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앞둔 최종 주문 "선우야, 지금부터 그냥 놀자"

이은경 입력 2021. 6. 11.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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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덜고 국제대회 적응에 주력, '예선만 잘 해내면 OK'
심리적 안정, 약한 구간 랩타임 보완이 관건
황선우. IS포토

한국 수영의 기대주 황선우(18·서울체고)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도쿄올림픽을 대비하는 ‘최종 카운트다운 훈련’에 들어갔다.

황선우를 비롯한 경영대표팀 선수들은 지난 3일 진천선수촌에 입촌해 최종 훈련에 돌입했다. 황선우는 도쿄올림픽 경영 남자 자유형 200m에서 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달 초만 해도 이토록 높은 목표를 잡지 못했다. 황선우는 5월 16일 국가대표 선발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 44초 96으로 주니어 세계신기록을 작성했다. 1분 44초대 기록은 충분히 올림픽 메달을 노릴 만한 근거다.

━ 관건은 ‘국제대회 적응력’

한국 수영의 유일한 올림픽 메달리스트 박태환(32)이 자유형 200m에서 보유하고 있는 한국 최고기록은 1분 44초 80(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이다. 황선우는 여기에 0.16초 차로 근접했다.

황선우 기록 추이

최근 세계 수영에서는 박태환의 전성기에 비해 남자 자유형 기록이 전반적으로 떨어져 있다. 이 때문에 황선우의 기록은 상당한 국제경쟁력을 갖고 있다.

박태환은 17세였던 2006 도하아시안게임 3관왕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2006년의 박태환과 2021년의 황선우는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있다. 바로 국제대회 경험이다.

박태환은 중학생 때 대표로 뽑혀 2004 아테네올림픽을 경험했고, 2005~2006년에 북미와 호주에서 열리는 각종 수영대회 투어에 참가했다. 여기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면서 신성으로 떠올랐다.

반면 황선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국제대회에 거의 참가하지 못했다. 이정훈 경영대표팀 총감독은 9일 일간스포츠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황선우의 기량은 이미 세계 톱 수준으로 올라와 있다. 유일하게 걱정하는 부분은 국제대회 적응력”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훈 감독은 “박태환의 최고 장점은 멘털이다. 실전에 강하고 집중력이 좋았다. 선우가 올림픽 본선 무대에서 어떻게 할지 지켜봐야 하는 부분”이라면서 “황선우는 큰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하다. 그래서 도쿄올림픽에서 가장 중요한 게 예선 경기라고 본다. 예선에서 잘 적응하고 부담을 덜면 준결승과 결승에서는 페이스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기록 향상 요소가 많은 ‘큰 무대’

황선우가 지난달 자유형 200m에서 1분44초96를 기록할 때 구간별 랩타임을 보면 100m까지 빠르게 진행하다가 100~150m 구간의 기록이 다소 떨어졌다. 마지막 50m에서 다시 속도를 올렸다.

이정훈 감독은 “100m까지 페이스는 세계 톱 수준이다. 또 선우는 라스트 스퍼트가 뛰어나기 때문에 150m까지만 상위권을 지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100~150m 구간 기록이 떨어진 가장 큰 원인이 국내 대회라는 점 같다. 경쟁자 없이 혼자 레이스해서 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선우. IS포토

올림픽 본선은 황선우에게 기록을 줄일 수 있는 확실한 환경을 준다. 수심 3m(국내 대회 풀은 수심 1.8m)로 부력이 커지고, 비슷한 기록의 경쟁자들이 있을 경우 페이스를 조절하기 더 좋다. 1분 44초 96보다 더 좋은 기록을 기대하는 이유다. 다만 경험이 적은 황선우가 첫 올림픽에서 심리적인 부담을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관건이다.

이정훈 감독은 “회장님(대한수영연맹 정창훈 회장) 앞에 선우를 데리고 가서 ‘선우야, 지금부터 놀자’라고 했다. 여기서 더 잘하려고 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남은 기간 훈련 목표는 여기서 더 잘하는 게 아니라고 못 박았다. 황선우는 2032년 올림픽까지 나갈 선수”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정훈 감독은 “지금부터 놀자고 했는데도 진천에 들어와서 더 열심히 한다. 미치겠다”며 웃었다.

그는 “남녀 계영 800m에서 25년 만에 동시에 올림픽 출전 티켓을 땄다. 지난해 11월 대표팀 감독으로 왔을 때 ‘우리 목표는 계영 아시아 우승’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던 선수들도 의욕을 갖고 도전 중이다. 황선우뿐만 아니라 선수들 모두 정말 좋은 분위기 속에서 훈련하고 있다. 한국 수영 인프라가 아주 뛰어나진 않지만, 선수들 스스로 목표를 높게 잡고 노력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경쟁력이 향상됐다. 지켜봐 달라”고 자신했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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