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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훈기의 스페셜야구]코로나19와 마이너리거 돕기

민훈기 입력 2020.03.31. 10:34 수정 2020.03.3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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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여명 마이너리그 선수들 봉급 끊길 위기에 몰려 도움의 손길 나서기 시작

지난 칼럼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리그 개막이 연기된 미국프로야구 MLB 사무국과 구단, 그리고 선수노조(MLBPA)간의 대책과 합의 사항 등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그런데 1200명의 메이저리거들이 받는 대우에 비해 비교조차 할 수 없이 힘든 상황에 몰린 7000여명의 마이너리거들에 대한 대책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대책이라는 것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이너리그에는 선수 노조가 없고, MLBPA는 메이저리그 선수들만 대표합니다.

MLB 시범 경기가 중단되고, 마이너리그 스프링 캠프 역시 중단된 3월 중순 MLB는 마이너리그 선수들에게 주 400 달러를 4월8일까지(예정됐던 마이너리그 스프링캠프 종료일) 지급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의 대책은 전혀 나온 것이 없습니다.


마이너리그 선수들 돕기에 나선 MLB 부인들이 만든 'Our Baseball Life'  @ourbaseballlife.com


2020년 MLB 연봉 킹은 LA 에인절스의 마이크 트라웃입니다.

3766만6666 달러로 31일 환율을 적용하면 우리 돈으로 460억 원이 조금 넘습니다. 올해 3000만 달러(약 367억 원) 이상 연봉이 책정된 선수가 11명, 2000만 달러(약 245억 원) 이상을 받는 선수가 47명이나 됩니다. 작년 MLB 선수의 평균 연봉은 436만 달러(약 53억 원)였습니다.


일반인들이 주로 접하는 이런 천문학적인 숫자에 묻혀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실상은 사실 잘 알려지지 않습니다.

MLB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싱글A 선수들은 리그 등급에 따라 월 평균 1300 달러에서 1600 달러(약 160만~195만 원)를 받았습니다.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간 열리는 시즌 동안에만 봉급을 받습니다. 더블A가 되면 월평균 6000 달러(약 730만 원)를 받고, 트리플A가 되면 월 1만 달러(약 1200만 원) 정도를 받습니다. 그렇지만 트리플A 최저 주급은 현재 502달러(약 60만 원)입니다. 상위 레벨 마이너리그 역시 시즌이 진행되는 동안, 그러니까 1년에 6개월 정도 봉급을 받습니다.

평균 연봉이 50억 원이 넘는 MLB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미국인 최저 연봉 수준에도 못 미치는 대우를 받습니다. 그래서 올 시즌을 앞두고 한 변호 단체가 마이너리거들을 대변해 임금 인상을 요구했고, 2021시즌부터는 임금 인상이 결정되기도 했습니다.(등급에 따라 38%~72%가 인상될 예정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수많은 마이너리거들의 생계가 당장 막막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4월8일 이후 어쩌면 그들은 단 한 푼도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시즌이 언제 개막될지는 미지수이고, 일부에서는 이미 하위 리그나 심지어 전체적으로 마이너리그 시즌이 열리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 대책이 전혀 없는 가운데 일부에서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돕자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은 그나마 선수들에게 작은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눈길을 끄는 건 ‘Our Baseball Life’라는 선수 부인들이 만든 모임입니다.

지난 2010년 투수 겸 야수였던 릭 엔킬이 캔자스시티에서 애틀랜타로 갑자기 트레이드되자 당신 임신 중이던 부인 로리 엔킬이 선수 가족들끼리 서로 돕자는 뜻에서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당시까지는 알음알음 이메일을 주고받는 정도의 네트워크가 전부였습니다. 그 후 다른 메이저리그 코치와 마이너리그 감독 부인이 합류해 함께 운영을 하면서 선수 가족들이 전학, 의사, 학교 등 지역 사회 정보를 나누고 선수 가족사진을 게재하는 등 친분을 나누는 장이 됐습니다.

그리고 최근 어려움을 겪는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돕자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일부 메이저리그 선수와 가족들이 ‘아우어 베이스볼 라이프’에 마이너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의사를 전하면서 시작됐고, 도움이 필요한 마이너리그 선수와 가족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콜로라도 로키스 내야수 대니얼 머피의 부인 토리 머피는 로키스 마이너리그 선수 가족을 지원하기로 했을 뿐 아니라, 로키스 선수부인 모임을 통해 지원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빅리그 선수들도 시즌 수입이 불투명하지만 80억 연봉 선수와 800만 원 연봉 선수의 처지를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선수와 부인들이 직접 나서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나선 야구팬들도 있습니다.

미네소타 트윈스 팬인 마이클 리버스는 ‘Adopt a Minor Leaguer’라는 SNS 사이트를 개설했습니다. 자신도 코로나19 사태로 임시 휴직 상태지만 지난 2월 트윈스 마이너리거들이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을 듣고 그들을 돕고 싶어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던 한 트윈스 마이너리그 투수가 어려움을 토로한 SNS를 보고 캠페인을 시작했는데, 최근에는 코로나19로 격리된 양키즈 마이너 선수들을 위해 비디오 게임 등 각종 오락 기구를 지원하기 위한 모금 운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이 직접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선수들과 기부자들을 연결해주고 있습니다. 지원을 자청한 야구팬들이 매달 100달러, 150달러 정도 일정액을 연결된 선수에게 지원하기도 하고, 식료품이나 가족에게 필요한 것들을 전달하기도 합니다.


마이너리그 출신 선수 3명이 2년 전에 만든 ‘More Than Baseball’이라는 단체도 마이너리그 선수들에게 용품이나 식품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용품사와 선수들을 연결해 200달러 정도의 용품을 지원하고, 선수가 SNS를 통해 이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최근 개설해 도움을 나누고 있습니다. 용품회사나 식품회사 등에서도 이들의 취지를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런 개인적은 활동이 큰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하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7,000명이 넘는 마이너리그 선수들에게 널리 도움의 손길이 닿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선수 노조와 2020시즌 대책을 일단 마련한 MLB에서도 이제 이 문제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그리고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크리스 일리치 구단주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구단 등은 마이너리그 선수들에게 재정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더욱 많은 구단과 또 리그 차원에서도 미래의 빅리거들을 돕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기사는 minkiza.com, ESPN.com, MLB.com, Associated Press, The Athletic 기록 등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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