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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구라다] "망구, 망구" 후배 오지환이 김현수를 그렇게 불렀다

백종인 입력 2019.04.1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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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일이다. 요즘 이 팀은 투수코치가 뜬다. 인터뷰 기사가 여기저기 실린다. 잠실 쌍둥이 집에 새로 온 최일언 씨 얘기다.

아직 초반이다. 그래도 대단하다. 비교 불가의 숫자를 보이고 있다. 팀 전체 ERA가 2점대 초반을 유지한다. 물론 당사자는 손사래 친다. “이제 온 지 두 달 밖에 안됐다. 내가 한 게 뭐 있겠나. 그냥 투수들이 편하게 느끼는 길을 찾아주는 게 우리의 역할 아니겠나.”

선발, 불펜 할 것 없다. 외국인, 내국인 할 것도 없다. 고참, 신예 가릴 필요도 없다. 마운드에만 올라가면 씽씽 뿌려댄다.

그런데 더 별 일이다. 이런 팀이 정작 성적은 별로다. 승률은 간신히 5할 턱걸이였다.

모두 야수들 탓이다. 타율과 ERA가 경쟁 체재다. 낮으면 낮을수록 좋은 줄 아나보다.

투수코치가 무게 잡는 사이, 타격코치는 눈 둘 곳을 모른다. 투수조 회식에는 한우를, 야수조는 삼겹살을 먹어야 할 상황이다. 그것도 대패 삼겹살로.

상승세의 다이노스를 찾아 창원으로

까마득한 투고타저들이 창원으로 향했다. 주중 3연전을 위해서다.

다이노스의 새 집, 아찔한 곳이다. 요즘 최고의 핫플레이스다. 최강이라는 곰들을 적진에서 쓸어버렸다. 라이벌 거인들도 무릎 꿇렸다. 상승세가 하늘을 찌른다.

뜻밖이다. 3연전 첫 날을 잡았다(16일, 7-2 승리). 물론 쉽지 않았다. 철벽이던 불펜이 무너졌다. 8회 2점을 잃고 동점을 허용했다. 1루수(김용의)의 실책에서 시작된 비극이었다.

연장이 필요했다. 11회. 달리기 선수 신민재가 내야를 휘저었다. 수비 실수를 유도하며 결승점을 뽑았다. 이후로 4점이 저절로 딸려왔다. 어쨌든 결승타의 주인공은 빌미를 제공했던 김용의의 땅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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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 실수, 번트 실패 탓에 또다시 연장전으로

전날 추가 근무의 피로가 여전했다. 어제(17일)도 온몸이 천근만근이다. 중반이 되자, 증세들이 슬슬 나타나기 시작했다.

5회였다. 2사 후 나성범의 타구가 왼쪽 파울 라인을 탔다. 3루를 내줬다. 불안감이 스며들 새도 없었다. 4번 양의지가 초구를 박살냈다. 그라운드 한복판에 빨랫줄이 걸렸다. 타구는 무서운 출구 속도로 발사됐다.

아찔했다. 중견수도 그랬을 거다. 출발이 잘못됐다. 첫 걸음이 전진 스텝이었다. 아뿔싸. 거리가 틀렸다. 백스텝으로 돌아섰지만 이미 늦었다. 108개의 실밥이 머리 위로 넘어갔다.

비극은 너무한다. 한번으로 끝내지 않는다. 또다시 전날과 같은 8회가 찾아왔다. 박석민의 부러진 배트가 조화를 부렸다. 타구는 운명처럼 좌중간으로 향했다. 열심히 뒤를 쫓은 건 아까 그 중견수다. 108개의 번뇌는 잠시 글러브를 희롱하더니, 이내 자유를 택했다.

혹시? 어쩌면 큰 그림이었을 지 모른다. 떨어진 공에 1루 주자 양의지가 화들짝 놀란다. 이를 악물고 홈까지 달려야했다. 또 다른 연장전에 대비함인가? 결국 그는 하체쪽에 내상을 입고 12회 마지막 타석에 들어서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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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 12회 원정팀 덕아웃의 특별한 장면

어느 커뮤니티에 댓글이 달렸다. ‘쌍둥이 팬들에게 암보험 프로모션 해라. 분명 대박날 거다’라는 자조였다.

투수들은 팔이 빠져라 중노동이다. 그런데 야수들이 모른 척이다. 못 치고, 못 막고, 번트까지 못 대준다. 게다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왜 그리 자주 넘는지. 허구한 날 진땀 승부에, 연장 근무다. 도련님, DTD, 칠G, 팔G…. 그런 단어들이 뇌리를 스친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어제 경기 막판에 아주 특별한 장면 하나가 있었다. 그건 마치 선명한 정지 동작 같았다. 초고화질 JPEG 파일처럼 눈길을 사로잡았다.

신기하리만큼 활기차고 흥겨운 풍경이었다. 창원 구장 원정팀 덕아웃이 말이다. 웃음이 흐르고, 생기가 넘쳐흘렀다. 누가 보면 1, 2등 다투는 팀인 줄 알겠다. 즐거운 승리가 눈 앞에 있는 팀으로 오해하기 딱 좋았다.

밤 10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이틀 내리 초과시간 근무였다. 그것도 짜증나는 실수 탓에 그렇게 된 것 아닌가. 하지만 어느 얼굴에도 그런 티가 없었다. 마냥 해맑고, 화기애애한 표정들이었다.

급기야 꽉 찬 12회가 됐다. 이번 공격이 실패하면 이길 가능성은 제로가 된다. 그런 맥빠지는 상황에서 벌어진 씬(scene)이었다.

주장의 역할

선두 타자가 안타로 기회를 열었다. 볼티모어 출신의 ‘사못쓰’였다. 이어 볼넷으로 무사 1, 2루가 됐다. 그러자 사못쓰는 대주자로 교체됐다.

벤치로 돌아오는 팀의 간판 타자, 그리고 주장을 향해 덕아웃에서는 우렁찬 (환영의) 고함이 터졌다. “망구, 망구.” 3년 후배 오지환이었다. 별명의 주인공은 개의치 않는다. 사람 좋은 환한 미소로 받아준다. 곁에 있던 다른 동생들도 마찬가지다. 키득대고, 헤헤거린다. 승부의 무게, 연장의 피곤함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12회, 2-2의 상황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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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 부자가 볼티모어 주민일 때다. <아는형님>에 잠시 들른 적이 있다. 전학생이 친구들에게 퀴즈를 냈다. 벅 쇼월터 감독이 자신을 어떻게 부르는 지가 문제였다. 아무도 못 맞춘 정답은 ‘망구’였다. 어디선가 들은 ‘맹구’라는 별명을 벅 선생이 어색한 한국어 발음으로 그렇게 불렀다는 얘기다.

                                                        JTBC <아는형님> 중 한 장면

시즌을 앞두고 쌍둥이들은 새 주장을 뽑았다. 팀에 온 지 1년 밖에 안된 굴러온 돌이다. 어느 인터뷰에서 그에게 이런 질문이 던져졌다. ‘주장으로서 팀에 불어넣고 싶은 건 뭔가.’ 그 때 그의 대답이 이랬다.

“그런 건 없다. 정신력을 강조하는 시대도 아니다. 그냥 선수들이 야구장에서 눈치 안보고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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