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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준의 超야구수다] '미스터 더블 플레이어' 한화 하주석이 빛나다.

김정준 입력 2018.08.13. 09:13 수정 2018.08.13.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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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최고의 더블 플레이였다. 한화 주전 유격수 하주석의 준비된 수비가 위기의 팀을 구해냈다. 

8회초 3-3 동점 1사 1,2루. 8회를 막기 위해 이태양이 구원 등판했지만 구위가 정말 좋지 않았다, 스스로 위기를 만들어 주고 타자 박경수와는 힘겨운 승부를 이어가고 있었다.

7구째 몸쪽 속구를 받아친 박경수의 타구는 3유간 깊은 땅볼. 보통 더블플레이의 수비 범위를 조금 벗어나 있었다.

하주석의 다리는 이미 타구를 따라잡아 몸 중심에 포구 포인트를 가져갔고 글러브는 땅에 낮게 닿아 있었다. 몸의 중심 안에서 잡은 안정된 포구는 좋은 송구로 이어졌다. 

첫 번째 플레이어 하주석의 안정된 포구와 송구는 다음 플레이어인 2루수 정은원에게도 편하게 송구할 수 있도록 여유 공간을 만들어 주었고, 정은원의 송구는 마지막 플레이어인 1루수 이성열에게 빠르고 정확하게 연결, 완벽한 더블 플레이가 완성됐다.

팀과 투수 이태양이 지옥문으로 떨어지기 직전 수비의 도움으로 구원을 얻어 기사회생하는 순간이었다.

이미 다음 플레이의 준비를 마친 하주석, 세밀한 수비가 위기의 팀을 구하다

내야수가 땅볼 타구를 처리할 때 ‘첫 한 발의 움직임’은 내야수의 수비 범위, 안정성, 타구처리 시간 등 많은 부분을 결정한다. 따라서 일류 내야수와 보통 내야수 간의 차이는 ‘첫 발 내딛기’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팀 주전 유격수로 지난 시즌부터 급격하게 성장한 하주석이 지금까지 안정감 있는 수비를 할 수 있는 비결도 바로 이 ‘첫 한 발’을 타구에 밀리지 않고 이겨내는 나름의 요령을 습득했기 때문이다. 

실제 타자의 배트에 맞아 내야수 수비 위치까지 날라오기까지 시간은 1초가 채 걸리지 않는다.

이 짧은 순간 타구와 상황 등을 판단하고 몸을 움직여 타구를 잡아 처리하는 일련의 과정은 흔히 말이나 글로 표현되는 것 이상으로 복잡하고 어렵다.

순간의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머리와 몸이 미리 다음 플레이에 대한 준비를 모두 마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얘기다.

이미 타구가 날아오는 상황에서 비로소 생각하고 움직여서는 그 타구와 상황에 맞는 정확한 판단과 움직임을 가져가기까지 도저히 시간을 맞출 수가 없다. 타구가 왔을 때 당황하고 허둥대는 내야수들의 모습 대부분은 미리 준비를 마치지 못해서일 때가 많다.

준비된 하주석의 플레이는 달랐다. 박경수의 타구가 3유간으로 날라온 순간부터 타구를 잡아서 던지기까지의 하주석의 움직임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타구가 날라오자 이미 몸은 멋대로 움직였고 0.1초의 주저함도 없이 반응하듯 타구를 처리해 냈다' 라고 표현하는 것이 순간 일어난 하주석의 감각적인 수비를 제대로 설명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는 이미 하주석이 3유간으로 타구가 오면 어떻게 할지, 정면으로 오면 어떻게 할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끝낸 상황에서 실제 타구가 3유간으로 날라 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같은 준비의 과정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먼저 KT 박경수의 경우, 대체적으로 자기 스윙을 크게 하고 그 결과 당겨치는 타구가 많다. 특히 뜬공의 경우는 그래도 타구 방향이 비교적 골고루 퍼져 있지만 땅볼의 경우는 극단적으로 당겨치는 경향이 강하다.

지난 시즌부터 주전 유격수를 맡아 온 하주석이기에 이를 숙지하고 있었을 것이고, 포수 최재훈의 사인(몸쪽 속구, ※ 덧붙임- 한화 이태양의 몸쪽 속구 제구는 크게 벗어남이 없고 안정감이 높다. 그러나 최근 구위가 떨어져서 타자를 힘으로 이기는 어렵다.)을 확인한 후 3유간 방향에 무게를 좀 더 두고 대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유격수와 2루수는 수비위치의 특성상 배터리의 사인을 공유하며 투수의 구위나 제구력 등 공의 상태도 포수 다음으로 잘 파악할 수 있다는 잇점이 더해졌다. 이를 바탕 게임 전 미리 준비한 타자의 경향에 대한 데이터를 매치시키면 다음에 일어날 상황에 대해 높은 확률로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게 된다.

이렇듯 한화 유격수 하주석이 다음 플레이가 일어나기 전 미리 준비를 완벽하게 마치지 못했다면, 팀과 이태양을 구해낸 3유간 깊은 타구의 더블 플레이는 완벽했던 결과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컸다. 

이날 하주석은 공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는 ‘좋은 수비가 좋은 공격으로 이어진다’는 야구의 속설대로 8회말 공격에서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결승 3루타를 쳐냈다. 3-3 동점에서 1사후 이성열의 볼넷 출루 후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로 공수 최고의 영웅이 되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KT, 2018시즌 또다시 실패를 되풀이 하다(?)

던지고, 치고, 뛰고, 잡고 아무런 생각 없이 본능대로 움직여도 야구는 가능하다. 이것은 다른 스포츠와 같다.

하지만 야구는 이닝의 공수교대, 그리고 투수의 1구 1구 사이의 쉼에서 공격 측과 수비 측 모두 상황을 재확인하고 다음 움직임을 결정할 수 있는 특별함이 있다.

곧 조금 깊게 생각하고 다음을 준비할 시간이 주어진다는 얘기다. 이 시간을 어떻게 쓰는가는 대단히 중요해서 대동소이한 각 팀의 경기 운영 시스템 안에서도 팀 간의 차이가 벌어지고, 나아가 야구의 맛과 질을 결정하기도 한다.

만년 최하위 KT는 결국 올 시즌에도 최하위로 떨어지기 직전 벼랑 끝에 서 있는 모양새다. 그동안 최하위였던 NC의 최근 페이스라면 올 시즌에도 kt의 꼴찌 탈출은 또다시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2018년 8월 11일 KT vs 한화 12차전 하이라이트>

<2018년 8월 12일 KT vs 한화 13차전 하이라이트>


한화와의 주말 2연전을 보면서 타 팀과 비교해서 한 선수, 한 선수가 절대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KT가 경쟁팀들과 큰 격차가 벌어져 현 위치에 있는 것은 결국 깊게 생각하고 미리 다음을 준비하는 플레이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다음 플레이에 대해 전혀 준비하지 못하고 이닝의 선두타자를 쉽게 살려준 베테랑 1루수부터, 리드폭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늘려 타구 앞을 지나갔다면 한 베이스를 더 갈 수 있었던 타구를 자신의 몸에 맞아 아웃이 되고 마는 신인까지, KT의 아쉬운 플레이 속에서는 ‘조금 더 깊은 생각’과 ‘세밀한 준비’를 읽을 수 없었다.

게다가 더욱 안좋은 것은 결과만 좋다면 실패를 실패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이 실패의 과정들은 다음에도 계속 반복된다. 

공격은 상대의 똑같은 패턴에 세 타석을 끌려다니면서도 자신의 기분에 따를 뿐 아무 변화도 주지 않고 계속 당하기만 한다.

그리고 수비는 경기 초반임에 주지 말아야 할 볼넷과 홈런의 구분을 하지 못해 단 한 방으로 대량실점을 가볍게 허용하고 만다. 이처럼 싸우는 상대를 편하게 해주니 이길 확률이 높지 않은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던지고 치고 뛰고 잡는 본능과 때때로 터져 나오는 홈런포만으로는 144경기의 한 시즌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 한화와 kt의 주말 2연전의 결과는 이러한 부분에서 세밀함의 차이를 보였고 결국 두경기 모두 승패까지 갈랐다.  

144경기. 세밀한 부분을 중시하지 않으면 기복이 심한 팀의 스타일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즉 안정된 결과를 얻고자 한다면 세밀함을 중요시하는 의식을 팀 전체가 갖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반대로 세밀함을 중요시한 하주석의 준비된 과정에 승리의 여신이 크게 미소 지었다.

위기의 상황에서 유격수 하주석의 완벽한 더블 플레이, 이로 다시 살아난 이태양은 마무리 정우람을 대신했고 위기의 팀은 다시 '미스터 더블 플레이어' 하주석의 끝내기 안타로 8월 최고의 2연승을 선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