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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경의 포토카툰] '놀 줄 아는 스무살' 환영행사 제대로 즐긴 U-20 대표팀

구윤경 입력 2019.06.18. 18:12 수정 2019.06.2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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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7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U-20 대표팀이 오전 11시 반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환영행사를 가졌다. 장시간 비행에 지칠 만도 하지만 그 어떤 피로 회복제보다 강력한 팬들의 응원이 그들을 웃게 했다.

#놀 줄 아는 스무살

전교 1·2등 하는 모범생이 장기자랑에도 '기똥차게' 잘 놀 때 그것만큼 매력적인 것이 없다. 한국 축구의 역사를 새로 쓴 U-20 축구 대표팀이 바로 그랬다.

6월17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대표팀 환영식

환영 행사는 선수단이 포지션별로 무대에 올라 인사를 전한 뒤 팬들이 SNS에 남긴 질문에 답변을 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선수단은 그라운드에서 처럼 위풍당당 하게 무대에서의 시간을 마음껏 즐겼다. '즐겨듣던 노래를 불러줄 수 있냐'는 돌발 질문에 노래는 물론 시키지 않은 댄스까지 선보이는가 하면 감독님 이름으로 삼행시를 지어달라는 고난이도 질문에는 '사랑해 용~'이라는 마무리로 좌중을 웃음짓게 했다.

인사부터 여유로움이 넘치더니 질의응답 시간에는 그들의 또다른 매력을 볼 수 있었다.

에콰도르전에서 주심이 옐로카드를 집어들자 항의가 아닌 애교로 카드를 만류해 심판마저 웃게 했던 김현우는 그 장면을 완벽히 재연해 모두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정정용'으로 삼행시를 지어달라는 어려운 질문을 받은 고재현은 '정말 훌륭하신, 정정용 감독님, 사랑해 용!'이라는 애교섞인 마무리로 정 감독을 눈물짓게(?) 했다.

고재현 다음으로 좌중을 압도한 선수는 이상준이다. 버스에서 자주 듣는 음악을 알려달라는 말에 '90년대 음악을 많이 듣는다. 지금이 언제인지 헷갈린다'고 답한 농담을 한 이상준은 한소절 불러줄 수 있냐는 돌발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댄스와 함께 "쿵따리 샤바라"를 선보였다.

독일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 사이에 태어나 독일에서 자라 한국어가 서툰 최민수(케빈 하르)는 좋아하는 음식을 묻는 질문에 너무나 진지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음식 이름을 열거해 의도치 않은 웃음을 사기도 했다.

이날 환영식 중 가장 많은 이들을 미소짓게 한 웃음 포인트는 이강인이었다.

'두 명의 누나가 있는걸로 아는데, 형들 중 소개시켜주고 싶은 사람'을 묻는 짓궂은 질문에 이강인은 "솔직히는 아무도 안소개시켜 주고 싶은데..."라며 말끝을 흐리더니 "꼭 소개를 시켜줘야 한다고 하먼(면)~ 세진이 형 아니머는(면) 원상이 형이요. 최고로 그냥 정상인 형들이에요~ 나머지는 아~ 좀 비정상이여서~"라며 솔직하고 유머러스한 답변을 내놓았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어눌한 한국어 발음에 묻어나는 귀여움에 많은 이들이 미소를 보였다.



#마지막까지 빛난 정정용 감독의 리더십

짧은 시간이지만 이들이 어떤 분위기 속에 대회를 이어갔는지 짐작할 만한 장면이 참 많았다. 특히 권위의식을 느낄 수 없는 정정용 감독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무대인사를 위해 정정용 감독이 모습을 드러내자 선수단은 모두 큰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마치 학창시절 인기 좋은 선생님이 장기자랑 무대에 오르르는 순간처럼 화기애애 한 분위기가 이어졌고, 정 감독은 선수들의 환호에 답하듯 주먹을 불끈 쥐고 아이처럼 신난 모습을 보였다. 감독님의 제스쳐에 제자들은 또 한 번 폭소했다.

무대에 선 정정용 감독은 "임금이 있어서 백성이 있는 게 아니고, 백성이 있어서 임금이 있는 것처럼 우리 선수들이 있기에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다"며 준우승의 공을 선수단에게 돌렸고, 한 차례 더 발언기회가 주어지자 자신만 부각되는게 미안하다며 코치들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정정용 감독의 배려로 4명의 코치에게도 인사를 전할 기회가 돌아갔다. 

행사가 끝나갈 무렵 주장 황태현의 깜짝 제안으로 선수단은 월드컵 결승 현장에서 할 수 없었던 헹가래를 무대 위에서 선보였다. 괜찮다며 손사래를 치는 정정용 감독은 결국 제자들 손에 이끌려 강제(?) 헹가래를 받았다. 존경하는 마음이 없으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장면이었다.

아직까지 우리네 운동부는 선후배 위계질서가 확실하고, 지도자의 권위의식이 하늘을 찌른다. 사라져야하는 악습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해야 성적이 오른다'는 그럴 듯한 핑계로 운동장 한 가운데서 아무렇지 않게 욕설이 자행되곤 한다. 정정용호는 그 지독한 악습을 거둬냈을 때 어린 선수들이 얼마나 자유롭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지 훌륭하게 보여주었다.

환영식이 끝나자 정정용 감독은 선수단 한 명 한 명에게 악수를 건네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행사가 끝나면 무대 아래로 내려가 팬들과 시간을 갖는 것이 순서였는데, 행사가 끝나면 흐지부지 마지막을 맞이할 것을 알고 미리 제자들을 챙긴 것이다. 그의 리더십은 마지막까지 제자들을 배려하고 있었다.

새삼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선수들은 먹먹한 표정으로 코칭 스태프와 포옹을 나눴고, 공오균 코치와 장난스럽게 사인을 주고 받던 이광연 골키퍼는 뒤돌아 남몰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너무 좋았던 팀이기에 헤어짐의 아쉬움도 컸던 것이다.

공오균 코치와 장난스럽게 사인을 주고 받는 이광연 골키퍼

(↓이광연 골키퍼가 눈물을 훔치는 장면은 아래 영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결승전을 앞두고 선수들은 "떨린다"가 아닌 "대회가 끝나가서 슬프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이런 팀을 다시 못 만날 것 같다'며 헤어짐을 아쉬워 하던 그들이 우리도 그리울 것만 같다. 부디 지금의 기억을 뿌리깊이 눌러담아 튼튼하게 성장해주길 바란다. 1년 뒤 도쿄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라는 축제에 '이런 팀'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가슴깊이 응원한다.

우리 역시 이 팀을 만날 수 있어 행복한 6월이었다.

글 사진=구윤경 기자 (스포츠공감/ kooyoonk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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