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정] 박건하 감독도 놀란 'K음바페' 정상빈의 국대 깜짝 발탁

서호정 기자 2021. 5. 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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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서호정 기자 = 2021년 5월 24일은 수원삼성의 공격수 정상빈이 생후 19세 53일째를 맞는 날이다. 전날 열린 광주FC와의 원정 경기에서 팀이 4-3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는 데 일조한 정상빈은 오전에 깜짝 소식을 받아 들었다. 파울루 벤투 축구 국가대표팀(이하 A대표팀, 벤투호) 감독이 6월 열리는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일정을 위한 대표팀 소집 명단에 그를 포함시킨 것이다. 


정상빈의 A대표팀 선발은 그야말로 깜짝 발탁이었다. 최근 활약상은 주목받았고, 팀도 상승일로에 있었지만 선배인 이기제나 고승범 쪽이 A대표팀에 더 가깝다는 평가가 많았다. 6월 소집 일정 동안 치르는 경기가 지역 2차 예선이라고는 해도 엄연히 실전인 만큼 완전한 뉴페이스는 벤투 감독도 쉽게 뽑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깔려 있었다. U24 대표팀을 건너 뛰는 월반이기도 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의 선택은 대세가 된 이기제, 그리고 정상빈이었다. 24일 명단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벤투 감독은 "선수의 특징과 능력을 보고 뽑았다.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A대표팀의 상황과 전술적 조건에도 부합하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아시아 무대에서 상대 밀집 수비에 고전하기 시작하자 투톱을 가동하기 시작한 벤투 감독에게 정상빈은 확실히 좋은 옵션이다. 소속팀에서도 제리치, 혹은 김건희와 투톱을 보는데 정상빈의 속도와 공격 전환, 경기를 읽는 시야와 상황 인식 능력은 전혀 만 19세 선수 같지 않다. 


음바페를 연상시키는, 속도를 죽이지 않고 효과적으로 밀고 들어가는 드리블 상황에서의 현명한 선택 능력은 지금 벤투호에 가장 필요한 능력이다. U22 룰에 해당하지만 사실상 주전으로 뛰는 선수는 리그에서 정상빈 외에 송민규(포항), 엄지성(광주) 정도인데 벤투 감독은 그 중에서도 득점 상황에서의 클러치 능력까지 뛰어난 정상빈, 송민규를 모두 뽑았다. 


23일 열린 광주와의 K리그1 경기에서도 정상빈의 재능은 빛났다. 후반 17분까지 62분을 뛰면서 다양한 공격 장면을 선보였다. 전반에는 볼터치 미스를 오히려 폭발적인 스피드를 활용, 상대와의 타이밍 싸움에서의 유리함으로 이끌어냈다. 김민우의 동점골 장면에서는 헤당 경합 과정에서 정확하게 세컨드볼을 배달, 자신의 프로 첫 도움도 기록했다. 후반에는 역습 상황에서 치고 달리기로 광주 선수들보다 5미터가량 뒤쳐진 출발에도 승리했다. 


정상빈의 A대표팀 첫 선발은 상황이 들어맞았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이 뽑을 수 없었다. 정상빈이 맹활약을 시작하기 전 이미 올림픽 예비 명단을 제출한 터라 연령별 대표팀에 해당하지만 당장 직면한 도쿄올림픽에 갈 수 없었다. 이동경, 원두재, 송민규와 달리 벤투호와 김학범호 사이의 합의 대상은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벤투 감독이 선점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쉽게 예상된 선발은 아니다. 수원의 박건하 감독이 "이기제는 어느 정도 예감했다. 상빈이도 최근 경기력이 좋았지만 A대표팀까지는 예상 못했다. 감독인 나도 깜짝 놀랐다"고 말할 정도였다. 일부 선수들의 경우 발탁에 대한 언질이 있지만 정상빈은 그런 낌새도 없었던 진짜 깜짝 발탁이라는 얘기다. 


어린 선수들의 조기 발탁에 우려도 있을 수 있지만, 박건하 감독은 환영의 입장이었다. 그는 "지금 시점에서 A대표팀 발탁이 많은 자신감, 새로운 경험을 줄 거라고 본다. 손흥민과 황의조 등 쟁쟁한 선배들이 있지만 상빈이는 성격상 위축될 타입은 아니다. 그렇다고 되바라진 것도 아니다. 많은 걸 배우고, 느끼고 올 거다"라고 말했다. 동시에 "최근 경기력과 컨디션이 좋기 때문에 단지 경험만 쌓고 올 거 같지 않다"는 말로 당장 벤투호의 중요한 옵션이 될 수도 있다는 예상도 했다. 


이기제의 발탁은 충분히 예상했던 바였다. 최근 리그 최고의 왼발을 앞세워 맹활약 중인 이기제는 전날 광주전에서도 후반 추가시간 프리킥 결승골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벤투 감독도 "계속 관찰해 왔다. 세트피스 능력이 큰 무기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건하 감독은 "기제에게 대표팀 발탁 가능성이 좋은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 체력, 경기 운영 능력, 수비 상황에서의 판단도 A대표팀에 가기에 모자람이 없다"고 칭찬했다. 


수원에겐 또 다른 경사도 있다. A대표팀으로 간 정상빈과 이기제, U23 대표팀으로 간 김태환과 안찬기 외에 센터백 도닐 헨리가 캐나다 A대표팀에 발탁됐다. 헨리는 무릎 인대 부상에서 돌아온 뒤 꾸준히 출전 시간을 늘려왔고, 최근 들어 부상 이전의 경기력을 회복하며 수원 상승세에 힘을 더했다. 


그러나 헨리의 차출은 박건하 감독에게 큰 고민이다. 6월 6일과 9일에 각각 아루바, 수리남을 상대로 한 카타르월드컵 북중미지역 1차 예선을 위한 소집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박건하 감독의 고민은 7월 10일부터 8월 1일까지 열리는 북중미(CONCACAF) 골드컵이다. 캐나다 A대표팀의 존 허드먼 감독은 지난 3월 헨리의 무릎 상태가 완전치 않을 때도 소집을 요청했을 정도로 그를 핵심 선수로 평가하고 있다. 


만일 헨리가 골드컵에 나선다면 6월부터 7월까지 팀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굳이 6월 소집을 마치고 돌아와 2주 자가격리를 한 뒤 곧바로 캐나다로 재출국할 필요가 없다는 게 박건하 감독의 판단이다. 그럴 경우 헨리는 K리그 휴식기가 끝난 뒤 시작하는 7월 20일부터의 일정을 소화할 수 없다. 골드컵을 마치고 돌아와 자가격리와 훈련 등을 감안하면 8월에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 K리그1은 7월과 8월 사이 8경기를 치러야 한다. 


3백에 세울 수 있는 자원으로는 민상기, 장호익, 박대원, 최정원, 그리고 부상에서 회복 중인 양상민 등이 있지만 최근 경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헨리는 대체 불가능한 장점과 특징을 지닌 선수다. 울산과 전북의 양강 구도를 깨고 대권 도전의 기회를 잡은 수원으로서는 수비라인에 헨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정상빈의 깜짝 발탁이라는 반가운 소식 이면에 존재하는 박건하 감독의 고충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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