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김정준의 超야구수다] 두산베어스의 정규시즌 우승을 축하하며..

김정준 입력 2018.09.26. 08:30 수정 2018.09.2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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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로 3점을 앞서고 있었던 7회말 2아웃 만루. 오재일의 중월 만루 홈런이 나왔다. 승부는 결정났고 사실상 두산의 2018시즌 정규시즌 우승을 향한 마지막 숫자 하나가 지워지는 순간이었다.

9회초 2아웃이 되자 두산 김태형 감독은 마운드의 박신지를 내리고 마무리 투수 함덕주를 올린다. 정규 리그 우승을 결정짓는 마지막 아웃 카운트는 한 시즌 동안 팀의 뒷문을 지켜온 마무리 투수에게 맡기고 싶었을 것이다.

마무리 투수 함덕주는 첫 타자 넥센 이정후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했지만 다음 타자 송성문을 좌익수 플라이로 잡으며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짓는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았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트레이드 마크인 선글라스를 벗고 한 사람 한 사람 손을 잡고 2년 만에 되찾은 정규리그 우승의 기쁨을 나눈다. 

우승의 순간은 언제 봐도 감동스럽다. 모든 팀이 이 순간을 꿈꾸며 달려왔지만 2018시즌의 마지막 환희와 감동의 주인공은 시즌 초부터 이미 ‘어.우.두.(어차피 우승은 두산)’ 라는 유행어를 만든 두산 베어스였다. 

#  우승팀의 좋은 포수 양의지, 시즌 전 도박과도 같았던 투수진의 변화를  혁신으로 완성시키다. 

2018시즌이 시작하기 전 두산 베어스는 사실상 위기였다. 팀 선발진의 핵심축이던 외국인 선수를 모두 바꾸는 모험을 감행했다. 게다가 최근 수년간 풀로 가동된 토종 선발 투수 장원준과 유희관의 피로도에 대한 우려는 팀 안팎으로 큰 쟁점이 됐다.

지난 수년간 판타스틱 4로 불리던 막강한 선발진으로 리그를 지배했던 두산의 투수력이지만 조금만 잘못되도 쉽게 빠져나오기 어려운 격변기를 맞게 될 수도 있었다.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두산의 2018시즌 행보에 의구심을 품었고 전년도 우승팀 KIA를 절대 1강으로 꼽기도 했다.

그래도 두산의 투수진이 믿고 기댈만한 언덕이 있다면 바로 주전 포수 양의지였다.

아무리 한 치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큰 격변기를 맞이한다 해도 그와 함께라면 어떻게든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두산의 2018시즌을 돌아보면, 먼저 외국인 원투 펀치 린드블럼(15승, 승률 0.789)과 후랭코프(18승, 승률 0.857)는 새로운 팀에 둥지를 튼 첫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주전 포수 양의지를 중심으로 한 수비진의 도움을 받아 자신들의 장점을 극대화시킬수 있었고 최상의 결과 또한 얻어낼 수 있었다. 

전년도 마무리 투수에서 선발 투수로 역할 바꾸기에 대성공한 이용찬(14승, 승률 0.824), 그리고 이용찬이 빠진 불펜진의 공백을 채워준 박치국(1승 17홀드 3세이브)과 함덕주의 비약적인 성장(6승 3홀드 26세이브)도 고비마다 힘을 모아 함께 헤쳐나온 포수 양의지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했다.  

이제 시즌 초반 고전했던 유희관과 후반기부터 기대 이상의 투구를 보여줌으로써 투수 화수분의 대표주자가 된 이영하가 남은 12경기에서 각각 1승씩을 더하면 두산은 5명의 10승 투수를 보유하게 된다. 두산의 2018시즌 정규시즌 우승이 꽃길처럼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투수를 정신면으로나 기술면으로나 도와서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그 결과 팀을 승리로 이끌어 내는 역할을 맡은 포수로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보람이자 영광이 아닐 수 없다.  

8회말 타석에서 몸에 맞는 공으로 교체된 양의지는 우승이 결정되는 순간 마스크를 쓰고 있지 못했다. 그래도 2018시즌 팀이 그에게 걸었던 기대와 믿음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부응했다.

포수 양의지는 시즌전 도박과도 같았던 두산 투수진의 큰 변화를 혁신으로 바꾸어 완성시킬 수 있게 했다. 우승팀에는 반드시 좋은 포수가 있다는 야구의 속설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 2008시즌 입단한 김재환이 두산 역대 최고의 4번 타자가 되다. 

두산 김태형 감독 취임 후 첫 시즌이었던 2015시즌, 김재환은 48경기 타율 0.235 7홈런 22타점으로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 채 시즌을 마쳤다. 그러나 그의 2016시즌의 첫 타석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어쩌면 김재환의 운명이 바뀐 타석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했다.

2008년 입단한 김재환이 마지막 승부수로 절치부심 준비했을 2016시즌의 시작은 2군이었다. 이는 결과에만 연연하여 자기 스윙을 하지 못하는 김재환을 팀의 중심타자로 키워내기 위한 김태형 감독의 큰 그림이라고 생각했다.

그해 4월 12일. 한화와의 3연전 첫 경기 9회초에 김재환은 4번 에반스를 대신해서 대타 출장, 2016시즌 첫 타석에 들어선다.

시즌이 시작되고 이미 2주가 지난 후였다. 벼랑 끝에서 주어진 마지막 기회, 김재환은 이를 놓치지 않았고 보란 듯이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쳐냈다. 

시즌 첫 타석에 대타 홈런을 치며 김태형 감독의 신뢰를 다시 회복한 김재환은 한화전 남은 두 경기에서 선발로 출장, 1개의 홈런을 추가했다.

그리고 4월 22일 다시 만난 한화와의 3연전 첫 경기에서 또 한 번 4번 에반스를 대신해 출장, 대타 만루 홈런을 쳐낸다. 

첫 번째 기회가 두 번째 기회를 낳았고 두 번 기회 모두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

한화전에서 나온 두 개의 대타 홈런은 선발과 대타 출장을 오가며 불투명했던 김재환의 입지를 새롭게 다졌고 이후 김태형 감독은 스타팅 라인업에서 그의 이름을 절대 빼놓지 않았다.

2016시즌을 마치고 보니 37홈런 124타점 타율 0.325, 타자로서는 엄청난 기록이었다. 김재환은 스스로 운명을 바꾸었고 팀 우승에도 크게 공헌한다.

다음 해에도 그는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2017시즌 35홈런 115타점 타율 0.340으로 2년 연속 30홈런 100타점 이상을 기록하는 등 팀 4번 타자의 자리를 확고히 했다. 

외국인 타자가 거의 활약하지 못한 올 시즌에도 그는 팀의 4번 타자로서 타선의 중심을 확실하게 잡아줬다.  2년 연속이었던 30홈런 100타점 이상의 기록을 3년 연속으로 이어갔고 팀 역대 한 시즌 최다 홈런(43홈런)을 이미 경신했다.

이제 두산의 역대 최고 4번 타자는 김재환이다. 모두에게 실력으로 인정받은 김재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두산 베어스의 보물이 됐다.

야구계 속설에 팀을 우승으로 이끌어 줄 에이스와 4번 타자를 만나는 것은 천운과 같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두산은 그러한 천운을 기다리지 않았다.

두산은 늘 그랬듯이 힘을 집중적으로 쏟고 또 인내하기를 거듭한 끝에 결국 최고의 4번 타자를 팀 내에서 육성해 냈다. 두산 화수분 야구의 놀라운 힘은 하늘이 내려주는 천운까지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다.

# 지독하리만큼 고집스러웠던 두산의 승부 근성은  화수분 야구를 다시 살아 숨 쉬게 했다.

서울 라이벌 LG 트윈스와 상대전적 13승 무패(LG전 15연승 중). 그럼에도 한 치의 흐트러짐도 보이지 않았던 두산의 승부 근성은 지독하리만큼 고집스러웠다. 하지만 이 완고한 승부 근성이 2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되찾아 올 수 있게 했다. 

프로의 세계는 결과 없이는 말할 수 없다. 두산의 화수분 야구가 높이 평가받는 것도 바로 결과가 함께 따르기 때문이다. 2018시즌 두산은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내면서 다시 한번 화수분 야구의 탁월함을 증명했다.

이 세상을 살며 우리는 무엇이든 멈추지 않고 계속 가면 분명히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알지만 또한 멈추지 않고 계속 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두산 베어스와  두산의 화수분 야구는  해냈다. 그리고 그 꿋꿋한 걸음은  늘 그래왔듯이 오늘에 멈추지 않고  또 다시 내일을 향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2018시즌 두산의 정규리그 우승은 조금 특별하게 다가왔다. 두산 베어스의 2018 정규시즌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