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구윤경의 포토카툰] '신체조건부터 인성까지' 까다로워진 차범근 축구상 '기준'을 통과한 12명의 꿈나무들

구윤경 입력 2019.02.18. 14:19 수정 2019.02.1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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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3일 진행된 제31회 차범근 축구상 시작을 1시간 앞둔 행사장에는 잔뜩 긴장한 표정의 아이(?) 12명이 쪼로록 자리잡고 있었다.

차범근 축구상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니 '아이'라는 표현이 틀린 것은 아닐텐데, 그 말이 민망할 정도로 큼지막한 꿈나무들이 수상자석을 채우고 있었다.

수상자의 신장이 작년보다 커진 것은 지난 2년간 아이들과 독일 원정을 함께 하면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축구상 선정 기준에 변화를 준 영향이 있다. 차범근 축구상은 올해부터 '신체조건'과 '인성'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선정 기준에 추가했다.

아이들과 '독일 원정'이라는 특별한 시간을 보내면서 국내를 넘어 해외무대에서도 경쟁력 있는 선수로 성장하려면 '신체조건'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덕목임을 깨달았고, 이를 축구상 선정기준에도 반영시킨 것이다.

지난해 독일 원정을 떠난 <팀 차붐> 2기가 다름슈타트 유스팀과 친선 경기를 앞두고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각급 축구연맹 회장과 축구협회 유소년 담당관, 해설위원과 기자 등 8인으로 구성된 차범근축구상위원회는 기량과 경기력을 우선으로 선수들을 평가한 뒤 성장의 지표가 될 스피드와 체격조건 등은 물론, 학업성적과 지도자 추천서를 통해 성실성과 인성적 측면까지 확인했다. 지도자의 경우 팀 성적은 물론, 오랜 기간 한국유소년 축구 발전에 힘써온 공헌도까지 들여다봤다.

지난해 29년간 이어온 '대상 수상자' 선정을 폐지한 것에 이어 올해도 상 주는 방식을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해를 거듭할 수록 축구상의 기준이 까다로워지는 만큼 받는 이들의 영광도 더 커졌다.



#까다로운 선정기준을 통과한 영광의 13인

미래의 박지성을 꿈꾸는 제31회 차범근 축구상을 수상한 영광의 얼굴들을 소개한다.



#눈을 뗄 수 없었던 특별한 트로피, '진짜 차범근' 축구상

시상을 위해 무대에 올라선 차범근 회장은 좀처럼 트로피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차범근을 똑 닮은 '차범근 모양' 트로피가 신기했던 것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평범했던 트로피는 올해부터 선수시절 차붐을 본 뜬 '진짜 차범근' 축구상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차분한 생머리에 넓직한 어깨, 두툼한 허벅지. 젊은 시절 차범근을 떠올리기 충분한 진짜 차범근이 새겨진 축구상이다.

상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트로피 디자인까지 세세하게 신경을 쓴 것이다.

무대에 올라간 아이들은 트로피, 아디다스 축구화, 카카오 인형, 꽃다발 등 많은 선물 받았는데, 그중 어떤 것이 가장 마음에 드냐는 질문에 입을 모아 '트로피'라고 답했다. 답이 정해진 뻔한 질문이긴 하지만 아이들은 차범근 동상이 새겨진 트로피가 진짜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인터뷰를 할 것 같으면 먼산을 바라보며 딴청을 피던 과묵한 대희(DF, 제주동초)도 축구상 트로피가 신기한지 무대에서 내려오자 요리조리 트로피를 살피기 바빴다.

14살 소년들 답게 시간이 지나면서 관심은 자연스레 축구화로 넘어갔다.



#축구상 받은 감격스러운 날, 아이들이 가장 신기했던 인물은?!

뒤에서 보면 대학생 처럼 보이는 커다란 녀석들이 시상식 장에 누군가 들어올 때 마다 눈이 휘둥그레져 주변을 두리번 거리기 바쁘다. 뒷모습은 대학생인데 하는 행동이 영락없는 14살이다.

"선생님, 여자 아나운서 분 성함이 뭐예요?"

시상식을 1시간 앞두고 한참 스케치를 하고 있는데, 한 아이가 용기를 내 리허설 중인 아나운서 이름을 묻는다. 바로 SBS 장예원 아나운서다. 얼굴은 아는데 이름을 모르겠다며 쑥쓰러운 표정을 짓던 아이들은 시상식이 끝나자 차례로 줄을 서서 배성재·장예원 아나운서와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시상식 내내 얌전히 자리를 지키던 아이들은 행사가 종료되자 그제서야 TV에서 보던 아나운서, 축구 해설가, 축구 원로 등 유명인사들을 찾아가 사인을 받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수상자와 수상자 가족에게 이날은 평생 잊지못할 특별한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될 것이다.



#갈수록 권위가 높아지는 차범근 축구상

올해 참석한 수상자들은 전 수상자들 보다 유독 더 많이 긴장한 모습을 보였는데, 그도 그럴 것이 해가 갈수록 차범근 축구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시상식에는 많은 축구 원로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고, 지난 1993년 수상자의 학부모로 시상식에 참석했던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 JS파운데이션 이사장도 선수와 학부모에게 특별한 감회를 전했다.

제5회 차범근 축구상 수상자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 JS파운데이션 이사장이 수상자에게 격려사를 전하고 있다. 

참석하지 못한 선배들은 영상으로 인사를 전했는데 그 면모가 한국 축구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을 만큼 화려했다.

<제31회 차범근 축구상 축하 영상>

제5회 차범근 축구상 수상자 박지성의 인사로 시작된 영상은 이동국(4회 수상자), 최태욱(6회 수상자), 하대성(10회 수상자), 기성용(13회 수상자), 황희찬(21회 수상자), 백승호(22회 수상자), 이승우(23회 수상자) 등 수많은 선배들의 축하인사로 가득했다. 축구상 수상자는 아니지만 손흥민, 구자철, 지동원 등도 후배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전했다.

차범근 축구상을 통해 매년 훌륭한 인재가 배출되고, 독일 원정을 통해 아이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업들의 관심도 점점 늘고 있다. 카카오, 아디다스, 코카콜라의 후원으로 시작된 <팀 차붐>의 첫 번째 독일 원정 이후 넥슨이 후발 주자로 투자에 뛰어들었고, 전체 투자 규모도 커졌다.

2017년 유니폼 한 벌, 훈련복 한 벌로 숙소에 들어오면 빨래하기 바빴던 <팀 차붐> 1기를 거쳐 지난해 <팀 차붐> 2기는 유니폼 3벌에 훈련복 2벌, 바람막이 외투, 축구화, 운동화, 양말, 가방까지. 세면도구 외에 개인물품이 하나도 필요없을 정도로 많은 물품을 선물받아 원정길에 올랐다. 축구에 대한 전반적인 투자가 줄고 있는 추세에, 이처럼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시상식이 끝나고 취재진과 인터뷰 하는 차범근 회장 

차범근 회장은

"유소년은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빨리 성장도 하고, 멈추기도 하고,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한다. <팀 차붐>을 하면서 처음에는 전혀 (재능이) 안보여서 내가 잘못 뽑은건가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훈련에 적응해가면서 매일 변화가 생기더라"

"아이들이 가진 재능이 밖으로 나오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한 번 나온 재능은 또 나온다. 나오면 계속 성장한다. 하지만 숨겨져 있는 재능을 끌어내지 않으면 거기서 멈춘다. 속단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기회의 장을 열어주고, 생각할 수 있게 해주고,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이런 것이 중요하다"

며 아이들에게 관심을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

<행사 종료 후 차범근 회장 인터뷰 중 유소년 관련 내용>


관심과 사랑이 성장에 도움을 준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관심과 사랑을 누구에게, 어떻게 주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차 회장은 이번 시상식에도 여느 때와 같이 "내가 받은 사랑을 나눠주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자신이 받은 행복을 나누고 싶어 31년째 아이들에게 행복한 기억을 선물하고 있다.


축구상을 받은 아이가 행여 축구와 관계없는 길을 걷더라도 이날의 기억은 평생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행복한 추억으로 기억 될 것이다.

2018년8월29일, 프랑크푸르트 유소년팀과 친선 경기를 하기위해 이동중인 <팀 차붐> 2기 

글 사진=구윤경 기자 (스포츠공감/kooyoonkyung@dua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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