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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예의 MLB현장] 류현진 투구 보며 조마조마했던 커쇼, 그가 류현진에게 사과한 이유

조미예 입력 2019.06.12. 08:10 수정 2019.06.1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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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시즌 10승은 무산됐지만, 그의 호투는 여전히 빛났습니다. 11일(한국 시각) LA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6이닝 동안 6탈삼진 1사구 7피안타 1실점을 기록했습니다. 3-1로 앞선 상황에서 교체됐기 때문에 시즌 10승 요건도 갖춘 상황이었지만, 와르르 무너진 다저스 불펜. 결국 다저스는 3-5로 패했고, 류현진은 승패 없이 마무리됐습니다.

몇 번의 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류현진의 투구는 위기라서 더 빛났습니다. 특히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 마이크 트라웃을 완전히 봉쇄한 건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류현진은 5회말 선두 타석에 오른 조나단 루크로이에게 좌중간 안타를 허용했습니다. 두 번째 타석에 오른 토바르에게도 우전 안타 허용. 다행히 렝기포는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습니다.

아웃 카운트는 2개가 남아 있었고, 주자는 1루와 2루를 채웠습니다. 위기를 넘겨야 하는 상황. 위기에 강한 류현진은 1사 1, 2루에서 타석에 오른 라 스텔라를 상대로 땅볼을 유도했습니다. 타구는 2루수 앞으로 흘렀고, 더블 플레이로 이닝을 종료할 수 있는 좋은 타이밍이었습니다.

하지만 불안한 수비는 이닝 종료가 아닌 진짜 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시거가 송구하는 과정에서 공을 더듬어 1루로 송구 자체를 하지 못했고, 2루주자 루크로이는 3루에, 땅볼을 날렸던 라 스텔라는 1루에 안착했습니다.

이닝을 종료할 수 있었던 기회가 불안한 수비로 인해 진짜 위기가 됐습니다. 이때 타석에 오른 건 마이크 트라웃, 3루엔 루크로이가 홈을 향해 달릴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류현진을 상대로 0안타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마이크 트라웃은 언제 어떤 한 방이 터질지 모르는 리그 최고의 타자입니다. 이날 첫 번째 맞대결에선 좌익수 라인드라이브 아웃, 3회말에 펼친 두 번째 맞대결은 풀카운트에서 헛스윙 삼진. 그리고 현재 리그에서 탑을 달리는 투수와 타자의 세 번째 맞대결은 5회말 2사 1, 3루였습니다.

두 선수의 상대 전적에선 류현진이 월등히 앞서지만, 1, 3루에 주자가 나가 있는 상황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누가 웃을 수 있을까. 트라웃 입장에선 천적 징크스를 깰 수 있는 밥상이 차려졌고, 류현진 입장에선 최고의 타자를 잡고 위기를 넘겨 2실점 이하 경기라는 기록을 이어갈 좋은 기회입니다. 누구도 양보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 된 거죠.

짜릿한 기분을 느낀 건 류현진이었습니다. 류현진은 풀카운트 접전 끝에 시속 140km짜리 바깥쪽 커터를 던졌고, 트라웃의 방망이는 헛돌았습니다. 수비의 도움이 아닌 스스로 이닝을 종료시켰습니다.

트라웃의 방망이가 헛돌자 류현진은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습니다. “예스!” 올 시즌 최고의 감정표현이었습니다.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던 류현진은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글러브를 다시 한 번 치며 기뻐했습니다.

이날 경기에서 트라웃과 마주한 건 총 세 번. 이전 기록을 포함해 10타수 0피안타 4탈삼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트라웃도 류현진 투구를 현미경 분석하고 타석에 올랐을 터.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타자, 투수라도 천적은 존재합니다.

트라웃은 오렌지 카운트 레지스터와의 인터뷰에서 류현진의 투구를 칭찬했습니다. “류는 정말 대단했다”라고 입을 연 그는 “세 번의 타석에서 만났는데, 서로 다른 3개의 슬라이더를 던졌다.”라며 류현진이 지금 최고의 피칭을 하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구종도 다르게 보인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트라웃을 헛스윙으로 돌려세운 건 슬라이더가 아닌 컷 패크스볼(커터)이었습니다.

류현진은 “직구를 포함해 안쪽을 공략하다가,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구종(커터)를 던졌는데 제구가 잘 됐다”라며 트라웃을 잡고 위기를 모면한 그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트라웃에게 안타를 맞을 거다”라며 웃음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안타를 허용할지라도 최대한 잘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위기는 또 있었습니다.

6회말 푸홀스를 1루수 땅볼로 잡은 류현진은 스미스에게 내야안타를 내주고, 칼훈을 또 좌익수 플라이로 잡았습니다. 이때만 해도 큰 걱정은 되지 않았습니다. 위기관리 능력이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류현진인데, 1루에 주자가 있다고 해서 위기라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류현진이 투구를 한 뒤, 멋쩍은 미소와 제스처를 취합니다. 평소 잘 볼 수 없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6회말 2사 1루에서 마주한 푸엘로를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시켰습니다. 2사 1, 2루 상황이 된 거죠. 무엇보다 제구 실패로 몸에 맞췄으니 살짝 흔들릴 법도 합니다.

이때 류현진은 멋쩍은 미소를 지었고, 잠시 숨을 골랐습니다.

허니컷 투수 코치도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흐름을 끊어야 했고, 다음 타자를 막기 위한 작전을 짜야 했습니다.

허니컷 투수 코치가 이야기를 나눈 뒤,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류현진은 또다시 러셀 마틴을 불러 작전을 세웠습니다.

류현진이 작전을 주도를 했습니다. 6회말 2사 1, 2루 마주한 루크로이를 마지막 타자로 생각하고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작전을 실행할 시간.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합니다.

그리고 던진 컷 패스트볼. 스트라이크 선언이 되면서 이닝을 종료했습니다.

류현진의 임무는 여기까지였습니다. 6이닝 동안 6탈삼진 1사구 7피안타 1실점 투구 수 99개. 평균 ERA는 1.35에서 1.36으로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메이저리그 1위에 랭크됐습니다.

선발 투수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마운드를 내려온 류현진. 3-1로 앞선 상황에서 교체됐기 때문에 시즌 10승 요건도 갖춘 상황이었지만, 와르르 무너진 다저스 불펜. 결국 다저스는 3-5로 패했고, 류현진은 승패 없이 마무리됐습니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함께 배터리를 이룬 러셀 마틴과도 포옹을 했습니다.

평소보다 안타가 많이 나왔고, 6이닝까지만 책임을 졌지만 뛰어난 위기 관리가 돋보이는 피칭이었습니다. 류현진도 선발 투수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실점을 최소화 한 것에 만족했습니다.

그런데 류현진이 누군가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클레이튼 커쇼가 류현진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했습니다.

이미 승리 투수 요건 갖춘 류현진과 하이파이브도 마쳤는데, 어떤 이야기를 이렇게 재미있게 나눌까.

커쇼는 할 말이 많아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하고 싶은 말을 다 했습니다. 뭔가를 정중하게 설명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류현진은 커쇼의 말에 웃음을 보입니다.

그리고, “별것도 아닌데… 신경 쓰지 않았다”라고 반응했습니다.

경기 후, 둘이 더그아웃에서 나눴던 이야기를 확인해 보니, 클레이튼 커쇼는 경기 내내 조마조마했고, 류현진이 제발 위기를 이겨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미안하다는 말까지 전했다고 합니다.

왜 일까.

다저스 공격 때, 류현진은 더그아웃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거나,

상대 타선 분석한 수첩을 보며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선발 투수에게는 투수 코치나 포수가 몇 마디 나누는 정도이고, 타자들은 말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이때 다른 선수들은 벤치에 앉아서 경기를 보기도 하고,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커쇼는 벤치에 앉아서 공을 위로 던졌다가 잡아내고, 던졌다가 잡아내는 공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 공을 놓쳐 휴식을 취하고 있는 류현진의 발밑까지 떼굴떼굴 굴러간 것입니다. ‘이게 뭐 대수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커쇼는 경기 내내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야구 선수들은 징크스에 민감합니다. 특히 선발 투수 등판 날은 말을 걸지 않을 만큼 조심합니다.

하필이면 클레이튼 커쇼가 놓친 공이 류현진 발밑까지 굴러갔고, 그 이후부터 위기가 닥쳤으니 자신의 행동 때문에 부정 탔다고 생각했던 커쇼입니다.

그래서 커쇼는 제발 위기를 넘겨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봤고, 정말 조마조마한 마음이었음을 류현진에게 고백한 것입니다. 특히나 사이영상 강력한 후보인 류현진에게 피해가 가는 행동, 혹은 징크스를 남길까 봐 걱정이 됐습니다.

자신의 실수를 고백하고, 미안함을 전한 커쇼. 그리고 다시 한 번 류현진의 위기 관리 능력에 놀란 커쇼는  류현진을 향해 큰 박수를 ‘또’ 보냈습니다. 미안함, 안도, 대견함이 복합적으로 섞인 미소와 박수였습니다.

자신의 사소한 실수 하나가 류현진의 사이영상급 호투 페이스를 무너트리는 치명적인 징크스가 될까 두려웠던 클레이튼 커쇼는 류현진이 6이닝 1실점으로 막아내자, 비로소 웃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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