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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예의 MLB현장] 류현진의 솔직 토크, "메이저리그에서 살아 남는다는 건"

조미예 입력 2020.04.06. 12:13 수정 2020.04.06.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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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솔직 토크 1) “욕심이 화를 불렀다.”

류현진에게 있어 2019 시즌은 결코 잊지 못할 시즌입니다. 메이저리그에서 ERA 전체 1위, 올스타게임 선발 투수, 사이영상 후보 2위. 크고 작은 많은 일이 있었지만, 기록만 놓고 보면 최고의 한 해였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보다 더 대단한 기록을 세울 수도 있었던 한 해였는데, 위기의 8월이 있었습니다. 최고의 한 해에서 최악의 달이 포함됐던 거죠.

8월이 오기 전까지는 1점대 ERA를 유지하다가 8월 18일(이하 한국 시각) 애틀란타전을 시작으로 4경기 연달아 부진하면서 평균자책점이 2점대로 상승했습니다. 그동안 류현진은 “정확한 원인을 모르겠다. 체력적인 부분은 분명 아니다.”라고 말해왔습니다. 구단에서도 원인을 찾기 위해 세심하게 비디오 분석을 했고, “릴리스포인트가 미세하게 차이가 나는 것 같다”라고 전했지만, 이 또한 정확한 원인은 아니었습니다.

류현진 본인도 지난해 8월은 정말 믿기지 않는 경기들의 연속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제 와 생각해보니 욕심이 화를 불렀던 것 같다”라며 부진의 늪에 빠졌었던 당시를 돌아봤습니다. 

Q) 작년에 ERA 1위를 달리고 있을 때도 기록에 신경 쓰지 않고 한 경기 한경기 집중하겠다는 말을 많이 했다. 시간이 흐른 지금, 되돌아보면 참 대단한 기록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

“8월 이전까지는 대단한 기록이었죠. 시즌 시작하고 평균자책점이 계속 좋았고, 1점대까지 떨어졌는데, 그때부터는 욕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평균자책점을 올리고 싶지 않은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Q) ERA 의식을 많이 했던 건가?

“경기할 때마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ERA는 올리지 말자. 이런 생각을 갖고 경기에 임했었는데, 이 생각이 독이 됐고, 욕심이 화를 부른 거죠.”

Q) ERA를 의식했다는 게 의외다. 그 욕심이 나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였나?

“애틀랜타전(8월 18일)으로 기억합니다. 3회 1, 3루에서 타석에 오른 알비스를 땅볼 병살타로 유도하려고 했던 게 화근이었어요. 플라이를 맞고 1점을 주더라도 평소대로 던졌어야 했는데, 평균자책점을 의식하다 보니 점수를 절대 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한 거예요. 그때부터 악몽의 시간이 시작된 거죠. 4경기 만에 평균자책점 ‘1’이 올라갈 거라는 생각을 누가 했겠어요. 이건 정말 지금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수치에요. 4경기에 ERA 1이 올라간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Q) 이야기한 대로 4경기만에 ERA 1점이 올라간다는 건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 시기를 어떻게 극복한 건가?

“4경기 연달아 완전 망했죠. (웃음) 그때부터는 내려놨어요. 이전까지는 1점대 평균자책점을 지키려고 욕심을 냈었고, 더 이상 더 올라가면 안 된다는 중압감이 있었는데, 내려놓으니까 다시 돌아오더라고요. 선발 투수가 할 것만 하자는 생각을 하면서 경기에 임했어요. 6이닝 2~3실점만 해도 된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랐는데, 그때부터 다시 좋아지더라고요.”

Q) 성적이 적당히 좋은 게 아니라 압도적으로 좋았기 때문에 의식할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다시 한번 깨달았죠. 공 하나하나에 집중해서 내가 할 일만 하자라고.”

류현진의 솔직 토크 2) “메이저리그는 재미있는 곳이 아니다.”

어느덧 메이저리그 8년 차 류현진. 부상과 재활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메이저리그 경력을 놓고 보면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이뤘습니다. 데뷔 첫해에도 ERA 3.00이라는 기대 이상의 기록을 남겼고, 완봉승 2차례, 포스트시즌 1선발, ERA 메이저리그 전체 1위, 사이영상 2위, 올스타게임 선발 등판.

세계 최고의 선수들만 모였다는 메이저리그에서 ERA 전체 1위와 올스타게임 선발 등판까지 한 류현진에게 “메이저리그는 재미있는 곳인가?”라고 물으니 “그렇지 않다”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Q) 메이저리그에서 많은 것들을 이뤄 재미를 많이 느꼈을 것 같은데?

“재미있는 곳은 아니죠. (웃음) 메이저리그는 정말 어려운 곳이에요. 모든 게 어렵죠. 세계에서 가장 잘 하는 사람들만 모인 곳에서 살아남는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분야를 막론하고 어려운 일이에요.”

Q) 구종을 추가하고 계속 발전하기 위해 노력했던 건 메이저리그가 만만한 무대가 아니었기 때문인가?

“그렇죠. 제가 구종을 추가했던 이유도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었죠. 계속 발전시켜야 하는 곳이 메이저리그입니다.”

Q) 굉장히 치열한 곳이라는 느낌이 드는데?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는 느낌은 아닌데, 내가 여기에서 야구를 계속하기 위해선 나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되죠. 저도 그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에 구종을 추가하고, 발전적인 투구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아요.”

Q) 본인의 투구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노력했던 부분을 설명해 줄 수 있나?

“평소에 다른 선수들의 영상을 정말 많이 봐요. 영상을 보면서 구종을 연구하죠. 카이클과 사바시아가 저와 비슷한 스피드를 가진 대표적인 선수들인데, 이 선수들의 영상을 보면서 많이 연구했어요. 둘 다 커터를 던졌고, 체인지업을 던졌어요. 그래서 나도 이 둘의 영상을 보면서 커터와 투심을 연습했던 거예요.”

Q)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구종 습득에 있어서는 류현진이 정말 천재성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영상만 보고 가능한가?

“영상을 보는 건 참고용이죠. 아무리 영상을 보고 연습을 똑같이 하려고 해도 내 손에 맞게 조금씩 변형이 됩니다. 바로 옆에서 가르쳐 준다고 해도 똑같이 던질 수는 없어요. 사람마다 손가락 길이도 다르고, 손의 크기도 다르기 때문에 같은 그립을 잡아도 다르게 잡히는 거죠. 영상으로 배우느냐 직접 옆에서 배우느냐는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아요.”

류현진의 솔직 토크 3) “커쇼의 커브는 달랐다.”

류현진은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다른 선수들의 영상을 많이 보며 연구를 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렇다면 다저스에서 7년을 함께 생활한 커쇼의 공을 보고 연구하거나 시도해보지는 않았을까. 류현진에게 직접 물었습니다.

Q) 그렇다면 바로 옆에서 볼 수 있었던 커쇼의 구종을 본격적으로 배우거나 연습하지는 않았나?

“커쇼가 2013년도 개막전에서 완봉을 했었어요. 그때 커쇼의 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분석하고 연구하게 되더라고요. 타자들이 커쇼의 커브와 슬라이더를 아예 못 치는데, 왜 뭐가 달라서 못 칠까라는 생각을 했죠. 나도 커브를 던졌었는데, 뭐가 다를까라는 생각으로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Q) 연구해보니 왜 못 친다는 결과가 나왔나?

“일단 각도 차이가 굉장했습니다. 아시겠지만, 제가 커쇼하고 캐치볼을 많이 했습니다. 캐치볼 할 때 확실히 알 수 있거든요. 스피드는 제가 던지는 커브와 비슷한데, 스핀이 확실히 좋아요. 회전수가 많으니 떨어질 때 뚝 떨어지는 효과가 있더라고요. 스피드가 중요한 게 아니라 회전수와 떨어지는 각도가 중요하다는 걸 알았고, 그 부분에서 커쇼가 던지는 커브가 확실히 좋다는 걸 알게 된 거죠.”

Q) 각도와 회전수가 다르다는 걸 알았을 때, 커쇼처럼 던지기 위해 시도를 해봤나?

“그렇진 않아요. 어디까지나 참고일 뿐이에요. 사람은 똑같은 체형 조건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똑같이 할 수는 없어요.”

Q) 회전수랑 구속은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닌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맞는 말 같아요. 많이 하고 던져본다고 해서 업그레이드되는 부분은 아닌 것 같고, 재능이 있는 선수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류현진의 솔직 토크 4) “포수와 투수의 궁합은 존재한다.”

투수가 많은 질문을 받는 내용이 바로 포수와의 궁합입니다. 지난 시즌 류현진은 러셀 마틴과 호흡을 맞춘 20경기에서 ERA 1.52라는 빼어난 기록을 보였고, 나머지 포수와 호흡을 맞춘 9경기에서 4.33을 기록했습니다.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기록이라 많은 전문가와 야구팬들은 러셀 마틴이 류현진 전담 포수가 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투수 입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류현진은 궁합이 맞는 포수가 있긴 하지만, 기록과 연결되는 건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Q) 투수 입장에서 봤을 때 궁합이 맞는 포수가 있나?

“있어요. 있는 것 같아요.”

Q) 어떤 면에서 그렇게 생각하는가?

“나도 모르게 심리적으로 편한 느낌을 받는 포수가 있어요.”

Q) 러셀 마틴과의 관계가 그랬던 건가?

“네, 심리적으로 편한 포수가 바로 러셀 마틴이었죠.”

Q) 그렇다면 작년에 스미스와 잘 맞지 않는다고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많이 지적했었는데? 같은 맥락인가?

“그것과는 다릅니다. 이건 정말 말하고 싶은데, 내가 못 던진 거예요. 궁합이 맞는 포수가 있다고 한 건, 마운드에 올랐을 때 심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는 포수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편안함을 느낀다고 해서 제구가 잘 되고, 투구가 잘 된다고 말할 수는 없는 거죠. 포수 사인으로 100% 던지는 것도 아니고, 베테랑 투수들은 결국 본인이 던지고 싶은 공을 던지게 되는데, 포수 탓은 말도 안 되죠. 제구가 안되고 투구가 안되는 건 투수 탓입니다.”

Q) 포수의 플레이밍은 어떤가? 투수에게 영향을 미치나?

“당연히 영향을 미치죠.”

Q) 배터리를 이뤘던 포수 중에 플레이밍이 좋았던 포수는 누가 있었나?

“반스가 좋았어요. 반스가 꽤 좋았고, 그랜달은 워낙 유명하고요.”

Q) 플레이밍 좋은 포수와 배터리를 이룰 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는 건가?

“그건 아니에요. 그냥 뭔지 모르겠는데, 심리적으로 편한 포수가 있어요. 플레이밍을 잘해서 포수를 믿고 가는 것보단, 그냥 마틴이 포수석에 앉아 있으면 공 받는 자세부터 편안함이 느껴져요. 심리적인 부분에서 굉장히 플러스가 되는 거죠.”

Q) 토론토에선 잰슨과 맥과이어와 함께 배터리를 이뤘었는데, 어떤가?

“플레이밍은 확실히 잰슨이 좋더라고요. 하지만 편안함을 느끼는 포수는 진짜 시합을 해봐야 알 것 같아요. 그런데 개막전은 언제쯤 열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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