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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경의 포토카툰] 여자축구의 도전, 웃음기 쏙 빼고 프랑스로 간다

구윤경 입력 2019.05.22. 16:33 수정 2019.05.22.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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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화기애애'라는 단어가 어울렸던 여자 축구대표팀의 훈련장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그녀들이 머문 파주NFC는 그 어느 때보다 조용했다. 웃음소리는 사라졌고, 코칭 스태프의 목소리는 높아졌다. 세 번째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 그들은 어느 때보다 진지하다.

훈련 전 러닝으로 몸을 푸는 여자 축구대표팀 

초반 몸풀기 게임을 하는 잠깐이 그녀들의 미소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15분 정도의 짧은 몸풀기 시간이 끝나면 지나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진짜 훈련이 시작됐다. 그룹별로 끊임없이 공수를 오가며 달리기를 반복했고, 숨을 고를 수 있는 1분의 휴식이 끝나면 다시 고강도 훈련이 반복됐다.

*아래 훈련사진은 지난 일주일 간 지켜본 여자 축구 대표팀의 훈련을 시간순서와 관계없이 나열한 것이며, 최종 명단을 발표하기 전에 진행된 훈련으로 최종명단에서 제외된 선수가 포함돼있습니다.


별도로 표시한 작은 공간 내에서 선수들은 그룹별로 나뉘어 바쁘게 골을 만들어 냈고, 골이 성공되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볼이 투입돼 선수들은 득점과 동시에 뒤돌아 다시 달렸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지체했다가는 윤덕여 감독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호랑이 선생님'으로 변신한 윤덕여 감독

훈련장 분위기가 이토록 달라진 것에는 선수들에게 자상하기로 유명한 윤덕여 감독이 '호랑이 선생님'으로 변신한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김정찬 코치가 훈련을 이끌어 가면 윤 감독은 조용히 선수들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있다가도 흐름이 느슨해진다 싶으면 곧바로 호통을 쏟아냈다.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악역을 자처한 것이다.

일주일 동안 지켜본 훈련에서 윤덕여 감독은 항상 같은 포즈로 선수들을 매섭게 지켜봤다.


많은 시간 윤덕여 감독의 훈련을 지켜봤지만 지금같은 모습은 없었다. 감독님과 오랜 시간 함께 훈련한 김혜리는 "요즘 정말 힘들게 훈련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지금보다 더 힘들게 훈련했다"며 훈련 강도가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월드컵과 비교해 어떻냐는 질문에 "그때도 힘들게 훈련했지만 지금 만큼은 아니었다. 연습경기가 없는 날은 오전, 오후 훈련을 다 소화하는데 정말 힘들다"며 손사래를 쳤다.


#숨이 턱에 차도록 뛰고, 또 뛰는 선수단

유럽 강호 프랑스를 시작으로 나이지리아, 노르웨이를 차례로 만나야 하는 만큼 윤덕여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호랑이'로 변신한 윤덕여 감독을 제자들이 잘 따라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주 파주는 한 여름 처럼 더웠다. 하지만 몇몇 선수는 일부러 긴 팔, 긴 바지를 입고 힘듦을 자처했다.

쉬는 시간이 주어지면 선수들은 조용히 물만 들이켰다. 




#능곡고와 연습경기에 3-1로 가볍게 승리

힘들게 훈련한 효과는 연습경기에서 바로 나타났다. 30분씩 3쿼터로 나뉘어 진행된 능곡고와 연습경기에서 여자 대표팀은 경기 내내 우위를 점하며 3대1로 승리했다. 이날 훈련장에는 선수단을 격려하기 위해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을 비롯 김판곤 부회장, 최영일 부회장, 홍명보 전무이사 등 축구협회 주요 인사들이 자리해 더욱 뜻깊은 결과였다.

연습경기 전 선수단은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서 축구클럽 승합차 추돌사고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두 어린이를 위한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선제골을 성공시킨 문미라와 축하를 나누는 이영주



# '여자축구 봐달라'는 감정 호소는 이제 그만

많은 이들이 여자축구가 발전하지 않고 제자리걸음 중이라고 비판하지만 분명 여자축구는 발전하고 있다. 선수들의 실력도, 팬들의 관심도 마찬가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자축구와 관련된 기사에 응원 댓글만 수두룩했다. 하지만 최근 여자 대표팀 기사에는 그녀들을 비판하는 댓글이 꽤 많이 늘었다. 기본기, 패스미스 등 선수단 전체를 지적하는 내용부터 선수 개인에 대한 비판, 전술적인 부분까지. 듣는 입장에서는 속상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팬들의 관심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잘 모르면 욕도 할 수 없는 법이다. 팬들은 이제 그들을 잘 몰라서 '잘하고 오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던 그때와 눈높이가 달라졌다.

2019 프랑스 여자월드컵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여자 축구대표팀이 5월21일 전지훈련지인 스웨덴으로 떠나기 전 승리를 다짐하며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한 축구팬은 여자 대표팀 훈련 기사에 '지난 아이슬란드와 평가전을 직관하면서 기본적인 볼 컨트롤 조차하지 못해 패스미스를 반복하는 선수들에게 실망했다'는 냉정한 평가를 남겼다. 최종 명단 발표 이후에는 골키퍼 선발이나 탈락한 선수에 대해 의문을 제시하는 팬들이 꽤 많이 늘었다. 평소 WK리그를 챙겨봤기에 내릴 수 있는 평가였다.

팬들의 관심과 지식은 달라지고 있다. 부디 선수들도 그 관심에 보답할 수 있는 노력을 보여주길 바란다. 여자축구를 사랑해 달라는 막연한 감정호소는 더 이상 팬들도 원치 않는다. 우리의 축구가 재밌음을 몸소 보여주는 것이 백 마디 감정호소 보다 훨씬 더 설득력 있는 일이다.

월드컵은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다. 부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2019 프랑스 여자 월드컵 대표 명단>

GK: 강가애(구미스포츠토토), 정보람(화천KSPO), 김민정(인천현대제철)

DF: 김도연, 김혜리, 신담영, 장슬기, 임선주(이상 인천현대제철), 정영아(경주한수원), 이은미(수원도시공사), 황보람(KSPO)

MF: 강채림, 이영주, 이소담(이상 현대제철), 강유미(KSPO), 문미라(수원도시공사), 조소현(웨스트햄), 이민아(고베 아이낙)

FW: 손화연(창녕 WFC), 지소연(첼시), 정설빈(현대제철), 여민지(수원도시공사), 이금민(한수원)

<한국 대표팀 A조 조별리그 일정> 한국시간

1차전 한국-프랑스 (6월 8일 오전 4시·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

2차전 한국-나이지리아 (6월 12일 오후 10시·그르노블 스타드 데 알프스)

3차전 한국-노르웨이 (6월 18일 오전 4시·랭스 스타드 오귀스트 들론)

글 사진=구윤경 기자 (스포츠공감/ kooyoonk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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