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주자 후인정 지도자로도 역전할까

김효경 2021. 4. 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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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KB손보 신임 사령탑
실업 2인자에서 프로 된 뒤 MVP
"최고 선수 있는 팀, 장점 살릴 것
아버지 뛰었던 팀, 기뻐하실 것"
프로배구 원년 MVP 출신인 후인정은 KB손해보험 사령탑으로 새 출발 한다. 아버지가 선수로 뛰었던 팀이라 더 뜻깊다. 장진영 기자

“내색은 안 했는데, 정말 기뻤죠.”

프로배구 KB손해보험은 5일 후인정(47) 경기대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준플레이오프(PO)에서 탈락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 이상열 전 감독이 시즌 도중 팀을 떠난 뒤, KB손보는 이경수 코치의 대행체제로 남은 시즌을 마무리했다. 8일 경기 수원시 KB손보인재니움 연습체육관에서 만난 후 감독은 “갑작스러운 구단 측 연락에 내색은 안 했지만, 속으로는 정말 기뻤다. 쉽게 올 기회가 아니니까”라고 말했다.

후인정 감독은 배구인 2세다. 화교 출신인 아버지 후국기 씨는 1976년 금성통신 배구단 창단 멤버다. 금성통신은 LG화재-LIG손해보험을 거쳐 KB손해보험으로 이어졌다. 아버지가 선수로 뛰었던 팀에서 프로 지도자로서 첫걸음을 떼게 됐다. 후 감독은 구단 체육관 한쪽에 전시된 금성통신 시절 유니폼과 사진을 가리키며 “아버지께서는 ‘대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더 낫지 않냐’고 하셨지만, 내심 기뻐하시는 것 같다”며 웃었다.

선경인더스트리 감독을 맡았던 후인정 감독의 아버지 후국기씨.

후인정 감독은 고교 때 배구를 시작했다. 수원 삼일중 시절 농구를 해보라는 제안도 받았지만, 아버지 영향으로 배구부가 있는 인창고로 진학을 결정한 뒤였다. 남들보다 출발은 늦었어도 특유의 탄력으로 경기대 시절 거포로 이름을 날렸다. 뛰어난 센터 블로커인 동시에 국내 최고의 라이트 공격수로 후위 공격을 펼쳤다.

후인정 감독은 대학 2학년 때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대만 국적이었던 후 감독을 대표팀에 뽑기 위해 대한배구협회가 특별귀화를 진행했다. 후 감독은 “지금도 가족 중에 귀화한 사람은 나뿐이다. 아버지도 귀화를 권유받으셨지만, 독자라는 이유로 할아버지가 반대했다. 나는 형제가 3명(장남)이라 아버지께서 흔쾌히 권유하셨다. 선수 시절 꿈이 국가대표였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2006~07시즌 우승을 차지한 뒤 아들 원준 군을 들어올린 후인정. 원준 씨는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성년이 됐다. [사진 한국배구연맹]

현대캐피탈 소속이던 2005년 후인정 감독은 프로 원년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실업 시절에는 삼성화재 벽을 좀처럼 넘지 못했는데, 프로 두 번째 시즌에 정상에 올랐다. 그와 숀 루니, 박철우, 권영민이 뛴 현대캐피탈은 2005~06, 06~07시즌 2연패를 달성했다. 후 감독은 2013년 현대캐피탈에서 한 차례 은퇴했다가, 한국전력으로 이적해 40대까지 선수생활을 이어갔고, 2015~16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KB손보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 3위에 올랐다. 득점 1위 노우모리 케이타(말리), 세터 황택의, 그리고 전천후 레프트 김정호의 활약으로 10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OK금융그룹에 져 한 경기로 봄 배구는 끝났지만, 가능성을 보였다. KB손보는케이타와 재계약했다.

후인정 감독은 “가장 좋은 외국인 선수를 데리고 있고, 최고 세터도 있다. 이 장점을 살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레프트 쪽 사이드 블로킹과 수비가 조금 아쉬운데, 리베로 정민수가 전역하면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회복무 요원인 정민수는 10월 전역이라 개막 직후 팀에 합류할 수 있다.

올해 KB손보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분위기다. 팀 분위기가 활달하다. 케이타가 흥을 돋우면 동료들이 화답한다. 후인정 감독은 “케이타가 내일 말리로 돌아간다. 케이타에게 ‘나는 너처럼 신나게 하는 선수를 좋아한다’고 격려했다. 케이타가 씩 웃더라. 케이타가 경기만 잘 할 수 있다면 나도 같이 신나게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말했다.

후인정 감독은 “올해 KB 경기를 보면서 선수들 표정이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음 시즌에도 선수들이 즐기면서 재밌게 배구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싶다. 선수들이 빛이 나야 코칭스태프와 구단도 빛나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수원=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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