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현장] 충분히 이해됐던 류현진의 표정, '9탈삼진과 2피홈런 사이'

조회수 2019. 4. 22.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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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한, 성공적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복귀전을 평가했습니다. “옐리치에게 허용한 홈런 2개가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그것 빼고는 무난하게 잘 싸운 것 같다. 기분도 좋고 몸도 괜찮다”라면서 말이죠. 힘주어 강조했던 표현은 아니지만, “옐리치만 빼고 봤을 때는 굉장한, 성공적인 복귀전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또 아쉬움으로 남는 선수. 매니 피냐였습니다.

그래서 더 이해되는 류현진의 표정이었습니다. ‘아~ 그것만 아니면 참 괜찮은 복귀전이었는데..’ 표정에서 그 감정이 읽힙니다.

21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밀러파크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밀워키 브루어스의 경기. 6회말 2사 1, 2루 상황. 타석엔 매니 피냐가 올랐고, 로버츠 감독도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피냐는 앞선 타석에서 모두 안타를 기록했습니다. 첫 타석(2회)에선 좌중간 안타, 두 번째 타석(5회)에선 좌익선상 2루타 뽑아냈습니다. 주자가 1, 2루에 있는 상황에서 피냐와 세 번째 맞대결은 이루어지기 힘들었고, 결국 로버츠 감독은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이때까지 투구 수는 92개.

잘 던지고도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었던 류현진. 그 마음을 잘 아는 허니컷 투수 코치는 류현진을 격려했다. 

이날 경기에선 유독 맞은 타자에게 계속 안타를 허용했습니다. 옐리치에게 연타석 홈런을 허용하면서 2실점을 한 것도 아쉬웠지만, 하필 2사 1, 2루에서 마주한 타자가 피냐였습니다. 류현진도 이 부분을 이야기했습니다. “여러 타자에게 집중적으로 맞지 않은 건 좋았지만, 안타가 옐리치와 피냐에게 연속해서 나왔다.”

더그아웃에 들어온 류현진은 아쉬움의 표정이 짙었습니다. 아웃 카운트 하나 남은 상황에서 6이닝까지는 스스로 마무리하고 싶은 건 선발 투수로서 당연히 가질 수 있는 욕심. 하지만 류현진은 로버츠 감독이 마운드로 올라오는 모습을 보고, 곧바로 내려올 준비를 했습니다. 교체 자체가 아쉽다기보단, 위기 상황에서 마주한 선수가 피냐였기 때문에 본인이 처리하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기 때문.

앞선 이닝에선 류현진의 위기관리 능력이 빛나기도 했습니다. 5회말에선 선두 타자가 피냐였습니다. 볼, 볼, 파울, 볼, 좌익선상 2루타. 볼 3개를 내준 상황에서 2루타를 허용했고, 선두 타자였기에 실점까지 이어질 수 있는 위기였습니다. 그런데 무사 2루에서 만난 세 명의 타자를 연달아 삼진으로 돌려세웠습니다. 아르시아, 가멜, 케인. 모두가 헛스윙한 뒤, 타석을 내려갔습니다.

제구를 앞세운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이는 이닝이었습니다.

5회말과는 다른 상황으로 진행됐기에 마운드를 내려올 수밖에 없었던 류현진은 멋쩍은, 아쉬운 미소를 한동안 지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표정을 지을 수 있는 배경에는 ‘건강’이 뒷받침됐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통증이 있었더라면 나오지 못했을 표정.

지난 9일 세인트루이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왼 허벅지 근육 통증으로 자진 강판을 했던 류현진은 12일 만에 마운드에 오르면서 더는 아프지 않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기도 했습니다.

류현진은 괜찮다고 했고, 마운드에 올랐지만, 조심스러웠습니다. “1회가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라고 말하며, 조심스럽게 투구했음을 알렸습니다. 1회 전력투구해서 패스트볼 구속이 어떻게 기록되는지를 살폈던 다른 등판 날과는 다른 접근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등판하는데, 바로 힘을 주다 보면 어떻게 될지 몰라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잘 된 것 같다. 구속도 점점 올랐고, 만족한다. 마지막까지도 괜찮아서 만족한다.”

의도적으로 조심했던 1회였다고 말했습니다. 괜찮다는 확신이 들자 류현진은 패스트볼 구속을 92마일까지 끌어 올렸습니다.

이날 던진 92개의 공에서 스트라이크는 62개, 볼넷을 한 차례 허용하긴 했지만, 9이닝당 볼넷 허용이 0.9개밖에 되지 않습니다.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9이닝당 탈삼진도 10.2개나 되는 매우 훌륭한 기록입니다. 팀 내에서 1위.

그런데 이날 경기에서 가장 아쉬웠던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낮게 깔린 체인지업을 옐리치가 좌중간 담장을 넘기자, 류현진도 놀란 표정으로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류현진도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타구를 한참 바라봤습니다. 실투도 아니었는데, 그대로 넘겨버렸습니다. 3회 옐리치와 마주선 류현진은 6구째 체인지업을 낮게 떨어트렸지만, 옐리치는 그대로 걷어 올려 담장을 넘겼습니다.

MVP는 역시 달랐습니다. 제구 잘 된 류현진의 체인지업을 제대로 공략하더니, 타이밍을 빼앗기 위해 던진 커브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제구 잘된 체인지업, 그리고 타이밍을 빼앗기 위해 던진 커브가 가운데로 몰리자 놓치지 않았던 옐리치.

로버츠 감독도, 류현진도 옐리치의 타격을 치켜세웠습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이 오늘 정말 잘 던졌다”라고 이야기를 먼저 꺼낸 뒤, 홈런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첫 번째 홈런은 몸쪽 아래로 들어가는 좋은 공이었는데, 옐리치가 잘 쳤다는 거. 그리고 두 번째로 허용한 홈런은 실투였는데, 이를 옐리치가 놓치지 않고 잘 쳤다는 것.

류현진도 옐리치에게 허용한 홈런을 아쉬워하면서도 그의 타격 능력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옐리치는) 지금 리그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다. 3회 첫 번째 홈런은 그렇게 나쁜 공도 아니었는데, 옐리치가 잘 쳤다. 두 번째(6회) 홈런은 첫 두 타석이랑 반대 방향으로 갔는데, 그것도 놓치지 않고 잘 쳤다. 지금 리그에서 가장 핫한 타자다. 옐리치 빼곤 전체적으로 잘한 것 같다.”

12일 만에 마운드에 올라 92개의 공을 던지고, 9탈삼진을 기록했지만, 옐리치에게 허용한 두 개의 홈런. 하지만 류현진은 홈런 자체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취재진이 홈런이 늘어난 부분을 이야기하자 류현진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당연히 홈런을 맞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도망 다니는 피칭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류현진의 생각은 명확했습니다. 투수가 홈런을 무서워하면 마운드에서 공을 던질 수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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