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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훈기의 스페셜야구]MLB FA의 페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민훈기 입력 2019.02.16. 10:50 수정 2019.02.16.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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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최대어 마차도, 하퍼 미계약인 가운데 FA 앞둔 아레나도는 연장 계약 협상 중


보름 전 칼럼에서 메이저리그(MLB)의 겨울 시장의 추이가 심상치 않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습니다.

과거 FA 시장 하면 정규 시즌이나 포스트 시즌의 열기 못지않게 각 팀의 선수 쟁탈전이 치열하기 때문에 ‘스토브리그’라는 별명까지 붙었습니다. 그러나 1월말 현재 채 계약도 맺지 못한 스토브리그 미아가 무려 137명에 달했습니다. 그리고 보름여가 지나 이제 각 MLB팀의 스프링 캠프가 막을 올리는 시점이 됐습니다만 여전히 76명의 FA가 둥지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수많은 마이너 계약을 거쳐 이렇게 수자가 준 정도입니다.)

FA 랭킹 1,2위를 다투는 하퍼가 여전히 미계약인 가운데 SF와 1년 계약설이 나와 충격을 줍니다.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코리아 > 

그리고 미계약 FA 중에는 ESPN 등 현지 매체 기준 1,2위에 오른 내야수 매니 마차도와 외야수 브라이스 하퍼가 여전히 이름을 빼지 못하고 있습니다.

좌완 선발 댈러스 카이클(5위)도 있고, 발군의 유격수 호세 이글레시아(20위)의 이름도 보입니다. 보스턴 월드시리즈 우승 마무리 크렉 킴브렐(40위)도 여전히 미계약입니다.


겨울 FA 시장이 불처럼 뜨겁던 시절이 좀 지난 것도 사실이지만, 가만히 보면 스토브리그 자체가 새로운 시대로 접어드는 것 아닌가 하는 흐름이 읽혀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야구에서 ‘Free Agent’ 하면 특정 기간 이상 MLB에서 뛴 선수들이 드디어 자유의 몸이 돼서 모든 팀 앞에서 자신의 가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부와 명예를 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당연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역사를 잠깐 살펴보면 FA 제도는 큰 시련 속에 탄생한 제도입니다.

1970년대 초반까지 거의 종신제로 당연시 되던 구단의 선수 보유권에 대항해 치열하게 싸웠던 커트 플러드 같은 선수가 있었기에 얻을 수 있는 있었던 권리였습니다. 7년 연속 골드글러브에다가 226경기 연속 무실책, 수비 기회 568번 연속 무실책 등 당시까지 리그 최고 기록을 보유하던 명 외야수 플러드는 1969년 시즌을 마치고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트레이드 되자 이에 정면으로 맞섰습니다. 각 구단과 사무국의 보위 쿤 커미셔너에게 12년간 한 팀에서 뛴 자신에게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물론,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는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투쟁 끝에 3-5의 결정으로 패했습니다.

그 힘겨운 싸움 1년 후 쓸쓸히 은퇴하고 만 플러드였지만 그는 역사의 흐름에 역행하던 MLB의 ‘보류조항(reserve clause)’에 첫 정면 도전장을 던졌고, 인식의 변화를 주도했습니다. 5년 후인 1975년 앤디 매서스미스와 데이 맥날리가 조정관 피처 쉬츠에게서 자유계약선수, 즉 FA의 자격을 부여받았습니다. MLB 선수들에게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결정이었습니다.

그 후 FA 제도는 갈수록 선수들에게 유리한 흐름이 됐습니다.

정상급의 선수가 자유로 풀리면 쟁탈전은 말할 수 없이 치열했습니다. 스캇 보라스 같은 에이전트들을 앞세운 선수들이 주도권을 잡았고, 3년 계약, 5년 계약, 7년 계약, 심지어 10년 이상의 계약도 스포트라이트를 화려하게 장식했습니다.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권세는 10년을 가지 못하고, 열흘 동안 붉은 꽃이 없다고 했지요.


야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사와 문화처럼 야구도 생물이기에 늘 대세를 따라 흐르게 마련이고, FA의 전성기도 이젠 옛 말인가 싶은 느낌을 올 스토브리그에서는 절감하게 됩니다.

올 스토브리그에서 지금까지 177명의 FA가 계약을 했는데 그 중에 1억 달러 이상 계약을 맺은 선수는 딱 한 명 나왔습니다.

워싱턴과 계약한 선발 투수 패트릭 코빈(랭킹 3위)이 $1억4000만으로 올겨울 최고금액을 찍었고, 6년 역시 최장 기간입니다. 다저스의 외야수 A. J. 폴락이 5년, 보스턴의 투수 네이선 에오발디가 4년 계약을 맺은 것이 최장 기록 랭킹 3위입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1년 계약을 맺은 선수가 68명이나 된다는 점입니다.

FA하면 다년 계약이 당연시 되던 추세와는 전혀 달라졌습니다. 게다가 FA 랭킹 8위인 3루수 조시 도날드슨을 비롯해 10위 야스마니 그란달, 12위 류현진(퀄리파잉 오퍼 수용), 18위 닉 마카키스, 19위 넬슨 크루스, 27위 CC 사바시아, 30위 데릭 홀랜드, 44위 넬슨 페레스 등 심지어 FA 랭킹 50위권 중에서 1년 계약을 한 선수가 상당수 된다는 점은 시장의 추세가 달라졌음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베테랑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여전히 전성기인 선수들마저 1년 계약을 합니다. 포수 그란달 같은 경우 뉴욕 메츠의 4년 $6000만 제시를 뿌리쳤다가 결국 밀워키와 1년 계약을 하고 말았습니다. 또한 마이너 계약도 무려 78명이나 됩니다.

이런 와중에 하퍼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1년 계약설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하퍼의 라스베이거스 집까지 방문한 자이언츠 수뇌부는 장시간 미팅을 하면 하퍼에게 함께 가자고 설득했습니다. 그러나 자이언츠가 3억 달러 계약을 할 의사는 전혀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아직 만 26세인 하퍼로서는 1년간 자이언츠에서 뛰면서 자신의 주가를 더 높인 후 내년 시즌에 다시 FA 시장을 두들겨 볼 수 있습니다만, 늘 부상이라는 예기치 않는 원치 않는 변수가 있는 프로선수에게는 대단한 모험일 수 있습니다. 자이언츠로서는 하퍼의 단기 영입은 큰 관심을 끌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지만 성사는 미지수인데, 꽤 솔깃한 화젯거리임은 분명합니다.

만약 하퍼가 자이언츠와 1년 계약을 맺는다면 FA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을 수 있는 충격적인 사건이 될 것입니다. 아울러 과연 1년 연봉이 얼마나 될까도 팬들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마차도 역시 아직은 구체적인 소식이 없습니다.

양키즈가 $2억2000만까지 제시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총액을 추가할 의사는 없다고 버티는 가운데 FA 랭킹 1,2위 선수들이 원하던 총액 4억 달러는커녕 3억 달러 계약도 현재로서는 요원해 보입니다. 최근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수뇌부가 마차도를 만나러 마이애미로 날아가 두 번째 미팅을 했고, 필리스, 화이트삭스 등도 관심을 표명했지만 뚜렷한 협상 진행은 없습니다.

FA를 1년 앞둔 콜로라도 간판 아레나도가 팀과 다년 계약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구체적으로 들려옵니다.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코리아 > 

스프링 캠프 시범 경기가 열리는 3월까지 이들의 계약이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가운데 또 한 명 눈길을 끄는 선수는 콜로라도 3루수 놀란 아레나도입니다.

올 겨울 연봉 조정신청 자격 선수로 역대 최고인 1년 $2600만 계약을 한 아레나도는, 비록 쿠어스필드가 홈이라도 해도, 3번의 홈런왕과 2번의 타점왕을 차지한 막강타자입니다. 그리고 데뷔 후 6년 연속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수비력은 리그 최정상급입니다. (조정신청에서 아레나도는 $3000만, 구단은 $2400만을 각각 제안했다가 절충을 했습니다.)

그런 아레나도가 올 시즌을 마치면 드디어 FA가 되는데, 최근 콜로라도와 장기 계약설이 구체적으로 흘러나옵니다. 양키즈가 마차도 영입을 포기하고 아레나도를 트레이드하고 싶다는 의사까지 나온 마당에 아레나도는 FA 자격을 포기하고라도 콜로라도와 장기 연장 계약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숨기지 않습니다.

그는 “개막 때까지 협상 데드라인을 정한다거나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에이전트와 구단이 알아서 협상을 할 테고, 나는 야구에 주력할 것이다.”라며 장기 계약 협상 사실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구단주 딕 몬포드 역시 최근 공개적으로 ‘아레나도와의 장기계약은 낙관적’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장기 계약을 체결한다면 이제 28세인 리그 최고의 3루수임을 감안할 때 적어도 총액 $2억5000만 이상은 될 것이라는 예상마저 나옵니다.

FA 제도의 도입은 선수들에게 큰 부를 안겨다 주었습니다.

2018시즌 MLB의 평균 연봉은 역대 최고인 $452만(약 51억 원)이었습니다. 작년 최고 연봉은 $3325만의 마이크 트라웃으로 데뷔 후 처음 ‘연봉 킹’에 올랐습니다. 다저스 투수 커쇼가 $3305만으로 2위이고, 보스턴 투수 데이빗 프라이스($3070만), 디트로이트 거포 미겔 카브레라($3050만) 메츠 외야수 요에니스 세스페데스($2950만)이 뒤를 이었습니다. $2000만 이상을 받는 선수가 41명으로 미국 4대 스포츠 중에 가장 많았고, 전년도에 비해 5명이 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FA 제도의 도입으로 긴 세월 동안 이루어진 결과입니다.


그런데 눈에 띄는 변화가 하나 있습니다.

2017시즌과 비교하면 MLB 30개 팀이 다년 계약에 쏟은 액수가 무려 10억 달러나 줄었다는 점입니다. 장기 계약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올 겨울 스토브리그에서도 눈에 띄게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평균 연봉도 오르기는 했지만 전년 대비 1% 인상에 불과한데, 최근 인상폭이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MLB의 경제 지표가 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FA 제도의 부산물 중에 가장 아쉬운 점은 과거처럼 야구 생애를 한 소속팀에서 마치는 선수가 거의 사라졌다는 점이었는데, 이 역시 변화의 조짐이 보입니다.

자유의 몸이 되면 큰돈을 주는 팀으로 떠나는 것이 일상이 됐습니다. 그래서 과거 당연히 되던 한 팀에서 프랜차이즈 스타로 팀을 대표하며 꾸준히 팬들의 사랑을 받고 은퇴하는 그런 아름다운 전통은 향수의 전설이 돼버렸습니다.

그런데 만약 FA 최대어인 마차도나 하퍼 중에 1년 계약 선수가 나오고, 또한 FA라는 호기를 앞둔 대어급 아레나도가 현 소속팀과 거액의 다년 계약을 맺는다면 이건 변화의 큰 신호탄이 될 수 있습니다. (수퍼 에이전트 보라스가 류현진의 1년 계약을 받아들인 것도 놀라운데 하퍼의 1년 계약을 체결한다면 야구사에 남을 충격적인 사건이 될 것입니다.)


메이저리그 FA 제도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의 길로 나아가는 것일까요?

그런 조짐이 이곳저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minkiza.com, ESPN.com, MLB.com, baseballreference.com, The Athletic, yahoo.com 등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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