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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예의 MLB현장] 류현진의 승리 징크스

조회수 2019. 5. 21. 12: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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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 징크스를 믿나요?”
“좋았을 땐 실천하려고 한다. 방법은 있는 것 같다.”

류현진이 시즌 6승 올린 5월 20일(한국 시각). 그러니까 신시내티 레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7이닝 5피안타 5탈삼진 1볼넷 무실점을 기록하며 평균자책점을 1.52로 낮추고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오른 뒤였습니다.

꽤 많은 미국 기자와 한국 기자가 류현진 라커 앞으로 몰렸습니다. 질문 내용도 점점 다양해집니다. 원정에서도 이어진 무실점 호투, 평소 쉽게 볼 수 없었던 볼넷과 도루 허용, 푸이그와의 맞대결 등 경기와 관련된 질문이 이어지던 중 그 중 징크스에 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징크스를 믿느냐”라고 물으니, “(경기가 결과가) 좋았을 땐 실천하려고 한다. 방법은 있는 것 같다”라는 대답이 나옵니다. 방법은 있는 것 같다는 말에서 알 수 있습니다. 그도 징크스가 있다는 걸.

마치 창고 같은 분위기입니다. 먼지 쌓인 의자가 몇 개 있고, 뒤에는 큰 쓰레기통과 청소 도구가 보입니다.

이곳에 놓인 의자 하나를 들고 구석으로 이동합니다. 이미 경기는 시작됐고, 마운드엔 상대 투수 태너 로어크가 올랐습니다. 1회말에 마운드에 오르는 류현진은 다저스의 공격이 진행되는 1회초는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냅니다. 이때부턴 기자 역시 카메라 방향도 바꾸고, 셔터도 누르지 않습니다. 선수의 루틴, 징크스는 유지돼야 하니까요.

징크스는 어떤 사물이나 현상, 또는 사람과 연관 지어 불길한 예감을 먼저 가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즉 불길한 징조인 거죠. 하지만 스포츠에선 ‘불길한’에 국한되지 않고, 특정 행동이나 상황이 벌어졌을 때 일을 통틀어 이야기합니다.

루틴 역시 징크스의 일종으로 해석합니다. 특히 선발 투수들은 루틴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데, 정해진 시각에 정해진 순서대로 등판 준비를 합니다.

알려진 대로 류현진도 등판하는 날 루틴이 정해져 있습니다. 평소대로라면 경기 시작 45분 전에 외야에 나와 스트레칭, 러닝, 캐치볼, 불펜 피칭으로 이어지는데, 지난 워싱턴전부터는 스트레칭하기 전, 혼자 가만히 앉아 명상의 시간(5~7분 정도)을 가졌습니다.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외야에서 몸을 풀고 마운드에 오르기 전까지 시간을 쪼개 정확하게 루틴을 지키는 류현진. 그런데 이때 잠시 시간이 남아 그라운드에 앉아 명상의 시간을 가졌는데, 당시 경기 결과가 좋아서인지 이 루틴을 신시내티 원정 경기에서도 이어갔습니다.

경기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언급했듯, 류현진은 좋은 결과가 나오면 그 징크스를 이어가려는 의지가 있습니다.

류현진은 최근 좋은 컨디션을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홈과 원정에서도 운동 방식이나 루틴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 있습니다. 31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며 평균자책점 1.52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등극할 만큼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으니 굳이 변화를 줄 필요가 없습니다.

그는 “지금 이 상태로 갔을 때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운동하는 방식이나 루틴의 변화는 없다”라며 지금의 상태, 상황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습니다.

# 아내 배지현 씨의 내조도 메이저급

“전 먼저 LA로 이동해요. 감자탕 준비해야 하거든요(웃음)”

한국 시각으로 지난 4월 26일이었습니다. LA 다저스는 리글리 필드에서 시카고 컵스와 경기를 치르던 날. 류현진의 아내 배지현 씨는 선수단 전용 비행기가 아닌 혼자서 일반 비행기를 타고 LA로 이동했습니다. 이유인 즉슨 류현진의 승리 징크스를 이어가야 했기 때문.

류현진이 등판하는 날 경기장에서 지키는 루틴 이외에도 철저하게 지켜야 하는 징크스가 있습니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인데, 그중 하나가 ‘감자탕’입니다.

결혼한 류현진은 아내의 내조를 톡톡히 받고 있습니다. 야구 전문 아나운서로 활동했던 배지현 씨는 누구보다 선수들의 루틴, 징크스를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소한 것 하나까지 체크하며 불길한 건 없애려 노력합니다. 류현진이 등판하는 전날은 감자탕을 준비하고, 등판하는 날엔 소고기뭇국과 오리볶음을 식탁에 올리는 이유입니다.

그의 아내 배지현 씨는 “숙식(宿食)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합니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9시간 이상 푹 자고, 잘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는 거죠.

그리고 이제는 꼭 ‘집밥’을 먹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낮 경기 등판 때도 아내가 차려 준 아침 밥상은 가장 든든한 승리 징크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물론, 원정 경기에선 변수가 많습니다. 하지만 최대한 유지하려고 노력한다는 게 내조의 여왕 배지현 씨의 설명입니다.

야구 선수 류현진은 타고난 재능이 많습니다. 신체 조건도, 야구 지능도 천재성을 가졌다고 말합니다. 구종 습득 능력은 커쇼도 부러워하는 타고난 능력입니다. 하지만 그 천재성 때문에 그의 노력이 가려지면 안 됩니다.

노력하는 천재는 정말 무섭다는 걸 몸소 보여주고 있는 류현진. 지난해부터 류현진은 수첩에 상대 타선 분석한 내용을 기록합니다. 경기 당일 포수, 허니컷 투수 코치와 미팅을 하면서 분석한 상대 타선을 분석한 내용이 빼곡히 적혀 있습니다. 이 수첩을 활용하는 게 경기 운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어 계속 유지를 하고 있습니다.

예상과 다르게 경기가 운영되면 이닝 사이사이 투수 코치와 함께 다시 플랜을 짜기도 합니다. 류현진은 “투수코치님의 분석이 워낙 뛰어나다. 이 부분이 굉장히 플러스 되는 요인인 것 같다”라며 절대적인 믿음을 보였습니다.

류현진은 징크스를 믿듯, 사람에 대한 믿음도 확실합니다. 허니컷 투수 코치의 분석력이나 김용일 코치의 관리 능력은 지구상 최고라며 치켜세우며, 자신의 능력보다 이 분들의 노력이 지금의 결과를 만들고 있다고 말합니다.

류현진은 5월에 등판한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28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2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8이닝 1실점), 8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9이닝 완봉승), 13일 워싱턴 내셔널스전(8이닝 무실점), 20일 신시내티 레즈전(7이닝 무실점).

무결점 피칭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습니다. 모든 세부지표가 최상위에 올랐습니다. 지난 2일 샌프란시스코 2이닝부터 현재까지 31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고 있으며, 평균자책점(1.52), 이닝당출루허용률(WHIP·0.74), 탈삼진/볼넷 비율(14.75)이 모두 으뜸입니다.

사실 기적 같은 일입니다. 류현진은 손사래를 치며 올스타 게임 선발 등판, 사이영상 후보 언급을 꺼리지만, 경기 없어 쉬는 날인 오늘도 신바람 나서 경기장에 출근했다는 후문입니다. 원정에서 실점 없는 경기를 이어간 게 좋은 징조이고, 흐름이 좋기 때문에 훈련 루틴을 유지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됩니다.

노력하는 야구 천재 류현진은 지금의 야구를 즐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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