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김정준의 超야구수다] 마음 급한 두산이 기억해야 할 '2007년 KS 4차전의 교훈'

김정준 입력 2018.11.08. 09:20 수정 2018.11.0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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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공을 던지는 용기가 필요했다. 옛말에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다. 홈런 공장인 문학 구장일수록 느린 공을 던지는 여유를 가져야 했다. 

두산 선발 이용찬이 던진 첫 번째 커브의 속도는 129KM/H. 첫 타자 김강민에게 던진 5구째 공이었다. 시즌 평균구속 119.9KM/H과는 꽤 차이가 났다. 승부에 힘이 들어갔다는 간접적인 증거였다. 맞으면 안 된다는 강박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시리즈 전적 1승 1패. SK 홈구장 문학에서 열린 첫 경기의 선발. 3차전 두산 선발 이용찬에게 부담감이 없다면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팀의 4번 타자 김재환은 경기 전 옆구리 부상으로 경기 출장이 어려웠다. 

# 한국 시리즈 두번째 1회 홈런 SK,  쫓기는 두산 그리고 여유있는 SK 

반면 SK의 선두타자 김강민은 타석의 승부에서 여유가 넘쳤다. 볼카운트 0B-2S에서 볼넷을 골라냈다. 무사 1루 타석에 2번 한동민이 들어왔다. 1차전 두산 선발 린드블럼의 상황과 같았다. 1회 첫 이닝부터 쉽지 않은 상황에 맞닥뜨렸다.

하지만 두산 이용찬도 SK 한동민 공략에 대한 준비를 한 듯, 바깥쪽 속구 중심(1~4구까지 연속 바깥쪽 속구)으로 볼카운트 1B-2S, 승부구 포크를 던질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다.

5구째는 포크였다. 그러나 다시 한번 힘이 들어갔고 낮게 헛스윙을 유도하려던 공은 높았다. 2루수 오재원을 넘어가는 우전안타가 나오고 순식간에 상황은 무사 1, 2루가 되었다.

144KM/H 바깥쪽 속구로 3번 최정을 삼진으로 잡아낸 두산 이용찬은 4번 로맥을 맞이하게 된다. 두산 이용찬과 양의지 배터리에게 부담스러웠던 것은 3번 최 정보다는 4번 로맥이었을 것이다. SK 로맥을 막아내기에는 두산 이용찬의 구위나 구종의 상대성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로맥에게는 바깥쪽으로 낮게 도망가는 구종이 유효하나 이용찬은 위아래 낙폭이 큰 포크와 커브를 주로 던진다.) 

1회말 1사 1, 2루. 초구는 몸쪽 속구였다. 그리고 2구째는 바깥쪽 슬라이더. 두 개 모두 볼이 되면서 볼카운트는 2B-0S가 된다. 승부가 쉽지 않았던 배터리의 부담감이 느껴졌다.

3구째 바깥쪽 속구. SK 로맥의 배트가 빠르게 움직였고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회전이 걸린 속구는 결국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고 만다.

배터리의 바깥쪽 속구의 결정은 1번 김강민의 1,2구, 3번 최 정의 마지막 공의 좋았던 느낌을 믿었던 것 같다. 그러나 두산 이용찬의 바깥쪽 속구는 기본적으로 홈플레이트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듯 테일링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힘이 들어갈 때는 그런 현상이 더욱 강했다.

돌아보면 두산 배터리에게는 4번 로맥의 홈런보다 선두타자 김강민에게 내준 볼넷이 더 컸다. 홈런을 맞더라도 1점 홈런이었어야 했다. 1회부터 주자를 모으고 3점짜리 홈런을 허용한 것이 뼈아팠다. 

# 리그  최고의 두산 수비, 그 중심인 포수 양의지가 흔들려서는 ... 

'주자를 모아주고 큰 것 한 방을 얻어 맞는 패턴'은 경기를 바라보는 시야가 좁아졌을 때 생기는 최악의 패턴이다.

이는 공을 던지는 투수 이용찬보다도 투수를 도와 경기를 리드하는 포수 양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큰 경기에서 마운드의 투수가 쫓기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나 베테랑 포수 양의지는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3차전까지 경기 운영 모습을 보면 마운드의 투수 이상 포수 양의지도 상황에 쫓기고 막혀있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두산이 1차전부터 3차전까지 SK 타선에 얻어맞은 홈런 5개 중 4개가 모두 공통적으로 타자 유리의 볼카운트에서 속구 계통으로 맞았다는 점이다.

완급을 중요시하며 타자를 괴롭히던 포수 양의지의 경기 운영과는 너무도 달랐고 흐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홈런을 너무 쉽게 허용한다. 

특히 3차전 8회말 4번 로맥과 6번 이재원의 홈런 2개로 두 점 차에서 다섯 점 차로 벌어지게 되는 상황은 모두가 신뢰하고 있는 양의지의 노련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경기의 결과를 미리 판단하고 1점을 허투루 여기는 포수의 모습으로까지 비춰졌기 때문에 그야말로 아쉬움이 컸다. 

# 두산 선발진을 쥐고 흔들고 있는 SK 테이블 세터진 '김강민과 한동민 조합의 강력함... 

다시 경기 상황으로 돌아와서 두산 배터리가 1회부터 주자를 모으게 된 과정을 반대로 해석해보면 SK 테이블 세터 김강민과 한동민의 강력한 힘이기도 하다. 어쩌면 주자를 모은 상황이 두산의 실수라고 하기보다는 이들의 힘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옳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2회말 2사후 귀중한 추가점을 얻는 상황에서도 어김없이 그 능력을 발휘했고 두산의 초반 추격 의지를 꺾어버리는 점수가 됐다. 

사실 2회말 1사후 8번 김성현이 중전안타를 치고 나가서 강승호의 타석에서 의문의 도루 실패를 했을 때까지만 해도 SK의 추가점 흐름은 없었다. 그러나 9번 타자 강승호와의 승부를 어렵게 풀던 두산 배터리는 또다시 볼넷을 허용했고, 이어지는 타순은 1번 김강민이었다.

초구는 바깥쪽 포크볼, 첫 번째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2구째 바깥쪽 속구에 타자 김강민의 헛스윙. 노림수가 있었던 김강민이 욕심을 부려 조금 큰 스윙을 가져갔고 그만큼 타이밍이 늦었다.

볼카운트 0B-2S에서 3구째는 포크였고 파울. 두산 이용찬이 좋은 공을 던졌지만 SK 김강민 또한 파울로 잘 걷어냈다. 그리고 몸쪽 속구로 4구째, 달려드는 타자를 홈플레이트에서 물러서게 했다.

두산 배터리는 5구째 바깥쪽 속구를 승부구로 선택한다. 2구째 타이밍이 늦었던 헛스윙을 기억한 듯했다. 그러나 SK 김강민은 0B-1S에서 했던 큰 스윙과는 다른 간결하고 빠른 스윙으로 우중간에 떨어지는 중전안타를 만들며 1루 주자 강승호를 3루까지 보낸다.

유리한 볼카운트임에도 불구하고 타자의 생각과 움직임을 잡지 못했다. 3루까지 진루한 강승호는 다음 타자 한동민의 2루 내야안타에 득점에 성공한다. 

# 정규시즌 1위팀 두산과 한국시리즈 두산은 전혀 다르다...

모두가 믿어 의심치 않았던 정규시즌 1위 팀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이었는데, 시리즈의 최대 승부처인 3차전을 내주며 조금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두산이 정규시즌과는 다르게 상대의 실수가 크고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회를 전혀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선 플레이오프에서 두 경기를 경험한 SK 선발 켈리는 마운드에서 흔들림 없이 차분했고 힘의 배분을 정말 잘했다. 그 결과 2차전 SK 타자들이 두산 후랭코프에 당했듯이 3차전은 SK 켈리의 호투에 두산 타자들이 철저히 막혀있었다.

하지만 4회말 공격부터 봇물 터지듯 나오기 시작된 SK의 실수는 켈리가 자신의 페이스대로 주도하던 경기 흐름을 강하게 흔들었다.

4회말 2루 주자 정의윤의 주루사, 그리고 이어진 수비에서는 5회초 유격수 김성현의 실책과 3루수 최정의 아쉬운 수비로 안타 허용에 6회초 1사 설명하기 힘든 강승호의 실책까지. 무려 4개의 실수가 연이어 나오면서 두산이 경기를 뒤집었다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흐름이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의 두산은 상대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던 정규시즌의 두산이 아니었다. 5회초에 두 점을 따라갔지만 6회초 1사 만루의 기회에서 오재일, 김재호가 범타로 물러나면서 경기의 승패뿐 아니라 시리즈 전체를 가질 수도 있었던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4번 타자 김재환의 결장으로 타순을 바꿀 수밖에 없었던 것이 또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 

# 시리즈 흐름상 3차전과 4차전은 하나로 묶여 있었다. 3차전 승리팀이  4차전 승리?

시리즈의 흐름상 3차전의 결과는 4차전의 결과와 하나로 묶여 있다고 봤다. 만약 3차전을 SK 켈리가 잡아낸다면 SK 4차전 선발 김광현이 큰 부담감 없이 4차전마저 잡을 확률이 높다고 봤고 그 반대라면 두산의 기세가 SK 김광현을 충분히 위협하고 4차전까지 가져갈 수도 있겠다는 예상을 했다.

그만큼 3차전은 양 팀에게 중요했고 특히 잠실에서 2승을 거두지 못하고 적지 문학에서 2승을 해야만 했던 두산에게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경기이기도 했다. 그런데 SK 켈리가 3차전을 잡았다. 거기에 예상하지 못했던 4번 타자 김재환의 부상 결장까지 겹쳤다.

7경기 중 4승을 해야 끝이 나는 한국시리즈, 두산에게는 아직 네 번의 경기가 남아있다. 그러나 3차전을 아쉽게 내준 두산이 이제는 모든 면에서 불리하고 한국시리즈 패배의 벼랑 끝까지 몰린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됐다. 

# 2007 한국시리즈 4차전의 기억과 교훈,  두산은 급할수록 돌아가라.

2007년 한국시리즈 4차전은 SK 신인 김광현과 두산 에이스이자 리그의 에이스였던 리오스의 맞대결이었다. 많은 사람이 이 둘의 대결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이야기했다. 

SK 신인 김광현은 기적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SK는 1차전과 2차전 2연패를 당한 후 0%의 확률을 지우고 우승을 이룬 첫 번째 팀이 됐다. 급할수록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고 돌아갔던 전략적 승부수가 적중했다.

2018년 한국시리즈 4차전 SK 김광현과 두산 이영하. 양 팀의 입장이 서로 달라졌지만 그때와 많이 닮았다. 어떤 기적과 같은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단, 두산도 그때의 SK처럼 쫓기고 급할수록 돌아가는 강자의 느긋함을 찾아야 한다. 승부는 쫓기듯 먼저 달려들면 찾아온 승기도 멀리 달아나고 만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2007 한국시리즈 4차전의 기억이 주는 교훈이다. 아마도 지금 두산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