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구라다] 맷 감독의 동양적인(?) 끝내기 전략

조회수 2020. 6. 5.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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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구째다. 카운트 2-2. 회심의 결정구는 슬라이더다. 하지만 아차, 가운데로 몰렸다. 배트가 용서할 리 없다. 강력한 스윙이 뿜어졌다. 좌중간에 솟은 타구는 순식간에 담장을 넘었다. 노경은이 낭패한 표정이다. 또다시 1회 선두타자 홈런이다. 타자는 치자마자 전력질주다. 공이 넘어갈 무렵에 벌써 1루를 한참 지났다.

3년만에 돌아온 타이거즈 중견수의 맹활약이다. 복귀전 초구를 박살내더니, 3연전 내내 날아다닌다. 원래 전공 수비는 물론이다. 생각지도 못한 장타력까지 발군이다. 덕분에 댓글창은 아우성이다. ‘리드오프를 불렀더니, 4번타자가 올라왔네.’ ‘도대체 군대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수비하라고 불렀더니, 자꾸 홈런을 치고 그래.’ 기타 등등.

날씨가 벌써 한여름이다. 광주도 마찬가지다. 맷 감독도 혀를 내두른다. 애리조나(D백스) 여름을 몇 번이나 겪어본 사람 아닌가. 그런데도 손을 젓는다. “그래도 거긴 습하지는 않다. 여기가 더 더운 것 같다.”

그래도 이긴 사람은 다행이다. 진 쪽은 오죽하겠나. 날씨도 뜨거운데, 속마저 푹푹 찐다. 걸핏하면 스윕이다. 올해만 타이거즈전 6연패다. 작년까지 합하면 9연패로 늘어난다. 1회 김호령, 프레스턴 터커에게 맞은 2방으로 끝이다. 이후는 완전히 막혔다. 애런 브룩스의 눈부신 호투가 이어졌다. 역전은 커녕, 엇비슷한 겨루기조차 없었다. 일방적인 끌려다님이었다.

그렇게 맞은 9회다. 스코어 7-2였다. 눈여겨 볼 장면이 나타난다. 홈 팀의 연이은 투수 교체다. 무려 3명이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이례적인’ 수비까지 나왔다. 이건 무슨 의미일까. 오늘 <…구라다>가 하려는 얘기다.

5점차 9회에 3명의 투수를 올리다

여유있는 5점 차였다. 9회는 세번째 투수가 시작했다. 홍상삼이다. 3연전 첫 경기(2일)가 괜찮았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이날도 그렇게 해달라는 주문같다. 그런데 아니었다. 오윤석, 김준태에게 연타를 맞았다. 김준태 것은 자칫 2점 홈런이 될 뻔했다.

구경하던 브룩스가 놀라는 눈치다. 허리를 세우더니 눈도 커졌다. 서재응 코치가 급하게 타임을 부른다. 부랴부랴. 마운드로 가서 쉼표를 찍어준다. 다행히 다음 타자를 처리했다. 마차도는 삼진이었다. 브룩스의 표정이 한결 풀렸다.

그렇다고 비상령이 해제된 건 아니다. 부자 몸조심은 계속 이어진다. 마운드의 주인이 바뀐다. 좌타자를 상대할 좌투수가 올라왔다. 김명찬이다. 상대는 그러거나 말거나. 손아섭은 초구부터 공격적이다. 2루 땅볼로 아웃과 점수를 맞바꿨다. 스코어 7-3.

다음 전준우는 볼넷이다. 상황이 다시 바뀐다. 이제 세이브 요건이 성립된다. 그러자 또한번 투수가 교체됐다. 전상현이다. 안치홍을 잡고(유격수 플라이) 4점차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와중에 중계 화면은 몇 차례 원정 팀 벤치를 비췄다. 허문회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표정이 클로즈업됐다. 뭔가 얘기를 나누는 모습도 잡혔다. 보기에 따라서 연이은 투수 교체에 대한 반응이라고 해석될 수도 있다.

여기에도 불문율이 대입될 여지가 있다. 어느 정도 점수차에는 그냥 가는 게 보통이다. 지나친 교체에는 상대가 민감해질 지 모른다. 승부가 뻔한데, 빨리 끝내주는 게 도리라는 뜻이다. 과거 몇몇 감독들이 이로 인해 눈쟁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지난 달 30일에도 비슷한 교체가… 

지난 달 30일 경기다. 트윈스 전에서도 비슷했다. 10-3에서 시작된 9회에 3점 홈런(이성우)을 맞았다. 10-6이 됐지만 투수(김현준)는 그대로였다. 오히려 2사 후에 볼넷을 주자 그 때서야 바꿨다(홍건희).

이튿날 윌리엄스 감독은 이렇게 설명했다. “안타깝게도 김현준이 커맨드가 흔들리고 있었다. 9회에는 언제든지 4~5점이 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만들어진다. 그래서 마지막에 홍건희를 투입해야했다.”

물론 어제(4일) 상황은 조금 다르다. 세이브 요건도 변수였다. 기록을 위해 교체하는 건 관행처럼 여겨진다.

다만 음미해야 할 부분이 있다. 맷 감독의 스타일이다. 홈런 타자 출신이지만 무척 꼼꼼하다. 특히 끝내기 부분에서는 더 그렇다. 최대한 실리와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이다. 조심성도 많다. 인상적인 장면이 9회 2사 후에 나왔다.

주자가 2명 있었다. 1루와 3루였다. 이런 경우는 베이스를 오픈하는 게 보통이다. 그러니까 수비수들은 주자 신경 쓰지 않는다. 평소 위치에서 타구에 집중한다. 특히나 1루 주자는 더 그렇다. 무관심 도루가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다. 당시는 아시다시피 4점차 아닌가. 모두 들어와봐야 7-5다. 특별히 주자를 묶어둘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타이거즈는 달랐다. 1루수가 베이스 옆에 딱 붙었다. 주자의 움직임을 막는 포메이션이다. 심지어 전상현은 견제구까지 던졌다. 흔하고, 일반적인 장면은 아니다.


9회 2사후 1루수의 위치. SPOTV 중계화면

맷 감독의 5년전 트라우마(?)

5년 전 일이다. 정확하게는 2015년 9월 8일 경기다. 내셔널리그 동부지구가 따끈따근했다. 2위 워싱턴 냇츠(내셔널스)가 막판 승부처를 만났다. 선두 메츠를 홈으로 불러들인 3연전이다. 당시 둘은 4게임 차다. 판도를 뒤집을 절호의 기회였다.

3연전 두번째 날이다. 3-1로 앞서던 홈 팀은 6회 4점을 도망갔다. 7-1이 되면서 사실상 승부는 끝났다. 모두가 그렇게 여겼다. 그런데 아니었다. 곧이은 7회 초였다. 2사까지는 별 일 없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영점이 갑자기 흔들렸다. 갑자기 스트라이크가 사라진다.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주자가 나갔다. 그리고 무려 5개의 4구가 이어졌다. 중간중간, 결정적인 적시타 2개가 포함됐다.

앗 뜨거워라. 뒤늦게 투수 3명이 쏟아부었다. 하지만 한번 터진 봇물을 막을 수 없었다. 한꺼번에 6점이 털렸다. 7-7 동점. 급기야 8회에 결승점을 내주고 역전패했다.

냇츠는 여기서부터 내리 5연패했다. 선두는 탈환은 고사하고, 와일드카드도 물건너 갔다. 가장 중요한 9월 승부를 망친 것이다. 그러면서 팀도 와해됐다. 4번 타자 브라이스 하퍼와 마무리 투수 조나단 파펠본의 덕아웃 난투극까지 벌어졌다.

결국 그 해 가을 워싱턴은 유난히 쌀쌀했다. 코칭스태프 7명 전원이 직장을 잃었다. 메디컬 스태프 3명도 짐을 싸야했다. 물론 감독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1년전 올해의 감독 수상자였지만, 정상 참작의 여지는 없었다. 그가 바로 맷 윌리엄스다.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

어쩌면 야속할 지 모른다. 당하는 처지에서는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냉정한 곳이다. 한 수 늦추면 걷잡을 수 없다. 악수는 악수를 낳는다. 한번 꼬이면 돌이키기 어렵다. 단단하고, 착실한 게 낫다. (물론 정도에 따라 허용 범위는 존재한다.)

어제(4일) 경기는 의외였다. 메이저리그 출신에게서 의외로 동양의 꼼꼼함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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