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현장] "아이고~ 힘들다" 기진맥진한 류현진의 한 마디

조회수 2019. 5. 27. 16:12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아이고 힘들다~”

볼넷은 없었지만, 2회부터 이닝마다 주자를 내보내며 힘겨운 싸움을 했습니다. 지난 26일(한국 시각) PNC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6이닝 동안 10피안타 3탈삼진 2실점을 기록.

시작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습니다. 1회는 공 7개로 삼자범퇴. 선두 타자 프레이저를 초구로 잡고, 레이놀드와 마르테는 연속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웠습니다. 공 7개가 모두 스트라이크 존에 꽂혔고, 깔끔한 무실점 행진이었습니다.

하지만 6이닝을 마친 류현진은 기진맥진한 모습이었습니다. 온몸의 힘이 다 빠져 버린 듯 펜스에 고개를 숙여 숨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시작은 좋았지만 2회부터 매 이닝 안타를 허용하며 위기에 몰렸고, 이를 최소 실점으로 막아내느라 에너지를 모두 쏟아부은 상태였습니다.

버두고는 관중석 어딘가를 계속 바라봤습니다. 류현진의 아내 배지현 씨를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교체되면 늘 관중석의 아내, 가족을 보며 손 인사를 했던 류현진이기에 버두고도 류현진의 아내를 찾았습니다. PNC파크는 다저스 더그아웃 바로 옆에 가족석이 마련돼 류현진이 아내와 직접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습니다.

숨을 좀 돌린 류현진은 곧바로 고개를 들어 밝은 모습으로 아내를 바라봅니다. 안도와 개운함이 섞인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아이고~ 힘들다”라며 한마디 합니다. 어려운 경기였지만, 잘 막아냈다는 의미였습니다.

아내와의 대화가 계속 이어집니다. 아내 배지현 씨는 어려운 경기 운영이었지만, 2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한 류현진에게 수고했다며 박수를 보내고, 엄지를 치켜세우며 신랑 류현진에게 힘을 보탰습니다. 아내의 응원과 격려에 류현진은 고됨이 싹 사라지는 듯했습니다.

류현진은 “정말 어려운 경기였다”라고 말했습니다. 제구가 살짝 흔들리기도 했지만, 상대 타자들이 적극적으로 승부하는 상황이라 안 좋은 상황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더 실점을 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고, 이닝을 막아냈습니다.

또한 “중요한 건 볼넷이 없었기 때문에 안타를 맞았어도 실점을 많이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라며 볼넷을 허용하지 않고, 2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해 7승을 따낸 것에 만족해했습니다.

잘 되지 않는 날이 있습니다. 시즌 3할을 기록하는 타자도 어느 날은 5타수 무안타를 기록하기도 합니다. 이날 류현진은 안타를 10개나 허용했고, 이닝도 6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했습니다. 퀄리티 스타트(선발 투수가 6이닝 이상 던지고, 3자책점 이하로 막아낸 경기)만 해도 준수한 피칭으로 평가하는데, 류현진이 시즌 초반 보여준 피칭은 워낙 뛰어나 6이닝 2실점도 시시해 보이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비 예보가 있어 1시간 45분가량 늦게 시작한 경기. 류현진은 워밍업을 하던 중 경기 지연 소식을 듣고 다시 클럽하우스로 들어갔습니다. 상대 투수 머스그로브는 이미 경기 지연 소식을 듣고 워밍업 자체를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루틴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선발 투수에게 이 같은 상황은 반갑지 않습니다.

류현진도 이 부분이 어려웠음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선발 투수가 극복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여 설명했습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 몸을 푼 상태에서 2시간 정도 대기를 하다 보니 어려움은 있었는데, 미국에선 이런 일이 종종 있기 때문에 선발 투수가 겪어나가야 할 임무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날 경기에선 조시 벨과 류현진의 맞대결이 관심을 끌었습니다. 현재 메이저리그 타자와 투수 부분에서 상위에 랭크 된 선수들이기에 둘의 맞대결에 관심이 쏠린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습니다.

조시 벨과의 첫 번째 승부에선 류현진이 2루타를 내줬습니다. 류현진도 조시 벨을 의식했는지, 초구와 두 번째 공이 모두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났습니다. 이때 조시 벨은 세 번째는 공략할 수 있겠다 싶어 강하게 배트를 휘둘렀고, 중전 2루타로 연결됐습니다.

2루에는 조시 벨, 타석에는 카브레라가 류현진을 상대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야수 선택(포수)으로 카브레라는 진루를 했고, 2루 주자 조시 벨은 3루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실책이 일어났습니다.

포수 실책으로 3루주자 조시 벨은 홈을 밟았고, 류현진은 실점하게 됐습니다. 야구팬들 사이에서 설왕설래했던 자책점.

포수 실책으로 실점을 하고, 그 이후에 실점 없이 세 타자를 잡았다면 비자책으로 기록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류현진은 무사 2루에서 서벨리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하고, 그다음 타자 콜 터커에게 적시타를 허용했습니다. 포수의 실책이 없었더라도 무사 1, 3루 상황에서 두 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하면 2실점은 투수의 자책이 된다는 판단입니다.

류현진은 3루에서 아웃된 거 아니냐는 제스처를 취해보지만, 공이 빠지면서 세이프됐고, 조쉬벨은 재빨리 홈으로 향했습니다.

다시 한번 땀을 닦는 류현진. 쉽지 않은 경기 운영이었습니다.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피츠버그 타자들이 힘들었고, 약간 흔들린 제구도 애를 먹었습니다.

그런데, 분위기 전환되는 결정의 순간이 펼쳐졌습니다.

4회초 2사 1루에서 타석에 오른 류현진은 풀카운트 승부를 펼치다 조 머스그로브의 7번째 공을 받아쳐 우중간 담장으로 날려 보냈습니다. 아쉽게도 담장을 넘기지는 못했지만, 2-2 팽팽한 승부에서 나온 멋진 결승타였습니다.

류현진은 잘 때렸다고 생각은 했지만, 각도가 높지 않아 홈런일지는 확실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펜스를 맞고 떨어진 타구로 인해 2루에서 멈춰야 했지만, 이날의 결승타였습니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의 승부처를 조쉬 벨을 병살로 잡은 순간을 꼽았습니다. 그리고 류현진 등판 때마다 특급 도우미 역할을 했던 코디 벨린저의 호수비에도 엄지를 치켜세웠습니다.

류현진 등판 때마다 엄청난 집중력을 보이며 공수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벨린저는 이날도 쉬어가지 않았습니다. 6회말 2사 3루에서 담장을 향해 뻗은 엘모어의 타구를 벨린저가 잡아냈습니다.



공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점프한 벨린저는 공을 잡은 뒤, 팔을 들어 올리며 이닝을 끝냈음을 알렸습니다.



류현진은 혀를 내두르며 벨린저 호수비에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벨린저에게 고마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로버츠 감독고, 류현진도 벨린저의 호수비를 칭찬하고 나섰습니다. 로버츠 감독은 펜스에 부딪히면서 타구를 잡은 장면은 벨린저의 집중력이 만들어낸 결과이며, 득점을 막은 중요한 플레이였다고 극찬했습니다.



평소보다 어렵게 경기를 풀어갔지만, 안타를 10개나 허용하면서도 실점을 최소화한 것 또한 류현진의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으로 평가받습니다. 야수들의 수비 도움도 있었지만, 6이닝까지 흔들리지 않고 선발 투수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에너지를 쏟아부었던 류현진. 그래서 그는 “아이고 힘들다”라고 말을 하면서도 해냈다는 뿌듯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류현진의 ERA는 1.65로 여전히 메이저리그 전체 1위입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