열한 전쟁이 났다. 가을 성애자들간의 암투다. 가격이 치솟았다. 다저스도 응찰했다. 며칠 뒤 인보이스를 받았다. 이름 2개가 적혔다. 워커 뷸러와 알렉스 버듀고였다. 답은 뻔했다. "No way." 벌랜더의 행선지는 휴스턴이 됐다.

다저스는 플랜B를 택했다. 다르빗슈 유였다. 공교롭게도 그 해 월드시리즈는 두 팀이 만났다. 둘 다 소름끼치는 활약은 없었다. 그래도 벌랜더가 다르빗슈 보다는 훨씬 나았다. 반지 2개(우승, 결혼)는 모두 그의 차지였다.

이번 여름도 비슷했다. 다저스는 또 구매자가 됐다. 사야할 목록은 불펜이었다. 해적선에서 매물이 나왔다. 좌완 마무리 펠리페 바스케스였다. 역시나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유망주 2명은 줘야했다. 가빈 럭스, 더스틴 메이, 키버트 루이스 같은 이름이 거론됐다. 이제 막 떠오르는 신상(?)들이다.

방침은 변하지 않았다. 미래를 희생하는 보강은 결제되지 못했다. 대신 애덤 콜라렉을 얻는 것으로 그쳤다. (타자는 제드 저코.)

인턴이 만들어준 리스트 하나

다시 2004년으로 돌아가자. 턱수염의 'The Steal' 때다. 아슬아슬한 도루가 성공하는 순간이다. 관중석 한 켠, 감회에 젖은 표정이 있었다. 테오 엡스타인 단장이다.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데이브(로버츠)가 2루를 딛고 일어서는 순간 불현듯 7월 31일이 생각났어요. 우린 정신없이 바빴어요. 노마(가르시아파라)를 정리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죠. 와중에 얼핏 그 생각이 들었어요. '대주자가 필요할 것 같은데.' 옆에 있던 인턴에게 부탁했어요. '이봐 잭, 리스트 좀 만들어줄래?' 잠시 후 잭이 명단을 가져왔어요. 맨 위에 로버츠의 이름이 있었죠. 그리고 거의 마감시간 무렵이었어요. 다저스에서 그를 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속으로 '와우'를 외쳤죠."

엡스타인의 얘기는 계속됐다.

"맞아요. 아직도 잭의 리스트가 선명하게 떠올라요. 엄청난 그 장면은 아주 사소한 작은 것에서 출발했죠. 정말 위대한 팀워크였어요."

(* 2004년 인턴의 이름은 잭 스캇이다. 그는 여전히 레드삭스에서 일한다. 현재는 수석 부사장 겸 부단장이다. 8일 해임된 데이브 돔브로스키 사장의 후임을 맡은 경영자 그룹 3인 중 한 명이다.)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

실패와 성공의 의미

다저스의 (운영부문) 사장은 앤드류 프리드먼이다. 탬파베이 시절 별명은 '프기꾼'이다. 신출귀몰한 트레이드 솜씨 덕이다. 데려오면 잘 되고, 내보내면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이력은 한계를 만났다. 우승 경력이다. 그건 치밀한 계산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동물적인 직관, 과감성이 필요한 지 모른다. 늘 엡스타인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코디 벨린저, 워커 뷸러, 알렉스 버듀고, 윌 스미스, 가빈 럭스, 더스틴 메이, 키버트 루이스…. 프리드먼 사장이 지킨 다저스의 미래들이다. 1, 2년간 활짝 꽃 피고 있다. 그러나 미완성이다. 우승이라는 최종 목표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6년 염소의 저주를 풀 때다. 엡스타인은 마무리 채프먼에 올인했다. 양키스에 넘겨준 유망주는 4명이었다. 그 중에 그레이버 토레스(내야수)가 핵심이었다. 당시는 무명이었다. 그러나 나간 뒤에 제대로 터졌다. 2018~2019년 연속으로 올스타에 선발될 정도였다.

하지만 그걸 실패한 트레이드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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