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구라다] 조연이 된 류현진, 그리고 '하얀 삵' 주지훈 - feat. 신과함께 2

조회수 2018. 10. 13. 22: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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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씬 1. 사채업자들을 초토화시키는 장면

일직차사(주지훈) : (사채업 X아치를 상대로) 자, 여기 주목. 애 다리를 어떻게 한다고? 여기 다리 부러져 본 사람~. 생각보다 많이 아포. 알고는 있어야 되니까.

X아치 : 아니 어디서 이렇게 하나씩 기어나와? 넌 또 뭐니?

(일직차사 액션 시작. 정확히 11초만에 X아치 6명이 바닥에 모두 널부러짐)

일직차사 : 다음 번에는 니 양 팔이 부러질 테고, 그 다음엔 니 허리가 부러질 거고, 그 다음엔 니 모가지를 뿌러트릴 거야. 그러니까 저승 투어하고 싶으면 세 번만 더 오면 돼. 알았지?

영화 <신과함께2>의 한 장면


# 씬 2. 성주신 마동석이 일직차사 주지훈의 생전 모습을 알려주는 장면

성주신 : 해원맥, 너는 고려와 여진의 경계를 나누는 북방지역을 관할하는 무시무시한 무장이었어. 니가 전투에 나타나기만 하면 모든 여진족들은 전의를 상실했고, 서로 도망치기 바빴었지. 하얀 삵. 넌 그렇게 하얀 삵의 털로 만든 목도리를 두르고 다녔었지.

일직차사 : 아~. 그래서 그랬구나. 목이 항상 공허했어. 목 주위가 뭔가 항상 결핍된 느낌이랄까? (얘기를 들으며 공책에 받아쓰기 하는 아역 현동을 향해) 옆에다가 ‘ㄹ’은 어떻게 하구 인마. 삭이 아니구 삵RRRR. 고양이과 삵RRRR. 내일 모레면 초등학교 들어간다는 놈이 이게, (과거 얘기에 도취해 독백을 시작한다) 발 뒤축을 끊어. 발뒤축이 아킬레스건이잖아? 어? 이게? 하얀 삵, (아주 만족한듯) 하하하하하.

영화 <신과함께2>의 한 장면


# 씬 3. 해원맥이 덕춘 김향기와 아이들의 은신처를 찾아낸 장면

부하 : 대장, 여진족의 잔당입니다.

해원맥 (일직차사 주지훈) : 내가 직접하겠다. (칼을 들고 헛간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검, 그러나 아이들은 멀쩡히 뛰어나온다.)

해원맥 : (덕춘에게) 고기는 배가 고프더라도 꼭 삭풍에 말려서 먹도록하고, 뼈는 갈아서 상처가 난 아이들에게 발라주도록 하여라. 저 호랑이 가죽은 혹한기에 식량을 구하러 나가는 사람에게 입히도록 하고, 그리고 다시는...다시는 남쪽으로 내려오지 말거라. (덕춘은 감동에 눈물이 그렁그렁)

성주신(마동석) : 야 인마, 너 거기 왜 올라갔어. 또~. 안 멋있어. 내려와. 아이고 지랄하네.

영화 <신과함께2>의 한 장면



다시 커쇼의 게임이 시작됐다

다시 시작됐다. 늘 그렇듯이 완전한 ‘커쇼의 게임’이다.

디비전 시리즈가 끝났다. 수많은 (미국의) 미디어들이 그 다음 뉴스를 쏟아냈다. 초점은 역시 선발 투수의 차례다. 다른 데는 별로 관심없다. 오로지 한 명이다. 스포트 라이트는 오직 클레이튼 커쇼를 향해서 비춰진다.

거의 모든 매체가 1차전을 그의 경기라고 예상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다. 예고는 일찌감치 이뤄졌다. 디비전 4차전을 앞두고다. “만약 5차전까지 간다면 커쇼가 나갈 것이다. 그게 필요없다면 챔피언십 1차전이 다음 (등판) 스케줄이 될 것이다.”

당사자도 무척 적극적이다. mlb.com과 인터뷰에서 이런 코멘트를 남겼다. “우리 선발진의 깊이가 자랑스럽다. Ryu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워커(뷸러)도 좋지 않은 이닝 이후 본래의 자기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주 잘 해냈다. 힐도 경기를 줄곧 자신의 것으로 리드해 나갔다.”

그러면서 1차전에 대한 강한 의욕을 나타냈다. 무척 적극적인 의사 표현이었다. ‘로버츠 감독에게 확답을 받았냐’는 질문에는 “아직 모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1차전에서) 던지고 싶다”고 명확하게 밝혔다.

<LA타임스>도 이런 흐름을 지지했다. ‘2009년 커쇼가 완성된 이후 다저스의 포스트시즌 첫 경기에 그를 내보내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휴식일과 관련 있다는 설명이었지만, 매우 상징적인 결정이었다. 커쇼도 실망감을 보였다.’ 


커쇼와 커쇼 아닌 투수들

조금 심하게 얘기하면 그렇다. 다저스라는 팀에, 그것도 투수들에게는 2분법이 적용된다. ‘커쇼’와 ‘커쇼 아닌 투수들’이다. 후자에 대한 관심은 확연히 떨어진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디비전 때 원투 펀치급으로 인식됐던 류현진도 마찬가지다. 이젠 살짝 뒷전이 된 느낌이다. 2차전이 될 지, 3차전이 될 지. 약간의 설왕설래가 있을 뿐이다. 홈에서 강하니까 세번째가 낫다는 의견도 대두했다.

로버츠 감독은 이틀 전(한국시간 11일)까지 입장을 유보했다. “7게임을 해야 하는 시리즈다. 2, 3차전 선발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상대 로스터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그러면서 한 마디를 보탰다. “우리는 Ryu가 홈에서 더 강하다는 걸 알고 있다. 아직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자기 시간이 되면 잘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

메인 스트림(주류) 미디어에서도 간혹 반론이 제기됐다. ESPN은 아주 완곡한 톤으로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상하다. 괜찮은 결과를 생산했던 같은 전략을 왜 따르지 않을까. 류현진의 휴식이 너무 길어지는 것 아닌가.’ 디비전 때의 순서를 왜 포기하냐는 반문이었다.

불과 일주일 전에는 사뭇 달랐다. 당시만해도 미묘한 분위기였다. 커쇼에 대한 불신이 한 자락 깔렸다. 예전같지 않은 모습 때문이었다. 덕분에 깜짝 놀랄 일이 생겼다. 그들의 시각에서 보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물론 커쇼는 커쇼다. 차원이 다른 투수다. 엄청난 커리어를 쌓았다. 프랜차이즈를 대표하는 초특급 스타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팀의 중요한 결정이 그를 중심으로 돌아간대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이다.

만약이라는 가정법을 도입해보자. 디비전 때 류현진의 1차전 투입이 실패했다고 치자. 아마도 로버츠 감독과 그의 스태프들은 어마어마한 반감을 상대했을 것이다. 말도 안되는 짓이었다는 손가락질이 사방에서 쏟아졌을 것이다.

어쨌든 파격은 성공했다. 3승 1패라는 준수한 결론을 얻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정신(?)을 차렸다. 엇박을 버리고 정박으로 돌아왔다.

그걸 탓하자는 게 아니다. 왜 디비전 때 잘 던진 투수를 뒤로 돌리냐. 또다시 구태를 반복하는 것 아니냐. 그런 투정을 부리자는 게 아니다. 반복하지만 그들의 시각에서는 지극히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온 것일 뿐이다. 바로 커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해야 할 얘기가 남아있다. 바로 우리에게는 커쇼보다 중요한 ‘빅게임 피처’가 있기 때문이다.

하긴 그렇다. 99번도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다 겪은 베테랑이다. 이글 교육대에서 멘탈 훈련 과정을 탄탄하게 이수했다. 그깟 일에 마음이 흩어질 수준은 아닐 것이다.

영화 <신과함께2>의 한 장면


진짜 주역은 관객의 기억 속에서 결정된다

쌍천만 관객을 달성한 <신과함께2>는 캐스팅이 압도적이었다. 하정우, 이정재, 마동석, 김향기, 김동욱, 임원희 같은 쟁쟁한 배우들이 망라됐다. 주연으로 따지자면 단연 하정우일 것이다. 강림 역으로 전체의 스토리를 끌고 나갔다. 1편 <죄와벌>, 2번 <인과연>에서 그의 비중은 한결 같았다. 당대 최고의 흥행 배우라는 수식에 어색함은 없었다.

그러나 <신과함께2>는 주지훈의 영화였다. (물론 <…구라다>의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이다.) 일직차사와 해원맥(하얀 삵)의 두 가지 캐릭터를 깔끔하게 연기해냈다. 액션과 감동, 코믹 코드를 절묘하게 넘나들었다. 어쩌면 2시간 21분의 러닝 타임에서 가장 주목도가 높았던 씬들이 그의 장면 아니었을까.

주연, 조연, 주조연, 단역 따위는 시나리오가 정한다. 그러나 진짜 배역의 크기는 엔딩 스크롤이 올라가고, 극장을 나오는 관객들의 기억 속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1선발에 대한 이의제기는 ESPN만이 아니었다. <CBS 스포츠>도 의구심을 품었다. ‘커쇼는 더 이상 지구상 최강이 아니다. 30세 시즌에 ERA 2.73을 기록했다. 반면 류현진은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좋은 스탯을 보였다. 디비전 1차전 때는 마치 에이스처럼 던졌다.’

2차전일 지, 3차전일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시리즈가 끝난 뒤에 관객들은 깨달을 것이다. 누가 가장 강력한 캐릭터였는 지, 누가 진짜 주역인 지 말이다.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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