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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인

[야구는 구라다] 김광현에게 친근한 이름, STL 3루수 '현수'

백종인 입력 2020.01.21.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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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한국계 유틸리티 토미 현수 에드먼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

작년 9월이다. 세인트루이스에서 빅매치가 열렸다. 카디널스와 내셔널스의 3연전이다. 양쪽 모두 플레이오프 진출에 사활을 건 때다. 원정팀은 에이스를 내세웠다. 매드 맥스(슈어저)다. 고향 팀을 상대로한 운명의 일전이다. 개인적으로도 중요했다. 사이영상 레이스의 간격이 멀지 않은 무렵이다. 제이콥 디그롬, Ryu와 3파전 양상이었다.

게임 출발은 좋았다. 1~7번 타자까지 압도했다. 그 중 삼진이 4개나 됐다. 카디널스는 숨 한번 쉬지 못했다. 다음은 만만한 8번 타자다. 가녀린 몸매(178cm, 81kg)의 애송이다. 이름도 설다. 토미 에드먼? 미들네임도 있다. 이니셜 H로 표시됐다. 감히 리그 최고 투수의 상대는 아니다. 카운트는 금세 1-2다. 곧 삼진이겠군.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4구째 커터, 5구째 포심을 커트하면서 생명을 연장했다.

그리고 6구째였다. 매드 맥스의 커터(91마일)가 몸쪽으로 예리하게 휘어졌다. 헛스윙이 되거나, 잘해야 땅볼이었다. 그런데 웬걸. 타자의 배트가 정확하게 따라붙었다. 뒷무릎이 땅에 닿을 정도였다. 그 자세에서 완벽한 타이밍이 나왔다. 타구는 순식간에 우측 담장 너머 홈 팀 불펜으로 사라졌다.

슈어저는 황망한 표정이었다. 중요한 게임은 여기서 김이 빠졌다. 결국 6.2이닝 5실점으로 털렸다. 네번째 사이영상은 이제 남의 일이 된 셈이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

맷 카펜터의 플랜B로 데뷔

STL 존 모젤리악 사장이 즐기는 방식이 있다. 쓸만하면 미리미리 (심지어 1년 전부터) 연장 계약하는 방식이다. (오승환에게도 그랬다. 2년째 스프링캠프서 이런 제안이 있었다. 그러나 선수측이 시간을 끌다가 상황이 묘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4월에도 사례가 있다. 대상은 맷 카펜터였다. 이듬해(2020년) 계약을 서둘렀다. 추가 2년간 3900만 달러 보장해줬다. +1년 옵션도 걸었다. 37세 시즌까지 여유가 생긴 셈이다. 그런데 사인 직후부터 문제가 생겼다. 경기력이 급락했다. 타율 .216 - 출루율 .325 - 장타율 .381로 떨어졌다. 부진에 부상까지 겹쳤다. 플랜 B가 필요했다.

6월 초. 내야 유틸리티 요원이 콜업됐다. 토미 에드먼이었다. 24살이지만 10대 같이 앳된 얼굴이다. 카펜터가 빠진 3루 자리를 메웠다. 처음 기대치는 임시방편 정도였다. 그러나 출장수가 점점 늘어났다. 쏠쏠한 공격력 덕분이다. 나중에는 2루와 우익수 자리까지 소화했다.

특히나 9월이 눈부셨다. 슈어저를 폭격한 것도 그 무렵이다. 중요한 순간마다 의외의 한방을 터트려줬다. 한달간 27경기나 뛰었다. 타율 .350에 홈런 6개를 몰아쳤다. OPS가 1.077을 기록했다. 시즌을 절반 밖에 안 뛰었는데 WAR은 3.8을 마크했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

스탠포드 컴퓨터공학 전공, GPA 3.8

그의 이력은 흥미롭다.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서 성장했다. 아버지(존)이 대학 때까지 선수였다. 졸업후 고교에서 수학을 가르쳤지만, 한편으로는 야구팀 코치도 맡았다. 둘째 아들인 토미도 직접 가르쳤다. 집 뒷마당에 배팅 케이지가 생겼다. 여기서 스위치 히터로 업그레이드됐다.

대학은 스탠포드로 진학했다. 이곳은 야구도 명문이다. 마이크 무시나, 스티븐 피스코티, AJ 힌치, 라이언 가코 같은 동문들을 배출했다. 에드먼은 1학년 플레이오프 때 끝내기 홈런으로 스타가 됐다. 이후 소속 리그의 단골 올스타 멤버가 됐다. 그리고 STL에 6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눈에 띄는 점은 가족력이다. 어머니 모우린이 한국 여성이다. 우리 이름은 곽경아 씨다. LA에서 성장한 이민 가정 출신이다. 동부의 명문 윌리엄스 대학시절 남편을 만났다.

공부 잘하는 부모 덕인가? 둘째 아들 토미의 학점(GPA)도 만만치 않다. 스탠포드는 운동선수라고 봐주는 법이 없는 걸로 유명하다. 거기서도 GPA 3.8을 받았다. 그것도 경쟁이 드센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하면서. 덕분에 PAC-12에서 두 번이나 '아카데믹(공부 잘하는) 올스타'에 뽑혔다.

'한국계'라는 분류는 간혹 반론을 만난다. 혈통만으로 성립되는 게 아니라는 주장탓이다.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나, 주장이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그는 기본선을 통과한다. 일단 이름에서 확인된다. 풀네임이 '토마스 현수 에드먼(Thomas Hyunsu Edman)'이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세대다. 그럼에도 한국식 미들 네임을 갖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모계일 경우는 더 그렇다.

성장한 곳은 샌디에이고다. 외가가 있는 LA에서 1시간 남짓 거리다. 그곳 한인타운에서 많은 추억도 가졌다. 몇몇 인터뷰에서도 감사가 드러난다. "아시아계 부모들의 헌신은 매우 특별하다. 만약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은 나는 이곳에 없었을 것이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

어머니의 나라에서 온 투수

인생이 늘 그렇다. 꽃길만 있는 건 아니다. 요즘 주변 상황이 만만치 않다. 카디널스가 추진하는 내야 보강 계획 때문이다. 특히 3루수에 관심이 깊다. 로키스에서 나온 매물 놀란 아레나도(28)의 트레이드 시장에 참전한 상태다.

김광현(32)의 영입으로 선발에 여유가 생겼다. 한 명 정도를 카드로 쓸 수 있다. 다코타 허드슨이 유력하다. 여기에 불펜과 야수 1~2명을 끼워주는 거래가 진행중이라는 보도도 있다. 존 모젤리악 사장은 "아직 여유가 있다"며 서두르지 않는다.

그러나 성사되면 현수의 입지에 영향이 크다. 내야에 들어갈 자리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1루는 카펜터,  폴 골드슈미트가 나누게 된다. 키스턴 콤비도 막강하다. 골드글러브 2루수 콜튼 웡, 올스타 유격수 폴 데용이 버티고 있다. 그렇다면 또다시 유틸리티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우익수(12게임)도 쉽지 않다. 코너 내(외)야수에게는 파워가 요구된다.

물론 경쟁은 이미 생활이다. 여러차례 생존 사례를 남겼다. 공교롭게도 그에게 빈자리를 제공한 맷 카펜터와 흡사한 길을 걷는다. ① 드래프트 하위 순번(카펜터는 2차 11번) 출신이라는 점 ② 체중과 파워 문제로 고민했다는 점 ③내야 유틸리티를 전전했다는 점 등이다.

그럼에도 '현수'의 앞날은 밝다. 이미 빅리그에서 숫자로 검증됐다. 어떤 상황이든 활용도는 적지 않을 것이다. 특히나 2020시즌은 기대로 맞는다. 어머니의 나라에서 새 동료도 왔다. 땅볼/뜬공 비율이 높은 투수다(1.39ㆍKBO리그 5위). 그를 지키는 수비망의 일원이 될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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