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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훈기의 스페셜야구]MLB의 변화 시도에 대한 소견

민훈기 입력 2019.02.0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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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 투수 3타자 상대, 20초내 투구, 지명 타자 전면 확대 등 변화의 물결이 올해도 계속될 전망

전임 MLB 커미셔너 버드 셀릭은 미국 프로야구를 큰 틀에서 많이도 바꿔 놓았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외형적 변화는 ‘인터리그’와 ‘와일드카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야구 전통주의자들의 숱한 비난을 받았던 변화시도였지만 결국은 흥행 카드로 성공하면서 두 제도 모두 점점 더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AL과 NL의 챔피언들이 한 시즌에 딱 한 번 만나는 월드시리즈 대결의 희소성은 수많은 인터리그 경기로 분명히 퇴색했습니다. 그러나 팬들에게 볼거리를 자주 제공하면서 TV와 광고가 따라붙는 실리적인 이득을 확실히 보고 있습니다. 와일드카드 역시 조 챔피언 외에도 가을 잔치에 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확대가 시즌 막판의 접전과 아울러 자연스런 팬들의 관심을 이끌고 있습니다. 역시 비즈니스로는 성공적인 시도이자 제도로 자리 잡았습니다.


셀릭의 후계자인 랍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조금 더 세밀한 부분에 대한 급격한 변혁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경기의 빠른 진행에 수년째 집중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졌고, 그 와중에 과거에는 뒤에서 웅성웅성 얘기는 있었지만 절대 실현될 것 같지 않았던 규정 변화 등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고의 볼넷 시 수신호로 타자를 1루로 보내는 일은 과거 도저히 용납될 수 없던 일이었지만, 결국은 상징적인 스피드업의 새 규정이 됐습니다.


올 겨울에도 MLB 사무국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파트너인 선수노조에 보낸 제안은 역시 파격적인 내용들이 담겨 있습니다. 과연 현실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늘 미지수라고 여기던 것들이 현실로 이루어졌기에) 그 내용들을 살펴보고 나름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KBO리그에서도 분명히 참고할 부분이 있을 것이고, 동시에 우리의 야구 문화에 맞지 않으면 적용하지 말아야할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1252경기 출전으로 MLB 투수 최다 출장 기록의 제시 오로스코는 커리어 후반 좌타자 스페셜리스트로 명성을 떨쳤습니다. 


원포인트 구원투수의 소멸


가끔 우리 팬들에게도 빈축을 사는 야구의 일부분이 소위 ‘좌우놀이’입니다.

경기 후반 치열한 상황이 전개되면 왼손 타자를 상대하기 위해 왼손 투수를 등판시키고 곧바로 다시 투수를 교체하는 일은 MLB나 KBO나 빈번히 보는 현상입니다. 오른손 타자대 오른손 투수 역시 왼손보다는 덜 빈번하지만,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순간에는 역시 한 타자용, 즉 우완 원포인트 릴리버의 등판을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스페셜리스트’라는 표현으로 미화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투수 교체는 필연적으로 시간이 걸립니다. 한 이닝에 두, 세 명에서 많게는 너 댓 명의 투수가 등판하는 일까지 발생하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다보니 로스터에도 투수의 비중이 점점 늘어납니다. 과거 25인 로스터에는 10-11명의 투수가 있었지만 요즘은 12명 심지어 13명의 투수로 꾸려갈 때도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MLB는 ‘마운드에 오르면 적어도 한 명의 타자를 상대해야 한다.’는 현 규정을 ‘최소 세 명의 타자 상대’로 바꾸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평균 8명까지 치솟은 경기당 출전 투수의 수가 당연히 줄어들 것이고, 그것은 경기 단축으로 이어질 것도 명백합니다. 다만 어떤 규정과 규칙 변화도 ‘야구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다!’는 기준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점은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왼손 구원 투수를 올려 상대 3번 좌타자를 막았는데, 4번 최강 우타자도 계속 상대하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요즘 야구에 익숙한 관계자나 팬이라면 고개를 저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봅니다. 승리와 직결될 수 있는 순간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돌이켜보면 토니 라루사 감독 이전에는 왼손 스페셜리스트나 원포인트 릴리버라는 개념도 사실 없었습니다.

선발 투수라면 ‘항상 경기를 나의 손으로 마무리 한다.’는 것이 당연히 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5명이 아닌 4선발 로테이션도 그다지 먼 과거의 일이 아닙니다. 이 규정은 굵직굵직한 야구를 할 수 있고,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썩 내키지는 않지만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것이 기자의 입장입니다. 경기 개시 4시간 반이 흐른 후 팀의 10번째 투수가 등판하는 것을 보는 일은 사실 끔찍합니다.


다만 왼손 원포인트 구원 투수들과 전체적으로 불펜 투수들이 타격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농후한 가운데 선수노조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입니다.


20초 안에 투수가 공을 던져야 한다는 규정의 도입은 여러 면에서 야구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시계의 도입


야구의 묘미 중 하나는 정해진 시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양 팀에게 똑같이 27개의 아웃 카운트가 주어지며, 진행 내용에 따라 2시간30분에도 끝나고 때론 4시간30분이 넘게 걸릴 수도 있는 게 야구입니다. 무승부가 없다는 MLB 규정까지 더해져 야구는 때론 시간을 초월한 경기라는 느낌마저 줍니다.

정해진 시간 내에 공격을 시작하고 마쳐야 하는 풋볼이나 농구 등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확연합니다. 축구도 연장전 규정이 있긴 하지만 일단 정해진 90분 내에 승부를 결정지어야 합니다.


그러나 경기 빠른 진행을 위해서 MLB는 ‘20초 내 투구 규정’을 꽤 오래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이미 실험적으로 이 규정을 적용했고, 경기 시간 최다 15분 단축이라는 상당한 효과도 보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MLB의 투구 당 평균 시간이 24초를 넘겼다는 통계를 보면 20초룰이 적용만 된다면 경기 시간 단축에 가장 효율적인 규정일 수 있습니다.


‘포수가 투수에게 공을 넘겨준 후 20초 안에 투구를 해야 한다.’는 이 규정은 늘어지는 액션을 어느 정도 방지한다는 점에서도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야구는 여백이 많은 스포츠여서 그것 자체가 묘미이기도 하지만, 3시간 남짓 경기 중에 실제 액션이 벌어지는 순간은 15분 전후이고 1시간 정도를 각종 교체와 준비 과정에 쓴다는 점을 감안하면 줄일 수 있는 부분은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탐탁지 않은 수비 시프트의 너무 잦은 적용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은 마음에 듭니다. 시프트의 효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지만(경기당 0.0147점을 막는다는 통계도 있지만, 시프트로 인해 손해 보는 실점 통계는 없습니다.) 2017시즌에 전년 대비 조금 줄어들었던(2만7181번) 시프트는 2018시즌 사상 최초로 3만 번을 넘었습니다. 총 18만2977타석에서 시프트가 걸린 것은 3만1826번으로 무려 17,4%에 달했습니다.


만약 ‘20초룰’이 적용된다면 과도한 시프트는 투수들을 서두르게 만들고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시프트 자체를 금지할 수 없다면 20초룰은 경기의 빠른 진행과 과도한 시프트 억제라는 두 가지 토끼를 잡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마운드에서 지나치게 시간을 끄는 투수는 야구에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물론 긴장된 순간에 투수들의 투구에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되지만(작년 MLB 투구 타임이 느린 상위 26명이 모두 구원 투수) 20초룰은 적용해볼만 하다고 봅니다.


1973년 양키즈의 블롬버그는 사상 최초의 DH가 됐습니다. 이제 NL까지 지명 타자제도를 넓히자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지명 타자 전체 적용


MLB에 지명타자(designated hitter DH)가 도입된 것은 1973년입니다.

아메리칸리그(AL)에서만 투수 타석에 타자를 투입한다는 새 규정을 적용한 것입니다. 그 후 대부분 아마추어나 프로리그에서도 DH가 퍼졌습니다. 현재 미국 내셔널리그(NL)와 일본 NPB의 센트럴리그 정도가 DH 제도를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전면 DH 도입 제안이 나온 것은 사실 의외입니다.

우선 타격이 허접한 투수 대신에 대부분 장타력이 위협적인 지명 타자가 타순에 포함된다는 것은 상대 투수진에 위협일 뿐 아니라 경기 시간이 자연스럽게 조금이라고 늘어날 것이라는 상식적인 추론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때론 상식적인 추론이라고 여겨지는 것이 꼭 맞아 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USA투데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4년간 가장 오래 걸린 경기 37번 중에 AL 경기는 19번으로 절반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더블 스위치 등의 복잡한 선수 교체를 줄어들 것이고 홈런은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경기 흥미적인 면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MLB 사무국이 할 수는 있습니다.


선수노조로서는 이를 반대할 이유는 없습니다.

반쪽짜리 선수(수비가 안 되는)나 나이 들어 수비 위치를 확보하기 어렵지만 여전히 방망이가 살아있는 선수들에게 직업 연장의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AL에서 첫 DH 도입했을 당시에도 밀려나는 베테랑 타자들을 위한 제도였다는 비난 혹은 분석이 있었고, 그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전면 DH에는 반대입니다.

야구는 원래 투수도 함께 타석에 서는 경기로 시작됐고, NL 경기의 오밀조밀한 작전의 재미도 쏠쏠합니다. 그리고 때론 기대치 않았던 투수의 한 방이 주는 짜릿함 역시 NL 야구의 묘미입니다. 오히려 AL에도 DH를 없애고 전면 투수도 타격 제도가 도입되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투수의 타격은 비즈니스 논리에 밀릴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류현진의 안타를 볼 날이 많이 남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함께 도모하는 발전


MLB가 꾸준히 여러 가지 변화를 도모하는 가운데 한국프로야구가 눈여겨 볼 대목은 MLB와 선수노조가 같은 방향을 보면서 협업을 이어간다는 점입니다.

물론, 비즈니스 이해의 상충은 분명히 있습니다. DH의 경우 거액 연봉자가 늘어날 수 있기에 구단으로서는 그다지 선호하는 제도는 아닐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과거 구단주들이 DH 제도를 없애자는 제안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과거 혹독한 불협화음의 과정을 거쳐 MLB에는 경기의, 야구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협의하고 양보하고 이해하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구조가 구축돼 있습니다.


한 시즌 162경기를 치르면서도 KBO리그보다 적은 25명 로스터를 고집하고 있는 이유 중에는 역시 구단의 경제적인 부담 이유가 있지만, 그 역시 야구라는 대의를 위해서라면 양보할 수 있다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구단의 부담이 조금 늘더라도 로스터가 26명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보입니다.

20초룰이 도입된다면 당장 일부 투수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지만, 논의를 거듭하다보면 야구의 인기를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룰 수도 있습니다. 사치세 도입이나 수입공유제 역시 각 선수 개인이나 구단보다 야구의 공생이 더 우선시 돼야 한다는 데 마음이 일치됐기 때문이었습니다.


끊임없이 발전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함께 나누며 만들어나간다는 것.

그리고 그 중심에는 팬들을 위한, 조금 더 정확히 표현하면 팬들의 지속적인 확보와 인기 유지를 위해, 구단, 사무국, 선수노조가 함께 만들려고 계속해서 노력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합니다.

팬들이 누릴 자격을 충족시켜준다는 것은 프로 스포츠의 대명제이자 생존 전략이며, KBO리그도 모두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야 할 중요한 시점에 와 있습니다.




이 기사는 minkiza.com, ESPN.com, MLB.com, Wikipedia, The Athletic, USAToday.com, yahoo.com 등을 참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