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김정준의 超야구수다] KIA 깜짝선발 전상현의 가능성과 아쉬운 결과

김정준 입력 2018.09.20. 09:28 수정 2018.09.2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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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팀 선발은 삼성 윤성환과 KIA 전상현이었다. 승부의 예상은 타격전의 전개로 보다 많은 점수를 얻어야 이길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양 팀 1회의 짧은 공방전 이후, 예상은 빗나갔고 경기는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갔다.  KIA는 1사 만루의 빅이닝 기회를 놓쳤고, 삼성은 박해민의 선두타자 홈런 이후 침묵했다. 

삼성 윤성환은 1회 1사 만루 위기를 넘기고 특유의 완급과 제구력을 뽐내며 모처럼 호투를 이어갔고, KIA 전상현도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변화구를 자유롭게 쓰면서 851일만에 선발등판(프로데뷔 두번째 선발등판)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침착하게 안정적인 투구를 보여줬다. 

그러나 양팀 선발 투수는 모두 4회를 마치지 못하고 모두 강판 되고 말았다.

삼성 윤성환은 4회초 선두타자 김주찬의 타구에 다리를 맞는 부상이 있었고, KIA 전상현은 4회말 2사후 삼성 김헌곤에게 주지 않아도 될 볼넷을 내주면서 2사 만루 박해민 타석때 펫딘에게 공을 넘겨주고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치열한 5강 싸움 속에서 한 명의 투수라도 아쉬운 양 팀으로서는 경기 결과를 떠나 강판 전까지 재미있는 투수전을 보여주던 두 선발투수의 조기 강판은 못내 아쉬웠을 것이다.

특히 KIA는 깜짝 선발카드였던 전상현이 남은 시즌 선발 투수 역할을 충분히 믿고 맡길 만한 투구내용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좀 더 긴 이닝을 던지길 바랐을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좋은 결과와 함께 자신감을 얻었으면 했을 것이다.

그만큼 4회말 2사후 주지 않아도 될 볼넷은 나름 의미가 컸고 전 타석 승부에 대한 나쁜 기억 때문에 바뀐 상황을 놓친 것이 화근이 됐다.

# KIA vs 삼성 (9월19일/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 KIA 0:1 삼성 / 4회말 2사
# 투수 KIA 전상현 vs 타자 삼성 김헌곤
# 3B-2S / 볼넷

0B-0S 바깥쪽 속구 (반대 투구가 되면서 높은 볼이 된다)

4회말이 되고 나서야 전상현의 커브가 비로서 좋아졌다. 첫 타자 5번 강민호와 다음 타자 박한이를 커브로 간단하게 잡아냈다. 주자 없이 2아웃에 타석에는 삼성 7번 김헌곤. 

김헌곤의 첫 타석도 2회말 2아웃이었다. 0B-2S에서 마지막 승부구로 택한 공은 커브였다. 포수 김민식이 낮게 바운드 성으로 떨어지기를 바랐던 커브는 밋밋하고 높았다. 우중간 2루타를 허용했다.

2스트라이크에 몰리면 모든 공에 반응하는 삼성 김헌곤의 특성을 생각하면 낮게 던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변화구(경기 초반에는 체인지업이 가장 좋았다)를 택했어야 했다.

하지만 포수 김민식은 타석의 타자도 마운드의 투수도 잘 모르고 있었던 게 아니었나 싶었다. 승부구로 선택한 전상현의 커브는 기본적으로 구질의 특성상 타자가 볼카운트가 몰렸을 때는 스윙이나 땅볼을 잡아내기 힘든 구종이었다.

포수 김민식의 첫 번째 실수였다. 그런데 이보다 더욱 아쉬웠던 점은 그 실수를 다음 타석까지 끌고 갔다. 그 탓에 경험이 부족한 투수는 0B-2S에 맞은 안타가 자신의 잘못인 줄만 알고 자책했고 마음에 담아두었다.

김헌곤의 두 번째 타석, 첫 타석과 같은 실패를 해서는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심리적 강박에 초구부터 불필요한 힘이 들어갔다. 안정된 제구를 보이던 공이 높게 뜨며 반대로 몰렸다.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앞선 두타자를 잘 잡았던 리듬이 깨졌다.  

1B-0S 바깥쪽 체인지업 (파울)

경기 전 김기태 감독은 깜짝 카드 전상현의 장점에 대해 속구의 ‘볼 끝’이라고 했다. 그런데 시합에 들어가니 속구의 ‘볼 끝’만 좋은 것이 아니었다. 스트라이크를 넣을 수 있는 다양한 변화구도 갖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체인지업은 안쪽과 바깥쪽을 구분해서 던질 수 있을 정도로 제구력이 안정적이고 뛰어났다. 포수 김민식이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마음 놓고 쓸 수 있었다.

삼성 타자들이 선두타자 박해민의 속구 홈런 이후 침묵했던 것도 타자가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판단이 빨라지고 스윙이 커진 면도 있지만 바로 전상현의 체인지업에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2아웃 무주자 그리고 타자의 유리한 볼카운트에 큰 스윙을 한 김헌곤은 체인지업에 타이밍이 조금 빨랐고 3루 방향의 땅볼 파울이 됐다.

1B-1S 커브 (파울)

2회말까지의 커브와 4회말에 들어선 후 커브는 달랐다. 전형적인 오버핸드 투수의 커브로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큰 폭은 눈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2회말과는 달리 낮게 떨어졌고 절대 치기 쉬운 공은 아니었다.

타자 김헌곤이 힘있게 스윙을 했지만 다시 한번 3루 방향의 땅볼 파울이었다.

1B-2S 바깥쪽 속구 (볼) → 2B-2S 몸쪽 속구 (볼) → 3B-2S 체인지업 (볼 넷)

투수에게 절대 유리한 볼카운트를 다시 만들었다. 첫 타석의 실수가 기억에 남았고 이번에는 완벽하게 잡아내야 한다는 필요 이상의 신중함이 작용하게 된다.

투수 전상현의 신중함은 경기의 첫 타자 박해민에게 홈런을 허용한 이후 4번 러프에게 몸쪽 속구를 던지는 상황에서도 나타났다. 포수 김민식은 이러한 투수의 변화에 대해 민감하게 느끼지 못한듯 했다.

투수의 입장에서 보다는 계속해서 타자의 생각을 벗어나려고만 했고 투수는 타자의 배트가 닿지 않는  어려운 코스를 목표로 던지게 된다.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선구안이 나쁘고 급해지는 김헌곤의 특징을 이용해 볼을 치게 하려는 의도를 가졌어야 했다.  

포수는 마스크 사이로 보이는 모든 상황을 민감하게 느끼고 받아들여야 한다. 투수의 변화에 둔감했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신중해진 투수에게 불필요한 힘을 빼도록 리드해야 하는 포수가 오히려 더 승부에 힘이 들어가고 만 것이다.

3B-2S에서 선택한 체인지업이 힘이 들어가며 바닥을 친다. 볼넷이 나왔고 마운드의 전상현은 또다시 고개를 숙이고 만다. 이후 8번 김성훈에게 우전안타(체인지업이 높았다), 김상수에게 볼넷을 주며 만루가 되자 KIA 벤치는 전상현을 내리고 빅해민을 상대하기 위해 펫딘을 올린다.

# 좋은 포수에게 ‘기억력’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그러나 ...

좋은 포수에게 기억력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그러나 그 기억 속에는 좋은 결과도 있고 나쁜 결과도 있다. 이는 타자와의 수 싸움에서 기준이 되기도 한다. 포수는 이러한 기억을 기준으로 타석에 선 타자의 움직임을 보며 그들의 생각을 읽어내야 한다.

1회초 1사 만루의 위기를 넘긴 삼성 강민호는 KIA 타자들이 투수 윤성환과 이전 변화구 승부를 기억하고 속구의 타이밍에 늦는 파울이 계속 나오자 이를 역으로 활용해 속구를 중심으로 잡아낼 수 있었다. 

반면 KIA 김민식은 전 타석의 실수를 기억하고 그 실수에 대한 여운이 다음 타석까지 이어졌다. 상황 판단과 선택의 폭을 스스로 좁혀버렸고 그 결과 기대 이상 잘 던지고 있던 투수까지 흔들리게 하고 만다.

이처럼 포수의 머릿속에 남은 기억은 약이 될 수도 있고 때로는 독이 될 수도 있다. 포수가 그 기억들을 제대로 쓰기 위해선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좋은 포수가 만들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하는 이유다. 

경기는 9회말 김상수의 극적인 끝내기 홈런으로 삼성이 승리했다. 9회초 5점의 점수차를 뒤집어 낸 최형우 동점 만루홈런과 이어진 김주찬의 역전 2점 홈런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쉽게 나오지는 않지만 승부의 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9회말 2사까지 잘 잡았던 마무리 윤석민이 김헌곤에 안타를 허용한 후 다음 타자 8번 김성훈 타석에서 1루 주자를 두고 와인드업 모션으로 투구한 부분은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상황을 보면 1루 주자가 2루에 가고 득점을 허용하게 되더라도 2점 차였고 2아웃이었기 때문에 타자 김성훈에 집중한다는 의도였고 타자를 잡을 수 있다는 투수의 자신감이 밑바탕에 있었을 것이다. 그 의도는 충분히 이해는 되었지만 그래도 투수가 유주자 시에 세트모션이 아닌 와인드업 모션으로 투구를 했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결과를 떠나 투수 본인 스스로에게 느끼지 않아도 되는 심리적 압박이 되었다고 본다. 주자를 보낸 윤석민의 리듬을 깨졌고 타자 김성훈을 향한 집중력도 흐트러졌다는 것이 느껴졌다.

결국 윤석민은 3B-1S으로 볼카운트가 몰린 가운데 속구를 던지게 되었고 4안타를 기록하며 호조였던 김성훈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중전 안타를 만들어 냈다. 득점권에 보내준 2루 주자 김헌곤이 추격점이 되자 윤석민은 더욱 궁지에 몰렸고 삼성 김상수의 역전 끝내기 홈런을 맞은 체인지업은 밋밋하게 밀려들어 오고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