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현장] 류현진, 한 번쯤은 토닥여주면 안 될까.

조회수 2018. 10. 21. 08: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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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지 않은 날, 안되는 날이었습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1회에만 4실점. 경기 내용을 떠나 첫 이닝에 4실점을 내줬다는 건 선발 투수에게도, 팀에게도 좋지 않은 신호입니다.

이날 경기를 돌아본 류현진도 “1회가 분위기를 완전히 어렵게 만들었던 것 같다”라며 아쉬워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실점을 막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라며 자책했습니다. 류현진은 생각보다 훨씬 더 크게 자책했습니다. (밀워키와의 NLCS 6차전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3이닝 동안 7피안타 2볼넷 3탈삼진 5실점(5자책)을 기록).

참 힘든 1회였습니다.

1회초 선두 타석에 오른 프리즈가 솔로포를 날리면서 다저스의 분위기는 한껏 고조됐습니다. 홈에서 2승을 거두고, 기분 좋게 밀워키 밀러파크에 온 다저스. 그 분위기가 고스란히 이어졌습니다. 1회초까지.

류현진도 이점을 많이 아쉬워했습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아쉽다”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1회초까지 그 분위기가 이어졌지만, 1회말 대량 실점으로 인해 분위기가 다운이 됐다는 것.

그럴 때가 있습니다. 뭘 해도 안 되는 날. 1회말 선두 타석에 오른 케인의 타구를 먼시가 1루로 송구했지만, 공이 빠지면서 출루를 허용했습니다.

밀워키엔 행운의 안타였고, 다저스로선 불운의 시작이었습니다.

옐리치를 3루 땅볼로 처리했지만, 이후에 피안타가 늘어났고, 실점으로 이어졌습니다. 밀워키 타자들은 류현진의 변화구를 기다렸다는 듯이 때려냈습니다.

현지 기자도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구종, 레퍼토리를 간파당한 것처럼 상대가 잘 쳤다. 투구 버릇 같은 게 노출됐다고 생각하는지?” 이런 질문이 나올 정도로 밀워키 타자들이 류현진의 공을 잘 받아쳤습니다. 류현진은 날카롭지 못한 제구의 문제였다고 진단했습니다.

1회말 1, 2루에 주자가 있었지만, 아웃 카운트 하나만 잡으면 이닝이 끝나는 상황. 하지만 타석에 오른 아귈라는 우익선상으로 빠지는 2루타를 날렸습니다. 누상에 있던 두 명의 주자가 모두 득점을 올리면서 뚜껑이 닫힌 밀러파크는 엄청난 함성으로 채워졌습니다.

돔구장을 가득 채운 밀워키 팬들의 응원은 뜨거웠고,

류현진은 더 긴장 상태가 됐습니다.

이번 시즌 류현진은 ERA 1.97 매우 훌륭한 투구를 펼쳤습니다. 4실점을 기록한 경기가 이날 처음이었습니다. 시즌 내내 4실점 경기가 없었던 류현진. 그런 그가 1회에만 4실점을 하니, 현지 기자들도 당황한 눈치입니다.

류현진은 “경기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는 있는데…”라며 말을 흐리더니, “중요한 경기였고, 선발 투수가 어떻게든 실점을 막았어야 했는데, 2아웃 상황에서 연속 안타를 허용해 아쉽다”라며 본인을 탓했습니다. 경기 일부라는 말로 핑계 대지 않았습니다.

1회에 4실점, 2회에 추가 실점을 하면서 5실점을 한 류현진. 로버츠 감독은 3회에도 그를 마운드에 올렸지만, 그 이상은 안 되겠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으로 보였습니다. 감독, 벤치 코치, 투수 코치가 더그아웃에서 의견을 나눴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로버츠 감독이 직접 류현진에게 다가갑니다.

많이 상심해 있는 류현진에게 다가간 로버츠 감독은 격려와 함께 교체 사실을 알렸습니다. 류현진의 표정에서 지금 그가 얼마나 자책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상기된 얼굴에 입술 깨문 류현진, 로버츠 감독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합니다.

로버츠 감독도 이렇게 자책하며 아쉬워하는 류현진을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로 격려하지 않았습니다. 평소 그가 얼마나 노력을 했고, 올 시즌 얼마나 잘 해줬는지를 잘 알고 있는 감독이기에 많은 이야기를 전하며 그의 어깨를 다독였습니다. 꽤 길게 류현진에게 격려의 말을 전했습니다.

가장 힘든 건 류현진 본인이었습니다. 중요한 경기에서 좋지 않은 투구, 결과를 얻었고, 팀 승리로 이끌지 못한 자책이었습니다. 동료들에게 한없이 미안했습니다.

고개를 숙였다가, 이를 악물어 보지만 결과는 돌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류현진은 더 힘들어했습니다.

“선수가 아프면 나도 아프고, 선수들이 잘하면 나도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던 허니컷 코치. 그는 류현진에게 다가가 아무 말 없이 어깨를 두어 번 다독였습니다. 말없이 토닥였지만, 그 마음이 전해집니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냉정한 프로의 세계이고, 중요한 경기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얻었지만, 혹독한 수술과 재활을 견디고, 이 자리까지 온 그에게 “힘내”라며 한 번쯤은 토닥여주면 어떨까. 로버츠 감독과 허니컷 투수 코치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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