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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예의 MLB현장] 류현진의 호투, 그리고 커쇼와 그의 아내가 보여준 품격

조미예 입력 2018.10.05. 17:45 수정 2018.10.0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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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튼 커쇼와 류현진.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다저스 최대의 화두는 이 두 선수였습니다.

절대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클레이튼 커쇼는 그냥 투구 잘하는 1선발이 아닌, 다저스, 그리고 다저스 팬들에게 푸른 피의 상징적인 인물이었습니다. 혹자는 선발 교체가 다저스 역사에 두고두고 회자할 기적 같은 일이라고도 했습니다. 포스트시즌에서의 1선발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첫 경기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오느냐에 따라 시리즈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어제 류현진, 그리고 오늘 진행된 커쇼 기자회견에서도 1, 2선발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두 번째 경기에 등판하게 된 클레이튼 커쇼에게 충격적이지 않았느냐는 질문부터 2선발인 이유를 들었는지에 대해서도 질문했습니다.

커쇼는 분명 웃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에서 유쾌하지 않음이 느껴졌습니다. 두 번째 경기에 등판해야 하는 이유를 분명 들었고, 이해됐지만 공개하기는 싫은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류현진이 대단한 시즌을 보냈고,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음을 인정했습니다. 그의 호투를 칭찬했고, 기대한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껏 유지해 오던 부동의 다저스 1선발 자리를 포스트시즌에서 동료에게 내줘야 하는 클레이튼 커쇼의 마음이 복잡미묘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랬던 커쇼지만, 류현진이 7이닝 4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오자 그에게 다가갑니다. 교체 소식을 들은 류현진은 로버츠 감독, 허니컷 코치, 리치 힐, 워커 뷸러, 푸이그, 그랜달 등등 팀 동료들의 축하를 받았습니다. 모든 인사를 마친 류현진이 글러브를 챙겨 더그아웃을 떠나려 하자, 클레이튼 커쇼가 다가가 양팔을 크게 벌렸습니다.

따뜻한 장면이었습니다. 복잡미묘했던 감정이 있었지만, 류현진의 호투는 모든 상황을 인정하게 했습니다. 부담감이 컸을 류현진도 커쇼의 이 따뜻한 포옹에 승리를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많은 설명도 필요 없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커쇼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2층 가족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류현진의 아내에게 먼저 다가가 허그하며 축하의 말을 건넨 사람도 커쇼의 아내 앨런 커쇼였습니다. 모든 게 감동이었습니다. 류현진의 호투도 감동이었고, 류현진에게 먼저 다가가 안아 준 커쇼도, 그의 아내도 훈훈했습니다.

상대를 인정하고, 축하할 줄 아는 커쇼와 그의 아내 앨런 커쇼가 얼마나 큰 사람인지를 알 수 있는 장면입니다.

류현진은 논란의 여지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완벽하게 상대를 제압하고, 단 1실점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찬사가 쏟아집니다.

그런데도 류현진은 이날 승리의 공을 동료에게 돌렸습니다. “먼시가 넉넉하게 점수를 뽑아줬고, 덕분에 마음 편히 투구할 수 있었다”면서 말이죠. “이날 경기의 승부처는 먼시의 스리런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2회말 2사 1, 2루에서 타석에 오른 먼시는 중간 담장을 넘기는 큼지막한 스리런을 날렸습니다.

1회 작 피더슨이 솔로포를 날려 기분 좋은 출발을 보였지만, 2회에서 터진 먼시의 스리런은 상대를 완전히 제압하는 강력한 한 방이었습니다.

4회초 선두 타자 카마르고를 2루수 땅볼로 잡고, 두 번째 타석에 오른 프리먼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한 류현진. 그는 프리먼을 잡자 갑자기 더그아웃으로 향합니다. 어찌 이런 일이. 아웃 카운트를 착각한 것입니다.

가장 신경 쓰였던 프리먼이었고, 집중하다 보니 벌어진 해프닝이었습니다. 침착하게 다음 타자 마케이키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더그아웃에 들어와서는 멋쩍은 웃음을 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금은 황당했던 상황이었습니다.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의 호투를 칭찬했습니다. 제구, 땅볼 유도, 볼넷이 없고, 실점하지 않았다는 것. 등등 하고자 하는 걸 모두 해냈다고 칭찬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빠진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타격.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통산 처음으로 안타를 기록했습니다.

4회 1사에서 타석에 오른 우전 안타를 날린 류현진은 비록 득점 없이 더그아웃으로 들어와야 했지만, 7이닝 무실점 호투에 안타까지. 완벽하게 류현진의 날로 만들었습니다.

투구 수 100개를 넘기고 아웃 카운트 하나를 남겨 둔 상황. 2스트라이크였습니다. 스트라이크 하나만 잡으면 7이닝을 말끔하게 지우는 상황이었기에 팬들도 기립했습니다.

류현진에게 보내는 박수였습니다.

빅게임 피처 류현진. 그래서인지 류현진은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도 감정을 살짝 표출했습니다.

불러, 마에다, 커쇼 등 동료 선수들이 삼진 잡고 포효하는 모습과는 사뭇 다릅니다.



마지막 타자였던 인시아테를 삼진으로 잡은 류현진은 이렇게 다소곳이 기뻐했습니다. 무려 헛스윙 삼진이었는데도 말이죠. 아직 호들갑은 이릅니다. 빅게임 피처인 류현진이 강하게 포효하는 모습은 월드시리즈 정도는 되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덧붙임.

이날 관심이 가는 인물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홈플레이트 뒤편에 앉아서 흐뭇하게 류현진의 호투를 지켜보던 스캇 보라스.

“류현진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라고 말하며 FA 되는 류현진의 대박을 예측합니다.

보라스는 이미 프레임을 짜 놓은 상태입니다. FA 되는 류현진의 가치를 어떻게 올릴 것인지에 대해. 그는 류현진의 경기 내용을 일일이 적어가면서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최대 강점은 엄청난 데이터입니다. 

그런데 온갖 양념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류현진이 훌륭한 피칭을 이어가고 있어 보라스는 미소를 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