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현장] 쿠팩스가 커쇼에게 보내는 최고의 찬사 '엄지 척'

조회수 2018. 10. 8. 04: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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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 척’

어떤 말도 필요 없었습니다. 그가 엄지손가락 하나를 치켜세우니 설명 끝. 신의 왼팔을 가진 다저스의 전설 샌디 쿠팩스는 다저스 더그아웃을 향해 이 같은 제스처를 취했습니다. 흐뭇한 미소와 함께 말이죠. 클레이튼 커쇼에게 보내는 찬사였습니다. 

쿠팩스는 필드와 가장 가깝고, 다저스 더그아웃과도 가장 가까운 위치에 앉았습니다. 이 좌석은 다저스 전설들이 앉는 고정석으로, 토미 라소다, 샌디 쿠팩스, 빈 스컬리 등이 앉아 경기를 관람합니다. 공동 구단주인 매직 존슨도 보입니다. 다저스의 역사인 이들이 선수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응원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전날 류현진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던 쿠팩스는 커쇼가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도 기립해 힘찬 박수를 보냈습니다. 여기에 엄지 척까지 보탰습니다. 흠잡을 데 없는 명품 피칭을 본 선배가 후배에게 보내는 최고의 반응입니다. 이렇게 다저스의 전설은 후배들의 활약을 기뻐하며 가을 야구를 즐기고 있습니다.

8이닝 동안 2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던 클레이튼 커쇼.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이때 다저스 팬들은 일제히 기립하며 환호했습니다. 대부분의 팬은 ‘당연히’라고 생각했을 상황입니다. 투구 수가 85개에 불과했으니까요.

그런데 갑자기 야유가 다저스타디움을 가득 메웠습니다. 환호가 야유로 바뀌는 건 한순간이었습니다.

마운드로 향하는 로버츠 감독에게 보내는 야유였습니다.

다저스 팬들은 커쇼가 경기를 마무리 짓기를 원했을 테고, 애틀란타 팬들은 로버츠 꼼수에 비난하는 야유를 보낸 것입니다. 

커쇼는 덤덤하게 마운드에 올라온 로버츠 감독에게 공을 넘겼습니다.

이미 정해진 시나리오였습니다. 8회말 공격 때, 더그아웃에서 로버츠 감독은 허니컷 코치와 커쇼에게 상황을 전달했고, 커쇼도 감독의 결정에 수긍했습니다. 허니컷 코치는 불펜에 곧바로 전화를 걸어 잰슨을 대기 시켰습니다.

로버츠 감독과 커쇼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미 정해진 시나리오였음을 알렸습니다. 커쇼도 감독의 작전에 수긍했고, 개인 기록이 아닌 팀 우승을 위해 선택한 결정이었습니다.

로버츠 감독은 애틀란타 대타 요원을 소모하기 위한 작전으로 커쇼를 9회에도 마운드에 올렸다가 잰슨으로 교체했다고 밝혔는데, 이에 따라 애틀란타 역시 플라워스에서 두다로 교체해야했습니다. 

클레이튼 커쇼는 지금까지 총 20번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선발 투수 자격으로 마운드에 오른 횟수입니다. 이중 처음으로 8이닝까지 마운드를 지켰고, 2피안타 무실점으로 최상의 기록을 찍었습니다.

“Ryu threw so unbelievable last night.”

커쇼는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류현진이 전날 경기에서 믿을 수 없이 잘 던졌다. 그만큼은 던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그리고 이게 커쇼 본인이 하려 했던 전부라고 말했습니다. 1차전, 2차전 선발에 의미를 두지 않고 오직 팀 승리를 위해 전날 동료 류현진이 보여준 호투를 이어가려 노력했다는 의미입니다.

1차전 류현진이 보여준 호투가 클레이튼 커쇼에겐 자극이 되었습니다. 좋은 의미의 자극입니다. 

로버츠 감독은 디비전 시리즈를 앞두고 "홈에서 열리는 첫 번째와 두 번째 경기는 모두 중요하고, 최상의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작전이다"라고 말하며 "류현진과 커쇼에게 똑같이 5일 휴식을 주기 위해 등판 순서를 바꿨다"라고 알렸습니다. 선수 개인의 커리어, 감정, 의미보다는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목표에 맞춰 계획을 세운 다저스입니다.

이 작전은 적중했습니다. 늘 중책을 맡아 어깨가 무거웠던 커쇼.

류현진은 첫 번째 경기의 중요성을 알고, 전력투구를 다짐했습니다. 그 결과 7이닝 무실점, 그리고 팀 승리라는 값진 결과를 얻었습니다. 커쇼는 어제 류현진이 보여준 호투를 이어가겠다는 일념으로 경기에 집중했고, 그가 지금까지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그 어떤 피칭보다 빼어난 모습을 보였습니다. 

4일 휴식 후, 1선발로 나서면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중압감이 상당했을 겁니다. 하지만 5일 휴식 후,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앞서서 던진 투수만큼 잘 던져야겠다는 각오가 호투의 원동력이 된 셈입니다. 

결과는 최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쉬웠다고 할 수 없습니다. 괜찮다고 했지만, 쉽지 않은 결정, 쉽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허니컷 투수 코치는 2차전 선발로 마운드에 올라 빼어난 호투를 펼친 커쇼를 껴안으며 어깨를 다독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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