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사건,답은 스포츠안에!" 서울시교육청 '스포츠가치 실천' 꽃씨 뿌렸다
빙상계 (성)폭력 사건, 고 최숙현 사건,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스포츠계 학폭 사건에 체육인들은 망연자실했다.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는 눈총 속에 체육인들과 철저히 분리된 스포츠윤리센터가 출범했고, '출전정지' '자격정지' '영구제명' 등 살벌한 징계와 처벌이 쏟아졌다. 일부 스포츠인들의 일탈과 전횡으로 인해 선량한 다수의 스포츠인들이 손가락질 받는 상황, 코로나19로 인해 스포츠 현장조차 사라져가는 위기 속에 '대한민국 교육의 메카' 서울시교육청이 대한민국 스포츠의 미래를 위한 의미 있는 씨앗을 뿌리기 시작했다. 스포츠도, 교육도 신음하는 시대, 스포츠의 힘으로 스스로 길을 열기 위한 교육계의 미래지향적, 자기주도적 첫 시도로 평가된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은 26일 오전 10시 서울 신문로 교육청 강당에서 '생활 속 스포츠 가치 실천 선언식'을 열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유승민 IOC위원(대한탁구협회장), 전호환 국가교육회의 고등직업교육개혁위원장(부산 동명대 총장), 최의창 서울대 교수, 송강영 전 체육인재육성재단 이사장(부산 동서대 교수), 김낙영 서울체고 교장, 김택천 대한체육회 학교체육위원장, 임흥준 서울시체육회 사무처장, 안국희 두드림스포츠 회장, 스노보드 선수 출신 배우 박재민 등 체육, 예술, 교육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박원하 서울시체육회장, 김도균 한국체육학회장, 이영표 프로축구 강원FC대표 등도 뜻을 함께 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코로나 시대 체력 격차, 체육 격차가 커지고 있다. 학력 격차보다 더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 후 "철저한 방역과 안전을 유지하면서 대면, 비대면 방식의 스포츠 참여를 권장하고 유지, 증진해나가야 한다. 스포츠를 통해 도전과 성취, 인내과 끈기, 배려와 존중, 협력과 연대, 공정과 공존의 가치를 몸으로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스포츠 현장에서 발생하는 폭력 사건을 보면서 수도 서울의 초중고 교육 책임자, 학교체육진흥회 초대 이사장으로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이번 스포츠 가치 실천 선언식을 추진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승자독식의 경쟁 지향적 스포츠 문화에서 벗어나 인간 존엄성의 바탕 위에 스포츠의 본질적 가치를 회복하고, 사람과 사람, 사람과 환경이 공존하는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고 했다.
유승민 IOC위원은 "코로나 속에 힘들어하는 체육계를 보며 스포츠 가치를 높이는 오늘 이 선언식이 선수, 지도자, 체육인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체육계에 불미스러운 일들이 있었다. 스스로 반성하고 스스로 개혁해야 하고 바꿔나가야 한다. 일부 케이스로 전체 체육인들이 오해받고 내몰려선 안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스포츠의 가치를 알게 하고 위축된 상황 속에서도 스포츠 참여를 하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의무다. 탁구선수로 25년 페어플레이하면서 살아왔다. 스포츠는 하나의 언어다. 아프리카 선수와 탁구를 칠 때 다른 언어는 필요치 않다. 룰을 존중하고 서로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스포츠는 국가간의 다리 역할도 한다. 핑퐁외교, 남북단일팀, 2018년 평창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에서 보듯 스포츠엔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선언식을 통해 스포츠인들이 자긍심을 느끼고, 위축돼 있는 스포츠계의 기운을 끌어올려 사회 곳곳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호환 부산 동명대 신임총장(국가교육회의 고등직업교육개혁위원장)은 "한국 교육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서울시교육청이 스포츠가치를 교육을 접목시키려는 시도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전 총장은 행글라이더, 요트, 승마, 스키, 수영 등 다양한 스포츠에 심취한 경험, 스포츠를 통해 배운 도전과 성취, 협업의 가치가 인생에 끼친 영향을 소개한 후 동명대 역시 스포츠, 공연, 예술 중심 혁신 커리큘럼을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총장은 "서울시교육청의 이러한 노력이 진학 중심의 한국 교육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스포츠를 통한 즐거운 학교, 즐거운 교육이야말로 미래 세대들이 평생 자신감을 갖고 살아갈 디딤돌"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
최의창 서울대 교수는 "스포츠는 사회의 축소판이란 말이 있다. 최근 사회의 좋은 것보다 나쁜 것들이 스포츠에 침투돼 안쓰럽게 바라볼 일이 많았다"고 했다. "스포츠가치 실천 선언은 그 반대방향, '사회는 스포츠의 확대판'이라고 생각할 기회다. 스포츠의 좋은 가치를 사회 속에서 찾아내고 구현해내는 '역방향'의 노력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등 유럽 스포츠 선진국은 지난 20년간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가치를 발굴하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왔다. 한국은 스포츠의 직접적 가치에만 몰두한 경향이 있다. 더 큰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는 데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이 시작한 스포츠가치 실천의 꽃가루가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강영 전 체육인재육성재단 이사장(동서대 교수)는 "스포츠 가치를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다. 이것이 그저 가치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안타까워 오랜 기간 고민했다. 답은 실천이다. 실천이 없으면 가치는 일보도 전진할 수 없다. 엘리트 선수, 학생, 사회인 전국민이 참여하는 스포츠를 통해 가치를 아는 데 머물지 않고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공정이 요즘 우리 사회의 화두다. 공정의 가치는 체육을 통해 무엇보다 잘 가르칠 수 있다. 생활속 스포츠 가치 실천이 선언에 끝나지 않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K스포츠 가치가 되고 실천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스노보드 선수 출신으로 평창올림픽 KBS 해설위원으로 활약한 배우 박재민도 직접 몸으로 배운 스포츠의 가치를 설파했다. "내게 학교운동장은 첫 친구였다. 운동장에서 친구를 사귀었고 사회성을 배웠다. 친구를 잘 만난 덕분에 모래바닥을 갈 지언정 잘못된 길을 가지 않았고 지금도 스포츠인의 자부심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스포츠는 때로 너무 착해서, 대들 줄 몰라서, 소수의 사람들의 욕심에 이용 당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좋은 친구가 이용 당했다고 절교하는 사람은 없다. 이제는 우리가 스포츠를 지켜야할 때다. 누군가의 인생을 바꿔줄 운동장을 지켜야할 때"라는 말에 공감의 박수가 쏟아졌다.
햇님이 바람을 이기듯, 스포츠계의 수많은 문제들을 적발, 처벌의 현상적 문제 해결방식이 아니라 공정, 존중, 배려, 협력, 평화, 공존 등 스포츠가 품은 위대한 가치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스포츠 문화, 인식의 변화를 통해서만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역발상, 자기주도적 혁신의 선언이다. 뜻 있는 체육인들과 교육계의 뼈저린 성찰과 고민이 담긴 결과물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생활 속 스포츠가치 실천 선언식'을 시작으로 ▶#VeryGoodSports, #참좋은스포츠 해시태그 캠페인 ▶스포츠가치 나눔 실천단과 스포츠 가치 교육연구회(교원학습공동체) 운영 ▶생활 속 스포츠가치 실천 공모전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스포츠의 긍정적 가치를 교육계 전반에 확산시켜나갈 계획이다.
신문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https://youtu.be/9ekhdtmTkdQ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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