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우에게 '약속의 땅' 된 스타디움 코스..'낙타도, 카누도, 지혈대도 필요 없었다'
[스포츠경향]
김시우에게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의 PGA 웨스트 스타디움 코스는 ‘약속의 땅’이다.
2012년 12월 17살의 나이로 미국남자프로골프(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하며 PGA 투어로의 길을 열어줬던 게 바로 이 코스였다. 김시우는 25일 이 코스에서 열린 PGA 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총상금 670만 달러)에서 3년8개월 만에 통산 3승을 달성하며 각별한 인연을 이어갔다.
스타디움 코스와의 궁합은 기록에서도 잘 나타난다.
김시우는 이번 대회 스타디움 코스에서 치른 3라운드에서 한 개의 보기도 기록하지 않았다. 이글 1개, 버디 17개로 19타를 줄였다. 반면 니클라우스 토너먼트 코스에서 치른 2라운드에선 버디 6개를 잡았지만 보기를 2개나 기록했다. 스코어도 2라운드(4언더파)가 가장 낮았다.
SG 퍼팅도 2라운드가 -1.214로 가장 나빴다.
김시우가 스타디움 코스에서 펄펄 나는 것은 겁 없던 시절 좋은 기억을 남긴 게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래 스타디움 코스는 피트 다이가 “선수들이 코스에서 고통받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설계했을 만큼 가학적인 코스로 악명을 떨친 적도 있었다. LA타임즈의 칼럼니스트 짐 머레이가 “이 코스를 통과하려면 낙타와 카누, 성직자, 지혈대가 있어야 한다”고 썼을 정도였다.
그러나 김시우는 낙타도 카누도, 지혈대도 없이 스타디움 코스를 완벽하게 정복했다. 물론 불운에 빠진 사람을 위해 기도해줄 신부도 필요 없었다.
김시우를 정상으로 이끈 또 하나의 원동력은 정교한 아이언이었다. 김시우는 드라이브 비거리 300.4야드로 전체 28위, 페어웨이 안착률 73.21%로 공동 16위, 파온 시 퍼트수 1.610개로 11위에 올랐다. 아이언은 달랐다. 김시우는 4일 동안 72홀 중 59홀에서 파온에 성공했다. 그린적중률 81.94%로 공동 1위에 올랐다.
그린적중률이 높으면 버디나 이글 기회는 많아지고, 실수할 수 있는 상황은 크게 줄어들어 스코어 관리도 편해진다. 김시우가 4일 동안 보기를 2개로 막을 수 있었던 것도 워낙 아이언이 좋았기 때문이다. 김시우는 4라운드에서 3번 그린을 놓쳤지만 완벽한 숏게임으로 모두 파를 지켜냈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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