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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구라다] 강정호 홈런 1위에 괜히 초치는 소리

백종인 입력 2019.03.17.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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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넘겼다. 벌써 5개째다. 카운트 3-1에서 5구째였다. 만만한 공은 아니었다. 먼 쪽으로 제법 잘 제구된 91마일짜리였다. 그러나 용서가 없었다. 단호한 스윙에 걸린 타구는 순식간에 레컴파크 담장 너머로 사라졌다. 엄청난 파워가 실린 강렬한 타구였다.

정확도는 겨우 .200에 불과하다. 25번 타석에서 안타는 5개 뿐이다. 경이로운 것은 그게 모두 펜스를 넘었다는 점이다. 벌써 종반인 시범경기 홈런 레이스에서 맨 앞 자리가 됐다. 애런 저지를 포함해 합승자가 3명이다. 하지만 타석수(35, 28, 25)를 따지면 효율성은 최고다.

거의 2년을 통째로 쉰 게 맞나 싶다. 컴백 무대가 너무나 화려하다. 덕분에 찬사가 쏟아진다. 해적들에게는 귀인이나 다름없다. 절실한 장타 갈증을 해소시켜주기 때문이다.

캠프 초반만해도 반신반의했다. 아름답지 못한 공백 탓이다. 길어도 너무 길었다. 제 자리 찾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예상이었다. 당장 개막 25인에 살아남을 지가 의문이었다. 잘해야 3루 백업 정도로 여겼다. 그런데 이제는 달라졌다. 3월 28일(현지 개막일) 1회부터 뛴다해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다.

오히려 승진설까지 돈다. 유격수 대세론의 등장이다. 피츠버그 지역 언론이 모닥불을 피운다. 급기야 닐 헌팅턴 단장까지 소환됐다. <피츠버그 포스트 가제트>에 이런 멘트가 실렸다. "강정호와 유격수에 대해 얘기해보는 것은 분명히 고려해 볼 만한 일이다."

그의 복귀에는 여러 시선들이 담겼다. 놀라움의 이면에는 못마땅함, 불편함의 비중도 상당하다.

그러나 일단 감정적인 요소를 제외해보자. '그야말로 재능은 타고 났다.' '2년 쉰 거 맞냐?' '전형적인 개업발이다. 저러다 말거다.' '시범경기 아니냐. 호들갑 떨 필요 없다.'

그런 말들에는 잠시 귀를 닫자. 그리고 (어렵게 복귀했다는) 극적인 배경도 마찬가지다. 일단 접어두자.

오로지 기록의 관점만 따져보자. 그리고 이런 논술 문제를 받았다치자. '과연 지금의 솔로 홈런 5개는 어느 정도 가치를 지닌 스탯인가.'

홈런 30개 내야수 크론의 DFA

윈터미팅은 아직 두어 주 남았다. 그러니까 작년 11월의 일이다. 깜짝 놀랄 발표가 있었다. 선수 한 명을 DFA로 처리한다는 내용이었다. 발신지는 템파베이였다.

먼저 한가지 전제한다. <…구라다>가 진저리치는 게 있다. 영어, 그리고 골치 아픈 전문 용어다. 하필이면 DFA에는 두 가지가 모두 섞였다. 그래도 어쩌랴. 먹고 살자면 별 수 없다.

DFA. Designated For Assignment의 약자다. 우리한테는 없는 생소한 개념이다. 때문에 번역도 매체마다 제각각이다. 양도지명, 양도선수지명, 방출대기, 계약양도…. 한국말로 들어도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예전에 트윈스가 미네소타 주민 박병호의 이름 뒤에 이런 용어를 붙인 적 있다.)

쉽게 얘기하면 내놓은 선수다. 40인 로스터를 정리할 때 쓰는 방식이다.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자원을 제외시키는 조치다. 물론 다른 팀이 데려가도 된다는 뜻이다.

당시 템파베이가 버린 선수는 C.J. 크론이었다. 우리 팬들은 다행이라고 했다. 최지만의 경쟁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그의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충격이었다. 그 해 홈런 30개를 친 28살짜리 1루수(지명타자)를 아무렇지 않게 내보냈다는 사실 탓이다. 아무리 가오리들이 독특하게 운영되는 조직이라고 해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또 다른 예가 있다. 샌디에이고에 살던 멕시코 출신 크리스티안 비야누에바다. 작년 4월을 뜨겁게 보낸 3루수였다. 한 달 동안 8개의 홈런을 쳤다. 그 중 하나는 다저스 99번 투수의 커터를 걷어올린 것이었다. 그 때만해도 신인왕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이후 내리막을 탔다. 결국 8월에 손가락 골절로 시즌 아웃됐다. 110경기에 타율 .236이 최종 기록이다. 그래도 홈런은 20개를 채웠다.

그러나 파드리스는 싸늘했다. 아직 27세의 싱싱한 3루수는 더이상 빅리그에 설자리가 없었다. 더 많은 기회를 찾아 일본으로 떠나야 했다. 200만 달러의 조건으로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뛰기로 했다.

20홈런 타자 - 2014년 52명에서, 2018년은 100명으로

시대가 변했다. 불과 얼마 전만해도 홈런은 보증 수표였다. 20~30개 정도 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주전 자리, 중심 타선은 당연했다. 대형 장기 계약도 기대할만했다.

그러나 바야흐로 플라이볼 혁명의 시대다. 모두들 공을 띄우는 데 몰입한다. 숨어지내던 레그킥들이 활개치기 시작했다. 홈런 숫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4년에 20홈런 이상 타자는 ML 통틀어 52명에 불과했다. 이게 4년후인 2018년에 100명으로 늘어났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팀당 3.3명씩은 분포하는 셈이다.

'한방'은 더 이상 많은 걸 보장해주지 않는다. 그거 하나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이다. 점차 다양한 능력이 요구된다. 전방위적인 운동 능력과 고른 스탯관리가 필수적이다. 수비력은 기본이다. 코너 내야수(1루, 3루)에게는 더 혹독한 기준이 요구된다.

물론 아직 시범 경기다. 판단에는 이른 시점이 맞다. 게다가 사연 많은 복학생이다. 방황을 마치고, 어지럽고 먼 길을 돌아왔다. 후유증 속에서도 눈부신 3월을 보내고 있다. 덕분에 5개의 홈런은 더욱 인상적이고, 드라마틱해 보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기록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리 없다. 정확도(타율 .200)와 삼진 숫자(25타수 13K)는 문제가 많다. 애덤 던, 마크 레이놀즈, 조이 갈로와 비슷한 길을 가는 느낌이다.

다시 C.J. 크론의 얘기를 해보자. 레이스가 내보낸 30홈런 타자 말이다. 그의 작년 연봉은 500만 달러였다. 홈런 숫자에 비하면 크다고 보기 어려운 액수다. 하지만 템파베이는 그 정도 투자 가치도 인정하지 않으로 했다. 다른 팀도 마찬가지였다. 선뜻 나서는 구단이 없었다. 결국 미네소타와 어렵게 타협점을 찾았다. 480만 달러로 약간 삭감된 액수였다. 그것도 겨우 1년짜리 계약이었다.

돌아온 해적선 3루수도 비슷하다. 올해 연봉 최대치는 옵션 포함해 550만 달러다(보장 300만 달러). 만약 시범경기의 숫자가 시즌에서도 구현된다고 치자. (홈런과 삼진의 동반 증가, 그리고 타율의 하락)

메이저리그라는 시장이 크론이나 비야누에바 때와는 다른 가치를 인정해줄 것인가? 그런 기대는 쉽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