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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비리포트] '가성비 야구' 키움, '35만 달러' 모터는 성공할까?

조회수 2020. 2. 11. 22: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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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KBO리그 외국인선수 리포트] ⑨ 키움 히어로즈 타자 테일러 모터

멀티 플레이어 모터, KBO판 벤 조브리스트로 활약?

키움의 새 외국인 타자 테일러 모터 (사진: OSEN)

2019시즌 키움 타선의 중심에는 홈런왕(33홈런) 박병호가 있었다. 하지만 그의 곁에서 타점왕(113타점) 샌즈가 박병호 못지 않은 파괴력을 보였기에 리그 정상권을 다툴 수 있었다.

상대를 압도하는 키움의 공격력은 이정후-박병호-샌즈로 이어지는 숨막히는 클린업 트리오의 엄청난 파괴력 덕분이었다. 마이너리그 통산 장타율이 5할에 육박하는 샌즈는 기대대로 파괴력을 과시했고 주전 우익수로 수비 활약도 해주면서 팀의 2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리그 정상급 성적에 성실성에서도 좋은 평판을 받으며 시즌 중에도 해외 리그 이적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고 히어로즈와의 인연은 결국 2년으로 끝났다. (시즌 후 한신 타이거즈 이적)

샌즈의 이탈은 단순히 타선에서의 결정력 뿐이 아니라 수비-주루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인 무결점 야수의 공백을 채워야하는 부담스러운 과제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쉽지 않은 과제에 직면했지만, 히어로즈 구단은 빠른 결단을 내렸다. 샌즈와의 결별 소문이 돌기 시작한 12월 초 넥센은 새로운 외국인 계약 협상에 들어갔고, 영입절차를 마무리지었다.

애초 다른 선수가 플랜A였지만, 협상이 여의치 않자 곧바로 흙속의 진주로 판단한 카드로 선회해 35만 달러라는 파격적인 계약을 성사시켰다. 그 주인공은 바로 장발의 금발머리가 인상적인 유틸리티 플레이어 테일러 모터였다.

# HISTORY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플로리다 출신인 모터는 코스탈 캐롤라이나 대학 시절 3할 타율을 넘기며 정확성은 보였지만, 대학 리그 3년 통산 홈런 18개에서 알 수 있듯 파워가 강점인 타자는 아니었다.

대학에서 세 시즌을 보낸 모터는 블레이크 스넬과 제이크 파리아 등을 뽑았던 2011시즌 드래프트에서 당시 프리드먼 단장이 이끌던 탬파베이에 17라운드 지명을 받고 이들과 함께 프로무대로 향했다. 하지만 낮은 순번 지명에다가 대학도 중간에 나왔던터라 루키리그부터 커리어를 시작하게 됐다.

루키리그에 입성한 모터는 첫 두 달 간 루키리그에서 .323 .436 .481 4홈런 23타점이라는 훌륭한 성적을 기록하며 마지막에는 싱글A까지 입성하는 좋은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직후 이어진 시즌에서는 .244 .357 .363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가능성을 인정받아 다음 시즌 상위싱글A에서 활약한 모터는 타율 0.294로 컨택 능력을 입증하며 2년차 징크스는 완전히 털어내는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이 시기부터 다양한 포지션을 맡기 시작하며 일찌감치 유틸리티의 길로 접어들었다.

1년마다 레벨을 올려온 모터는 세 번째 시즌이던 2014년 더블A로 배정을 받았고, 여기서도 .274 .326 .436이라는 괜찮은 비율스탯과 16개의 홈런을 터트리면서 눈도장을 쌓았다. 15개 도루를 기록한 것도 덤이었다.

여세를 몰아 2015시즌 트리플A로 승격한 모터는 여기서도 .292 .366 .471 14홈런 72타점 26도루로 업그레이드된 활약을 보이며 빅리그에 도전할 준비가 끝났음을 알렸다. 이해 실제 콜업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OPS 히터로 처음 0.8 이상의 OPS를 기록한 의미있는 시즌이었다.

그리고 2016시즌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는 감격을 누렸다. 하지만 전반적인 성적은 실망스러웠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간간히 출전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트리플A 성적이 .229 .297 .389로 크게 떨어지면서 삐걱이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탬파베이는 그를 시애틀로 트레이드하면서 유망주를 받는 것으로 인연을 정리했다.

시애틀에서 모터는 메이저리그 92경기에 출장했지만 타격에서는 전혀 위협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유격수를 비롯해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것으로 플레잉타임은 얻었지만 메이저리거로 롱런할 가능성은 키우지 못했다.

그 다음 시즌이었던 2018시즌에는 트리플A에서마저 1할대 타율로 허덕였고 메이저리그 무대에서의 생존 희망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말았다. 이 시기 겨울리그 참여 도중 얼굴에 공을 맞으면서 자신의 타격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점이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2019시즌을 앞두고는 더블A에서 시즌을 시작했는데, 수모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고 결국 독립리그까지 밀려났다. 독립리그에서 .282 .396 .496이라는 성적을 내고 다시 더블A로 들어왔지만 여전히 그의 타격은 장점은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독립리그 활약을 통해 부상과 이에 따른 트라우마를 극복한 점이 입증됐고 모터를 눈여겨 봐왔던 키움 스카우트가 윈터리그 때 직접 경기에 참관해 모터의 실전 스윙을 확인하고 합격점을 내렸다. 최근 2년간 부진으로 하락세를 보이던 모터는 2020년 KBO리그에서 새 전환점을 맞게 됐다.


# 플레이스타일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전반적인 느낌은 삼성이 새로 영입한 외국인 살라디노와 유사하다. 과거처럼 자신의 가치를 파워로 입증하려는 거포 유형은 아니며, 그 대신 평균을 웃도는 정확성에 전반적으로 야수들에게 요구하는 여러 능력치를 일정 수준 이상 갖춘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삼성의 살라디노 활용 계획과 비슷하게 키움 또한 주전 3루수 공백을 감안해 모터를 후보군에 포함시켰고 최종 계약에 이르렀다.

[관련 칼럼] 러프 떠난 삼성, '멀티맨' 살라디노가 살릴까? (클릭)

타격스타일 또한 살라디노와 여러모로 흡사한데, 모터 또한 장타력이 강점인 선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선구안 능력을 갖춘 타자로 통산 타석당 볼넷비율이 10%를 상회한다. 삼진도 좀처럼 당하지 않는다는 점 역시 닮아있다.

다만 더블A 때의 부진을 제외하면 한 시즌 타율 .270 이상을 언제든 기대할 수 있던 살라디노와 달리 모터는 타율에서는 큰 장점이 없다. 이외에 볼넷 비율도 다소 뒤처졌기 때문에, 마이너리그에서의 타격만 비교하자면 살라디노의 하위호환격이라고 볼 수 있다.

▲ 모터-살라디노 타격 비교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준수한 도루 능력 또한 강점으로 꼽을 수 있겠으나 실패가 적지 않은 것이 흠이다. 2012시즌 싱글A에서 24도루/12실패의 성적을 기록하는 등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 정도로 도루 감각이 좋지 않은 시즌들이 몇 차례 있었다.

특히 최근 마이너 세 시즌으로 좁히면 17도루를 기록할 동안 11개의 실패를 기록했었던 바 있다. 여기에 메이저리그에서도 도루 능력에 비해 주루 수치가 좋지 못해(통산 BsR -0.2) 대도 이미지가 희석되는 모습이 있었다. 그렇지만 좋을 때는 80%를 상회하는 도루성공률까지도 기대할 수 있는 선수다.

▲ 모터-살라디노 수비 이닝 수 비교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수비력은 여러 포지션을 소화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좋은 수준이다. 벤 조브리스트라는 걸출한 유틸리티 선수를 키워 배출한 템파베이에 의해 마이너리그 초반부터 여러 포지션을 돌며 실전 경험을 쌓은 모터인데, 탬파베이는 내심 유틸리티 뎁스에 그를 포함시킬 수 있을만큼 성장해주길 바랐을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에서도 그리 긴 기간 활약하지 않았음에도 출전 포지션별로 최소 70이닝 이상을 출장하는 등 유틸리티 역할을 수행해왔다. 들쭉날쭉한 리그 이동과 더불어 여러 포지션까지 오갔음에도 DRS(Defensive Run Save)나 UZR(Ultimate Zone Rating) 같은 수비 지표에서 모두 평균 수준을 유지한 면은 인상적이다.

영입 후 키움 구단 측에서도 강조를 할 정도로 수비력에서 경쟁력을 갖췄고 유틸리티로 성장을 기대받았던 선수였다. 하지만 타격에서 벽에 부딪힌듯한 모습을 보인 탓에 템파베이도 빠르게 포기했고 최종적으로도 생존에 실패했다. 수비나 주루 등 다른 툴 역시 나쁘진 않지만 어딘가 어중간한 느낌도 함께 주는 선수였다고 볼 수 있다.


# KBO 외국인과의 비교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삼성 러프-살라디노의 차이처럼 전임자인 샌즈와 모터의 스타일은 대조적이다.

마이너리그 통산 장타율이 5할을 넘으며 1루와 코너 외야수를 볼 수 있는 샌즈인 반면, 모터는 움직임을 더 요하는 내야의 다른 포지션과 외야 겸업까지 가능한 전천후 활용도를 가진 야수다.

타격에서도 스윙은 다소 크긴 하지만 갭파워 히터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의 파워만 보유해 클린업 트리오로 활용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다양한 상황에서 타선 짜임새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활약한 외국인 타자들 중에서는 두산 페르난데스와 비교해볼 수 있다. 둘 모두 홈런포를 앞세우는 유형은 아니지만 삼진을 잘 당하지 않아 투수들에게 어려움을 주는 타자들이다. 모터가 선구안을 바탕으로 투수들과의 승부를 길게 가지고 가는 반면 페르난데스는 카운트가 오래 가기 전에 빠른 승부를 즐기고 볼도 자신 있게 안타로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수비-주루 측면에서는 활용도가 훨씬 넓어 모터에게 비교우위가 있다. 모터의 타격이 KBO 투수들을 공략할 수 있다면 가성비 최강의 선수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본인에게 견제나 부담감이 집중될 우려도 없다보니 선수 본인이 마주할 환경도 좀 더 나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터의 미래에 대한 시나리오 중 팀 고위 관계자가 직접 언급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는 과거 히어로즈에서 뛰었던 로티노였다.

로티노의 경우 .306 .389 .417이라는 비율스탯을 기록하며 나름 활약을 하긴 했지만 부상도 길었고 외국인 선수로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모터의 타격 능력이 로티노에 비해 우위에 있다 볼 순 없지만, 더 젊은 나이(32세)에 진출하고 수비에서 가지는 가치가 더 크다. 꾸준히 뛰면서 2할 7-8푼의 타율에 15개 전후의 홈런만 터뜨린다면, 다른 장점들을 감안했을 때 과거 로티노를 넘어서는 활약을 해낸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 관전포인트

▲ 모터의 타격 히트맵

출처: Baseball Savant

키움은 3루수로 활용가능한 내야수 모터를 영입했다. 약점을 메우기 위한 영입이지만 지난해 모터가 더블A 레벨에서마저 고전한 점이 가장 우려된다.

후보풀이 넓은 코너 외야를 놔두고 쓸만한 선수가 적은 3루수 중 선수를 선택했다는 것도 성공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혹여 실패할 경우 따르게 될 비판과 지출은 차치하더라도 기존 선수 운용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위험 부담에도 모터를 영입한 것은 그만큼 키움 측의 자신감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결국 선수 본인이 자신에 대한 우려를 실력으로 불식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눈야구가 가능한 타자라 KBO 특유의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적응여부가 더욱 중요하다. 공을 차분히 지켜보고 자신의 타격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존을 빠르게 확립한 필요가 있다.

타격에서 장점이 뚜렷하지 않은 모터가 낯선 스트라이크 존에 혼란까지 겪는다면 고전이 예상되는만큼 스프링캠프를 통해 이 부분에 대해 확실히 준비해야 한다.

홈 구장인 고척돔의 환경은 모터의 타격에 잘 어울릴 것으로 보인다.

마이너리그 9시즌 동안 총 81개의 홈런으로 파워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모터는 스피드를 무기로 삼을 수 있는 타자인데, 고척돔은 홈런은 많이 나오지 않는 대신 2-3루타를 많이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척돔 홈런팩터는 첫해 940이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은 8-900대가 나올 정도로, 리그에서 최하위권을 다퉜다. 반면 2루타와 3루타는 꾸준히 기준인 1000 이상을 기록했고 무엇보다 3루타는 한시즌 1200 이상도 기대할 정도로 잘 나오는 구장이다.

올시즌 홈구장의 이점을 안고 누상을 누비며 상대를 압박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 모터의 타구 발사각도

출처: Baseball Savant

하지만 수비에서는 반대다. 수비력에 주안점을 둔 영입이라 알 수 있듯, 고척돔 내야수들에게 가는 수비부담은 상당하다. 유일한 인조잔디구장을 홈으로 쓰게 됐는데, 천연잔디와 확연히 다른 인조잔디 홈구장의 땅볼 타구에 적응하는 것도 시즌 초 숙제로 주어질 것이다.

탬파베이 시절 트로피카나 필드를 누비며 인조잔디에 대한 경험을 쌓은건 다행스런 점이지만, 이미 그로부터 4년의 세월이 지났다. 거기에 과거와는 다른 인조 잔디 돔구장에서 외야수로도 활용될 수 있는만큼 천장 로컬룰 등도 새로 숙지해야 한다. 적응이 필요한 부분이 많은데 유틸리티로 활용할 경우 비슷한 역할이 기대되는 살라디노보다도 수비부담이 더 가중될 우려가 있다. 이 부분을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타점왕에 오른 샌즈가 NPB로 떠나자 키움은 고심 끝에 자원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우익수 대신 고민이던 3루를 보강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다. (후보군이던 외야수는 애리조나 트리플A 소속 패트릭 키블레한)

기존 타자들의 화력을 믿고 내야수비 고민을 덜어낸다는 복안 하에 메이저리그에서도 수비력을 검증받은 모터를 영입했다.

모기업이 없는 구단 특성 상 가성비를 철저하게 따지는 키움은 현재 팀 상황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을 최소의 비용으로 채우며 올 시즌 우승 도전을 위한 큰 그림을 완성했다.  총액 35만 달러로 올시즌 외국인 선수 최저 연봉인 모터가 구단의 의도를 최대한 구현하며  가성비를 극대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록 출처 및 참고 : 위키피디아, 베이스볼 아메리카, 베이스볼 레퍼런스,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 팬그래프, 브룩스 베이스볼, thebaseballcube.com, Baseball Savant, KBReport.com,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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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정강민 칼럼니스트 / 감수 및 편집: 민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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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야구이야기 케이비리포트(KB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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