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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예의 MLB현장] 박찬호가 말한 류현진의 문, 그 문이 열리고 있다.

조미예 입력 2019.03.23. 07:35 수정 2019.03.23.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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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 개막전 선발 투수입니까?”

하루 전(한국 시각으로 22일)에 있었던 일입니다.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에게 미국 기자가 던진 첫 질문이었습니다. 돌려 이야기하지 않고, 훅 들어온 돌직구 질문이었습니다. ‘너 맞지?’라는 말투, 이 질문을 받은 류현진은 고개를 흔들며 “모르겠다.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잘 준비한 것 같고, 아직까지 들은 바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류현진의 답을 들은 미국 기자 중 한 명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거짓말, 거짓말”을 속삭이듯 말했습니다. 현지 기자 1~2명 정도는 류현진이 개막전 선발 투수일 거라고 확신하는 눈치였습니다.

류현진이 개막전 선발 투수로 확정됐음을 알리고 있는 로버츠 감독. 메이저리그 진출 후, 류현진이 처음으로 선발 등판하는 LA다저스 개막전은 한국 시간으로 29일 새벽 5시 10분에 열린다. 상대 선발 투수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잭 그레인키. 

그리고 하루 뒤인 23일. 다저스 선수들이 훈련을 하기 위해 필드로 이동하는 시간에 로버츠 감독은 기자들 앞에 섰고, 류현진이 개막전 선발 투수라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류현진도 이날 캠프시설에 도착해서 개막전 선발 등판임을 알게 됐습니다.

리치 힐의 부상, 훌리오 유리아스의 선발 투수 로테이션 합류, 그리고 류현진이 개막전 선발 투수라는 소식을 기자들에게 알린 로버츠 감독은 선수들의 훈련을 점검하기 위해 그라운드로 이동했습니다.

그는 류현진에게 가장 먼저 다가갔습니다. 공식 발표했음을 알리는 정도의 이야기였습니다. 

류현진은 평소와 다름없이 스트레칭-캐치볼-타격 순으로 훈련을 소화했습니다.

이날 캐치볼 파트너 역시 커쇼였습니다. 스프링캠프 초반에 어깨 염증으로 투구를 잠시 쉬었던 커쇼는 단계를 끌어올리면서 워커 뷸러와 캐치볼을 했습니다. 하지만 정상 캐치볼이 가능한 순간부터 다시 류현진과 캐치볼을 하고 있습니다.

훈련 마치고 클럽 하우스로 이동하던 류현진은 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습니다. 선수가 훈련하는 동안 LA 다저스 개막전 선발 투수가 발표됐고, 이를 축하한 팬들이 있었습니다. 사인으로 고마움을 대신한 류현진은 다시 클럽 하우스로 들어가 마무리 훈련을 하고 취재진 앞에 섰습니다.

미국 취재진들의 소소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개막전 선발 등판에 대한 소감을 시작으로, 박찬호 이후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 메이저리그 개막전 선발 등판하게 된 소감, 한국에선 개막전을 어떻게 시작하는지, 개막전이 한국 시간으로 새벽 5시에 열리는데, 중계방송을 많이 볼 것 같으냐라는 질문까지.

정규리그 개막전은 162경기 중에 한 경기이기도 하지만, 의미가 있는 경기입니다. 시즌 시작을 알리는 첫 경기는 팬들과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역할을 하고, 팀의 에이스가 마운드에 오르기 때문에 상징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 기자들도 류현진에게 물었습니다. “개막전 선발 투수로 등판하는 게 어느 정도 영광스럽냐”라는 질문이었습니다. 류현진은 “특별할 것 같다”라고 소감을 말했습니다.

사진=2016년 3월 19일. 캐멀백랜치에서 만난 류현진과 박찬호.

류현진이 개막전 선발 투수로 나서게 되자 선배 박찬호의 이름이 자주 등장합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2001년에 LA 다저스, 2002년에는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개막전 선발 투수로 등판했습니다.

코리안 특급이라 불리던 박찬호, 코리안 몬스터라 불리는 류현진. 우리나라 대표 투수였고,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기에 비교가 되기도 하고, 함께 거론이 되기도 합니다.

박찬호는 2016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류현진은 내가 열어 놓은 문과는 다른 문을 가지고 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그 문을 류현진이 활짝 열기를 바란다”라고 전했습니다.

“나는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들어오게 하는 ‘문’을 열었지만, 류현진도 그만의 ‘문’이 있다. 류현진이 이 시기를 잘 극복해서 큰 문이 열리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6년은 류현진이 어깨 수술을 하고 재활 훈련을 할 때입니다. 자신과의 힘든 싸움이라는 재활. 모두가 최악을 예상할 때, 박찬호는 “Don’t drive fast, drive slow now.”라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서두르지 말고, 완벽하게 복귀하라는 의미의 메시지였습니다. “류현진이 올바르게 재활에 성공하는 모습이 하나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류현진이 한국에 있는 선수들, 그리고 부상 후 재활하는 선수에게 좋은 예가 되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라는 추가 설명과 함께 말이죠.

그리고 팬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선수들이 메이저리그라는 빅 리그에서 뛰고 있다는 결과에만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어떤 과정들을 겪고, 그 선수가 시련이 왔을 때 어떻게 극복하고 성장하는지를 봐줬으면 좋겠다”라고.

류현진은 어깨 수술이라는 치명적인 시련이 있었지만, 어떻게 극복하고 성장하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노력의 대가로 포스트시즌 1선발 등판, 정규리그 개막전 선발 등판이라는 선물을 받았습니다. 류현진은 좋은 성공 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류현진의 문은 한국 선수에게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부상, 수술 후 재활하는 선수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문입니다. 아직 활짝 열린 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박찬호의 바람처럼 류현진의 문이 열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