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현장] 러셀 마틴, '류현진 부부에게 고마운 제안, 배려'

조회수 2020. 4. 8. 01: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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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좋은 포수로 만들어 준다. 그는 정말 특별한 투수다.”

지난해 류현진과 호흡을 자주 맞춘 러셀 마틴이 한 말입니다. 류현진의 투구를 높게 평가하면서 포수까지 빛나게 해준다는 의미였습니다.

“이유 없이 편안함을 느끼는 포수가 있다. 러셀 마틴이 그렇다.”

류현진은 러셀 마틴이 포수석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투수에게 안정감을 준다고 설명했습니다.

둘은 정말 잘 지내는 동료 중에 한 명이었습니다. 야구 선수로서 서로를 존중할 줄 알고, 인간적인 친분도 두터웠습니다. 그런데 그 둘은 지난 2월 초 플로리다 더니든에 위치한 ‘뜻밖의 장소’에서 정말 ‘우연히’ 만났습니다. 뜻밖의 장소는 다름 아닌 쌀국수 집.

지난 2월 초 플로리다 더니든의 한 쌀국수 집에서 우연히 만난 류현진과 러셀 마틴의 얼굴에 ‘반가움’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류현진은 스프링캠프가 열리기 전, 플로리다에 먼저 도착해 개인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공식 팀 훈련은 2월 13일부터였지만, 류현진은 7일부터 훈련장에 출근했습니다. 당시 구단 담당자에게 주변 환경을 물었고, 좋아하는 음식 중에 하나인 ‘쌀국수’ 식당도 소개받았습니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그 쌀국수 집을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러셀 마틴을 만난 것입니다. 전혀 생각도 못 했던 상황. 류현진은 “갑작스러워서 더 반가웠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류현진이 토론토에 입단하고 연락을 주고받긴 했지만, 뜻밖의 만남이라 더 반가웠던 거죠.

러셀 마틴은 LA 다저스와 계약이 만료됐고, 팀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류현진이 러셀 마틴이 뛰었던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입단 했고, 토론토 포수들은 마틴에게 전화를 걸어 류현진에 대해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성격, 투구 스타일 등의 조언을 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러셀 마틴은 류현진에게 이 같은 상황을 전달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기 시작했습니다. 류현진도 토론토 블루제이스라는 팀 분위기가 궁금했습니다. 워낙 반가운 만남이었기에 둘의 이야기는 막힘이 없었습니다. 가볍게 인사하고 헤어지지 않고, 쌀국수 집 앞에 서서 1~2시간 정도를 이야기 나눴다고 전했습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두 번째 완봉승을 거둔 2019년 5월 8일(한국 시각), 배터리를 이룬 러셀 마틴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 러셀 마틴의 고마운 배려, 제안

그런데 3월 20일경. 류현진 부부는 러셀 마틴과 그의 아내 엘리자베스에게 또 연락을 받았습니다. 스프링캠프가 중단되고, 미국 내에서도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자, 러셀 마틴과 그의 아내는 류현진 부부가 걱정이 됐던 것입니다. 지난해 11월 초 둘째 출산을 했던 러셀 마틴의 아내는 누구보다 출산을 앞둔 배지현 씨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뜻밖의 제안. 마틴과 그의 아내는 류현진 부부에게 자신의 플로리다 집으로 들어가서 생활하라는 제안을 했습니다. 출산을 앞둔 배지현 씨를 생각한 마틴 부부의 세심한 배려였습니다.

류현진 부부는 “정말 고마운 제안이었지만, 망설였던 게 사실이다. 신세를 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라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마틴 부부는 진심으로 걱정해 줬고, “마트도 쉽게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임산부가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곳에 있어야 한다”라며 적극 제안했습니다.

지난 11월에 둘째 딸을 출산한 엘리자베스는 배지현 씨에게 "2세가 딸이라서 더 잘 됐다. 우리 둘째도 딸이기 때문에 출산에 필요한 아기 용품을 그대로 사용해도 불편함이 없을 거다"라며 배려했습니다. 

마틴 부부는 출산에 필요한 아기 용품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숙소는 위험할 수 있다는 말로 류현진 부부에게 제안을 했습니다. 세심하고 정말 고마운 배려였습니다. 

류현진 부부는 고마운 마음으로 마틴 부부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지난 4월 1일 마틴의 플로리다 집으로 안전하게 이사를 했습니다. (현재 마틴 부부는 플로리다가 아닌 캐나다에 머물고 있습니다.)

사실, 류현진은 한국으로 돌아가거나 LA로 이동하는 두 가지 방안을 두고 고심했습니다. 무엇보다 5월에 출산 예정인 아내에게 가장 좋은 방법을 찾고 있었습니다. 출산하기 가장 좋은 환경은 한국이지만, 만삭의 임산부에게 장시간 비행은 쉽지 않았습니다. 최소 1회 이상 경유를 해야하고, 비행시간도 최소 17시간.

게다가 구단에서도 한국행을 적극 만류했습니다. 국경 폐쇄와 여행 제한으로 다시 미국에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세인트루이스 김광현이 한국행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류현진이 플랜 B로 생각했던 LA 행도 무산됐습니다. 개인 훈련지로 생각했던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LA 훈련장도 폐쇄 조치가 내려졌고, LA를 포함한 캘리포니아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지역으로 분류됐기 때문. 

이런 저런 이유로 막막한 상황에서 마틴 부부의 제안, 배려는 정말 고마웠고, 류현진 부부는 감사한 마음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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