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곡차곡 쌓은 '쏘니의 100호'..차붐 전설에 한발 더

2018. 12. 6.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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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아니어도 늘 눈에 띄는 선수"
손흥민, EPL 사우샘프턴전 쐐기골
유럽 빅리그 322경기만에 '100호'

80년대 불모지 분데스리가 개척한
차범근 감독 '121골' 갱신 눈앞
조연 마다 않는 성실함 빛 발하며
아시아 최고 넘는 '전성시대' 기대

“한순간도 소홀히 한 적이 없다.”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26)이 6일(한국시각) 유럽 프로무대 통산 100골을 기록한 뒤 국내 언론과 한 인터뷰에 ‘성공의 비밀’이 담겨 있다. 손흥민은 이날 사우샘프턴과 벌인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안방경기에서 측면 공격수로 나서 후반 쐐기골(3-1 승)을 넣었다. 2010년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데뷔한 뒤 레버쿠젠과 토트넘을 합쳐 유럽 프로무대 322경기 100골째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각 나라 최고의 선수들이 뛰는 유럽의 빅리그에서, 그것도 빅클럽에서 100골을 터뜨린 것은 대단한 일이다. 앞으로 4~5년간 전성기를 이어간다면 득점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예견했다.

손흥민은 2015년 토트넘 이적 뒤 지난 시즌까지 세 시즌 47골, 앞서 분데스리가 다섯 시즌 49골 등 한해 평균 12골을 생산했다. 이번 시즌엔 2018 러시아 월드컵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출전 등으로 체력이 방전되면서 시즌 4골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이날 100골 고지에 오르면서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윤영길 한체대 교수는 “잦은 경기로 피로가 누적됐고, 병역문제 해결로 일시적으로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었다. 대개 시간이 지나면 평균에 수렴하기 때문에 득점 감각을 살려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손흥민의 활약 요인으로는 팀을 우선시한 훈련이나 승부지상주의 등 한국적 축구 현실에서 벗어난 그의 성장기 환경이 꼽힌다. 프로축구 성남 일화의 창단 멤버인 아버지 손웅정씨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들에게 기본기 훈련을 강조했고, 완벽한 양발 슈팅 완성 등 특화된 교육을 했다. 이슬기 해설위원은 “요즘 어린 선수들은 자신만의 특징을 갖기보다는 천편일률적이다. 손흥민의 경우 아버지가 기술적 측면에서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동북고 시절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유소년팀으로 옮겨 체계화된 교육을 받으면서 ‘유럽형 축구선수’로 완성됐다.

특유의 스피드, 저돌성과 달리 그의 성격을 성공의 배경으로 꼽는 전문가도 있다. 변일우 경희고 총감독은 “자기 관리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손흥민은 음식부터 휴식, 연습 훈련까지 철저하게 자기 통제를 하고 있다. 재능보다 더 중요한 게 인성”이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항상 밝은 표정이다. 상대가 접근하도록 열어둔다. 어학 능력은 외국 선수들과 쉽게 친해지도록 한다. 잦은 교체투입으로 불만이 있던 손흥민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을 찾아가 따지기도 했다. 하지만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것이나 밀집지역에서의 움직임에 대한 부족함을 듣고 꽁하기보다는 단점을 보완해왔다.

팀 동료를 위한 조연 구실도 마다하지 않는다. 영국의 <가디언>은 “손흥민은 유쾌한 활약으로 리그를 빛낸다. 개인주의 축구선수로서 최고는 아니지만 역설적으로 늘 눈에 띄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박지성이나 이영표 등 성실파 계보를 잇고 있는 것이다.

20세기 아시아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차범근(65) 감독과의 비교가 이뤄지기도 한다. 손흥민이 시즌 평균 두자릿수 득점을 한다면 차범근 감독의 유럽무대 골(372경기 121골)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하지만 시대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평면적으로 누가 최고냐를 따지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조영증 한국프로축구연맹 심판위원장은 “차 감독은 해외여행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열악한 시대에 군대까지 마치고 갔다. 축구, 가정, 신앙밖에는 없었다. 손흥민이 기록은 좋을 수 있지만 당시 불모지에서 아시아 축구의 위상을 높인 차 감독의 성취를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실제 손흥민과 가가와 신지(도르트문트) 등 아시아 선수들이 분데스리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 등은 멀게는 차범근 감독이 닦아놓은 좋은 이미지가 바탕이 됐다. 다만 현대 축구가 과거 골키퍼·피지컬 코치, 전력분석관도 없이 감독이 모든 것을 하던 1980년대와는 다르다는 것도 분명하다. 과학화·전문화·분업화로 팀별 전술 형태가 복잡해졌고, 압박이 모든 공간에서 이뤄지면서 공격수들이 득점하기가 더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

손흥민은 식을 줄 모르는 열정과 골 집념으로 대선수로 우뚝 섰다. 선수 이적료 전문 사이트인 ‘트란스퍼마르크트’의 몸값 평가에서 손흥민은 5천만유로로 역대 아시아 선수 최고다. 해리 케인, 델리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 등 세계 최고급 수준의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생존술’도 보고 배우고 있다. 지금까지 아버지의 힘이 컸다면 이젠 독자적인 힘으로 자신만의 모범을 만들고 있다. 한순간도 소홀함 없는 그의 삶의 자세가 그 토대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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