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구라다] "묻고 더블로 가" 류현진과 타짜

조회수 2018. 12. 3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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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는 영화사에 남을 명작이다. 적어도 <…구라다>의 관점에서는 그렇다. 명화 속에는 많은 명장면이 담겼다. 그 중 스토리의 축을 이루는 사건이 있다. 고니(조승우)와 곽철용(김응수)이 벌인 한판이다.

곽철용 : 2억. 빈정상하면 죽던가.

고광렬(유해진) : 전 죽습니다. 빈정상한 건 아니구요. 헤헤~

고니 : 오우. 높으신가보죠? 그럼 높으신 분 한번 빨아드려야지. 받습니다.

곽철용 : 7땡.

고니 : (미안한 척) 제가 49 파토인데…. 이거 돈 다시 빼시겠어요? 아니면 묻고 더블로 가시겠어요?

곽 : 묻고 더블로 가.

                                                                            영화 <타짜>의 한 장면

콜비 라스무스가 잘못 낀 첫 단추

뉴스 하나가 릴리스 됐다. 발신지는 가오리들(레이스)의 서식지였다.

“우리는 콜비의 결정을 온전히 지지한다. 더 나아가서 가족들을 생각하는 그의 마음을 깊이 존중하는 바다.” 더 이상은 사생활의 영역이었다. 추가 설명은 허락되지 않았다. 그냥 추측만이 남았을 뿐이다.

한창 시즌 중이었다. 2017년 7월의 일이다. 탬파베이 레이스의 발표였다. 심상치 않은 내용은 외야수 콜비 라스무스에 대한 것이었다. 이보다 앞서 선수 본인은 “야구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은퇴 의사와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이를테면 휴직 신청 같은 것이었다.

한참 후에 이유가 밝혀졌다. 스스로 어느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어느 순간, 불현듯,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과 돈을 좇는다는 게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깨달았다. 그보다 훨씬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있었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크는 과정을 함께 하지 못했다. 그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그걸 되찾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그의 선택은 낙향이었다. 앨라배마에 있는 농장으로 돌아갔다. 거기서 아내(메간)와 두 딸과 함께 지냈다. 틈틈이 동네 어린이들에게 야구를 가르치기도 했다.

물론 이런 행동은 공짜가 아니었다. 댓가가 따랐다. 구단은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다. 그러나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다. 레이스는 그를 제한선수 명단(restricted list)으로 분류했다. 얼마 전까지 해적들이 강정호에게 적용했던 방식이다. 보유권은 유지하면서, 연봉 지급은 중지되는 처분이다.

이로 인해 콜비는 그 해 연봉 500만 달러 가운데 220만 달러를 받지 못했다. 물론 그걸 감안한 결정이었지만.

                                              볼티모어 시절의 라스무스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

처음으로 퀄리파잉 오퍼를 수락한 선수

무급 휴직 1년 반 전이다. 그러니까 2015년 말이었다. 또 하나의 어려운 결정이 있었다. 당시는 휴스턴 소속이었다. 구단은 콜비 라스무스에게 QO(퀄리파잉 오퍼)를 던졌다. ‘놀랍게도’ 제안은 수락됐다. ‘놀랍게도’의 이유는 그 제도가 생긴 뒤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QO에 OK하면서 2016년 연봉은 1580만 달러가 확정됐다. 그러나 이듬 해 107게임 밖에 뛰지 못했다. 홈런 15개, 타율 .206의 초라한 성적이었다. 부상 탓이다. 탈장과 고관절 문제가 겹쳤다. 시즌이 끝나고 수술이 불가피했다.

정산해보면 구단의 손해였다. QO로 거액을 낭비한 셈이다. 더 이상 휴스턴에 머물기 어려웠다.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봐야 했다. 그렇게 얻은 직장이 탬파베이였다. 연봉은 1/3도 안되는 500만 달러였다. 옵션 금액까지 합해도 최대 700만 달러였다.

하지만 6월 중순 부상이 재발했다. 10일짜리로 시작한 DL은 기약이 없었다. 한달이 넘어가자 심신이 지쳤다. 괴로움과 갈등을 견디다 못해 결국 무급 휴직을 택하게 된 것이다.

퀄리파잉 오퍼는 2012년 처음 생겼다. 그러나 라스무스 이전까지는 34명에게 모두 거절당했다. 그들은 시장으로 나갔다. FA 권리 행사는 당연한 것이었다.

    앤더슨은 다저스의 퀄리파잉 오퍼를 받아들였다.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

처음 QO를 수용한 사례가 라스무스였다. 2015년 11월의 일이다. 같은 시기에 OK 사인을 낸 선수는 두 명이 더 있다. 볼티모어 포수 맷 위터스, 다저스의 좌완 투수인 브렛 앤더슨이었다.

그 중 앤더슨이 문제였다. 이듬 해 스프링캠프 때부터 시들시들했다. 고질인 디스크가 재발한 것이다. 8월 중순에야 첫 등판이 이뤄졌다. 1이닝 5실점의 참혹한 성적이었다. 그 해 소화한 것은 11이닝이 전부였다.

다저스가 더 이상 봐줄 리 없다. 시즌을 마치고 새 직장을 알아봐야 했다. 컵스와 350만 달러짜리 계약서를 썼다. 22이닝(ERA 8.18)을 던지고 드러누웠다. 결국 시즌 중에 방출, 토론토로 옮겼다. 여기서는 33이닝(5.13)을 소화했다.

2018시즌을 앞두고는 오클랜드와 마이너 계약을 맺었다. 보장 연봉은 10만 달러에 불과했다. 그나마 올해 80.1이닝(4승5패 4.48)을 던지며 부활의 사인을 보였다는 게 다행스럽다.

부상, 트레이드, 방출

우완 선발 제레미 헬릭슨은 신인왕(2011년) 출신이다. 이후 롤러코스터를 탔다. 마이너리그를 오르락 내리락했다. 팔꿈치 수술도 받았다. 탬파베이를 떠나 애리조나, 필라델피아를 전전했다.

필리스 시절인 2016시즌에야 불타올랐다. FA 로이드 덕분인 지도 모른다. 32게임을 선발로 뛰며 189이닝을 던졌다. 12승 10패, ERA 3.71로 준수했다.

구단은 QO를 던졌고, 헬릭슨은 냉큼 받았다. 2017년 세금 보고는 1720만 달러로 확정됐다.

하지만 롤러코스터는 급전직하했다. 전반기 성적이 시원치 않았다. 볼티모어로 팔려갔다. 필리스가 대신 받아온 선수가 김현수였다. 그리고 개럿 클레빈저와 국제 계약 슬롯머니도 챙겼다.

시즌이 끝나자 볼티모어는 싸늘해졌다. 31살짜리 우완 투수는 또다시 구직활동을 벌여야 했다. 가까스로 워싱턴에 일자리를 얻었다. 그러나 손에 쥔 것은 연봉 10만 달러짜리 마이너 계약이었다.

                                                                          제레미 헨릭슨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

그마나 맷 위터스는 모범 사례다. 오퍼를 수락하며 1580만 달러를 받았다. 그리고 bWAR 1.9 정도의 활약을 했다. 다음 시즌은 홀가분한 FA 신분이 됐다.

그래도 새 팀을 찾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2월까지도 미아 상태였다. 워싱턴과 2년 2100만 달러에 간신히 합의를 끌어냈다. 연평균으로 따지면 QO 때의 73% 밖에 안되는 연봉이었다.

6번째 QO 수락 선수의 등장

올해 또다시 QO를 수락한 선수가 등장했다. 역대 6번째다. 아직까지 그의 선택은 현명했다는 게 중론이다. 잔뜩 얼어붙은 현재의 시장이 그점을 부각시킨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냉정하게 봐야할 부분이 있다. ‘전례’다. 앞서 5명의 수락자들 중 성공 사례는 없다. 대부분 희미한 존재가 돼버렸다. 모두 99번과 비슷한 30~31세 무렵의 선택이었다. 자신 있게 내린 결정이었지만, 세상은 만만치 않았다.

QO 수락 선수는 6월까지 트레이드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시한을 넘기자마자 쫓겨난 경우도 2건이나 된다(닐 워커, 제레미 헬릭슨). 나머지도 이듬 해는 짐을 싸야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다. 올해까지 6명 중 4명이 스캇 보라스의 고객이다. 99번을 비롯해 제레미 헬릭슨, 브렛 앤더슨, 맷 위터스가 그들다.

하긴, 뭐. 그의 커리어는 남다르다. 전례가 없던 것들을 이뤄냈다. KBO 출신으로 처음 거액의 포스팅으로 이적했다. 미국에 와서도 꿇리지 않았다. 처음 두 시즌을 준수하게 활약했다. 성공률이 희박하다는 어깨 수술도 이겨냈다.

때문에 또 다른 기대를 걸게 된다. 퀄리파잉 오퍼를 수락하면 끝이 좋지 못하다는 징크스를 극복해야 한다. 그것이 새해 이뤄야 할 과제다. 부디 곽철용이 아닌 고니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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