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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구라다] 오승환의 3연속 슬라이더가 어리둥절한 마차도

조회수 2018. 8. 14. 08: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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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 이적후 180도 달라진 볼배합의 패턴

셀피(selfie), 그러니까 셀카가 문제였다.

플레이 중에 전자 장비는 말도 안된다. 하지만 올스타전인데 누가 그리 까다롭겠나. 경기가 한창이던 2회였다. 희한한 장면이 연출됐다. 유격수가 주자에게 슬금슬금 다가선다. 몇 마디 나누더니, 주섬주섬 뒷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낸다. 그리고는 다정하게 ‘찰칵’. “오늘부터 1일이야.”

그 장면은 생생하게 전파를 탔다. 전세계의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이후 SNS를 통해 루머들이 퍼지기 시작했다. ‘매니 마차도가 드디어 푸른 유니폼을 입는구나.’ 몇 시간 안돼 오피셜이 떴다. 현지시간 7월 17일이었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

마차도의 이사 소식에 다저스 팬들은 환호했다. ‘둘이 잘 지내기를….’ 어디 LA 사람만이겠나. 반대편 뉴욕에서도 마찬가지다. 양키스의 CC 사바시아가 가장 기뻐했을 것이다. 트레이드 며칠 뒤(7월 21일) 38번째 생일을 맞았다. 즐거운 파티 와중에 만세를 불렀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에게 마차도는 끔찍한 존재다. 늘 애 먹이는 타자 중 하나다. 56타수에 21안타를 맞았다(.375). 절반 이상은 장타였다. 2루타 7개, 홈런은 무려 5개나 허용했다. OPS가 무려 1.175에 달한다.

CC만이 아니다. 같은 팀의 JA 햅도 질색한다(OPS .904). ‘마차도 알레르기’ 증상은 빨간 양말 중에도 여럿이다. 데이비드 프라이스(.1.024), 릭 포셀로(.907)가 환자들이다. 그동안은 어쩔 수 없었다. 같은 ‘알(AL)동부’ 소속이라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발 쭉 뻗고 자게 생겼다.

마차도는 그만큼 같은 지구를 상대로 인상적인 경기를 많이 했다. 그래서 볼티모어 팬들이 더 섭섭한 지도 모른다.

달콤한 NL 서부에서 만난 뜻밖의 돌뿌리

그의 캘리포니아 생활은 여전히 즐겁다. 가고 싶은 다저 스타디움이었다. 꿈에 그리던 빈 스컬리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동료들도 너무 착하다. 켄리 잰슨이 먼저 나섰다. (마차도의 본래 번호) 13번의 주인 맥스 먼시를 설득했다. “내가 좋은 선물을 줄테니, 백넘버 좀 매니에게 양보해주라.”

그 사실을 알고 당사자가 손사래쳤다. “아냐, 아냐. 난 LA 레이커스(NBA) 팬이야. 코비(브라이언트)가 달던 8번도 괜찮아.”

춥고, 척박한 ‘알(AL) 동부’에서도 잘 나갔다. 거기 비하면 NL 서부는 꿀이다. 따뜻하고 스윗한 팬들이 넘친다.

그렇게 행복하던 캘리포니아 드림은 돌연 암초에 걸렸다. 지난 주말 콜로라도 원정 때였다. 생전 처음 보는 투수 한 명과 마주치면서 부터다.

첫번째 만남에서는 하이 패스트볼이었다. 카운트 1-2에서 몸쪽에 가슴 높이를 파고 들었다. 얼떨결에 따라나갔다. 하지만 배트가 한참 늦었다. 헛스윙 삼진. 홧김에 배트 하나를 두 동강냈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

이틀 뒤 또 만났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아니 더 참혹했다. 공 3개에 헛스윙만 내리 세 번이었다. 한 가운데 공도 있었는데 아예 스치지도 못했다. 또 한번 방망이를 꺾으려나? 아무리 돈이 많아도, 배트 하나가 얼만데…. 허벅지도 좀 아프고…. 들어오는 길에 슬쩍 마운드를 한번 돌아봤다.

슬라이더만 연속 3개로 빼낸 헛스윙 삼진

돌부처가 이적 후 첫 홈런을 맞았다. 잘 나가다가 코디 벨린저에게 하나 걸린 게 문제였다. 나머지는 모두 괜찮았다. 다저스의 중심 타선인 마차도와 저스틴 터너를 두 번이나 완벽하게 제압했다. 특히 마차도에게 연거푸 삼진을 빼내며 ‘천적’이라는 동영상 제목도 얻어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두번째 대결 때다. 그러나 12일 경기에서 3구 삼진을 빼낸 대목이다.

상기하시라. 그는 같은 지구 팀들에게 강했던 타자다. 그만큼 열심히 공부한다는 뜻이다. 전력분석팀에서 주는 데이터를 꼼꼼히 챙긴다. 타격 코치의 말도 새겨듣는다. 비디오 분석도 빼놓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당했다. 첫번째는 그렇다쳐도, 두번째 삼진은 분명 의외였다.

이유가 뭘까.

답은 볼배합이다. 셀피 매니아를 무력화시킨 공은 모두 슬라이더였다. 스피드도 비슷한 84마일짜리였다. 몸쪽에서 바깥쪽으로 휘어져나가는 변화에 한결같이 헛손질이었다.

확률을 따져보자. 통계적으로 보스의 투구 중에 슬라이더의 함유율은 30%다. 그게 3번 연속으로 올 확률은 1/27에 불과하다. 그러니 세번째 공에는 ‘설마’ 했을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패턴에 어이없이 당한 것이다. 경기 후 가해자는 <mk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볼배합은 경기마다 다르다. 오늘 특별히 다른 패턴을 가져가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포수 사인을 잘 따르는 편이고, 오늘은 100% 따랐다.” </mk스포츠>

그나마 마차도는 행운아다. 그보다 이틀 전에는 훨씬 엄청난 일이 있었다. 9일 해적들과 싸울 때다. 2-3이던 7회 2사 2루에서 아담 프레이저의 타석이었다. 좌타자인 그에게 처음 공 3개가 연달아 커브로 들어갔다. 아시다시피 커브는 거의 던지지 않는 구질이다. 2.7%에 불과하다. 이 정도면 그냥 ‘보여주기’다. 중요할 때 스트라이크로 던질 공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3연속 커브였다. ① 76마일에 헛스윙, ② 74마일은 볼, ③ 71마일은 스트라이크. 프레이저는 세번째 커브가 몸쪽에 꽉차게 박히자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결국 4구째 포심에 좌익수 플라이 아웃.)

쿠어스필드는 슬라이더가 유리하다

처음 로키산맥으로 향할 때 걱정들이 많았다. 워낙 많은 투수들이 묻혀 있는 곳이라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괜찮아 보인다. 2점 홈런을 맞았지만, 자신의 평균치 이상을 하고 있다. 9게임에 등판해 ERA가 2.08에 불과하다. (8.2이닝 6K) 삼진이 조금 줄기는 했지만 그 정도야 뭐….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 있다. 직구:변화구 비율이다.

           자료 출처. fangraphs.com

포심 패스트볼이 현저히 줄었다. 빈자리는 변화구로 채웠다. 잘 던지지 않던 커브가 부쩍 늘었다. 물론 대표적인 건 슬라이더다. mlb.com의 <베이스볼서번트>는 이걸 커터로 분류한다. 하지만 fangraphs.com 등은 여전히 슬라이더로 표시한다. 이게 포심을 넘어섰다. 상징하는 바가 크다.

돌부처는 돌직구로 대변됐다. 강력함을 의미하지만 단조롭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면 변화구가 많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다채롭다는 말이다. 덕분에 3연속 슬라이더, 심지어는 3연속 커브까지 등장했다. 기존의 데이터를 갖고 타석에 들어왔던 타자들이 혼란스러운 건 당연하다.

이런 변신이 가능해진 이유가 있다. 슬라이더의 개선이다. 꺾임이나 제구? 그런 점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보다는 다른 요인이 관찰된다. 릴리스 포인트의 안정화다.

2017시즌은 부진했다. 원인으로 슬라이더의 피안타율이 급격히 올라간 점이 꼽혔다. 공을 놓는(때리는) 타점이 낮아진 때문이다. 변화의 각도에도 영향을 줬다. 무엇보다 포심과 릴리스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에 구종이 노출되는 문제가 생겼다.

올해는 그런 문제가 거의 완벽하게 개선됐다. 포심과 거의 동일한 릴리스 포인트를 회복했다.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283→.215로 낮아졌다. 당연히 구종가치(pVAL)는 -1.3→6.4로 높아졌다.

                                         자료 출처. fangraphs.com

로키스는 이 부분에 대한 인식이 확실했던 것 같다. 돌부처의 입산에 포함된 계획일 것이다.

포심 위력의 감소는 어쩔 수 없다. 나이에 따른 변화다. 지난 2년간 평균 스피드가 매년 1마일씩은 줄어들었다. 93.5→92.8→91.6마일. 구종가치도 반감했다. 13.6→8.2→6.5.

여기에 쿠어스필드라는 팩터도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높은 고도가 포심의 회전력에 영향을 미친다. 떠오르는 느낌, 그러니까 양력이 줄어들게 된다. 빠른 볼 투수에게는 치명적이다. 반면 슬라이더류의 떨어지는 변화구에는 잇점이 생긴다. 클레이튼 커쇼가 슬라이더를 장착한 2014년부터 더 이상 콜로라도 원정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그렇게 위안을 삼자. 본래 돌부처는 산이 어울린다. 자고로 명승과 고찰은 심산유곡에 깃든다 하지 않았나.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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