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현장] 빠르게 적응 중인 김광현, '팬 서비스도 메이저리그식'
# 01. 김광현을 웃게한 옛 동료
“형~ 사인해주세요~”
라이브 BP를 소화하기 위해 필드로 이동하던 김광현이 함박웃음을 보입니다. 어디선가 “형~ 사인해주세요~”라는 말이 크게 들렸기 때문. 외국인이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말을 하니 시선은 집중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김광현에게 사인을 요청한 외국인은 다름 아닌 SK 와이번스 외국인 타자이자 김광현의 옛 동료인 제이미 로맥.
베로비치에서 훈련 중인 SK 제이미 로맥은 휴식일에 메이저리거가 된 김광현을 보기 위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캠프장을 찾은 것입니다.
김광현을 만나기 전, 이미 한국 취재진들과 이야기를 나눴던 로맥은 김광현에 대해 ‘빅게임 피처다”라며 크게 칭찬을 했습니다. 올림픽, WBC 등 국가대표로 국제 대회에 나가 활약을 했고,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선수임을 강조하면서 말이죠.
반면 김광현은 로맥에게 미안함을 전했습니다.
라이브 BP가 예정돼 있었고, 훈련하고 인터뷰까지 진행되면 같이 식사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이 상황을 로맥에게 설명했음에도 로맥은 김광현 얼굴을 보기 위해 카디널스 캠프장을 찾았습니다. 김광현은 “비록 이날은 함께 식사를 하지 못했지만, 시즌 끝난 후에라도 한국에서 만나 식사를 꼭 하고 싶다”라며 로맥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 02. 골드슈미트는 ‘KBO 출신 킬러?’
이날 김광현은 카디널스 유니폼을 입고 처음 타자를 상대했습니다. 폴 골드슈미트, 맷 카펜터, 야디에르 몰리나를 차례로 상대했고, 25개의 공을 던졌습니다.
라이브 BP를 하기 전, 김광현의 표정은 상당히 밝았습니다.
캐치볼과 불펜 피칭까지 마친 김광현은 필드로 이동해 마운드에 오를 준비를 했습니다.
막상 라이브 BP 시간이 다가오니 김광현은 긴장한 듯 보였습니다. 김광현도 “초반에 긴장한 상태로 마운드에 올랐다”라며 첫 라이브 BP 소감을 전했습니다.
이 모습을 브라이언 불펜 코치도 눈치챘는지, 마운드에 오른 김광현의 어깨를 다독이며 긴장감을 풀어줬습니다.
이날 투구는 마이크 거쉬 단장을 비롯해 존 모젤리악 사장도 김광현의 라이브 BP를 지켜봤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처음 타자를 상대하는 상황. 그에게 쏠린 시선. 부담이 될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관련해 김광현은 “처음에는 긴장한 상태로 마운드에 올라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잘 던진 것 같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아쉬움이 하나 있음을 알렸습니다. “직구 회전이 제대로 돌지 않았다.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개인적인 목표는 전부 다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것이었는데 볼을 많이 던져 아쉽다. 타자들이 많이 보려고 했고, 많이 참았던 거 같다. 앞으로 더 컨디션을 올려야 한다"라며 첫 라이브 BP를 자평했습니다.
첫 타자는 골드슈미트였는데, 힘차게 공을 뿌린 김광현은 아쉬운 표정으로 우측 담장을 바라보게 됐습니다.
홈런이 기록된 것입니다. 폴 골드슈미트는 한국 야구 팬들에게도 익숙한 이름입니다. 류현진의 천적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김광현을 상대로도 첫 타석 홈런을 기록했습니다. KBO 출신 투수에게 천적인 타자인가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곧바로 같은 카디널스 동료라는 사실에 안도를 하게 됐습니다.
김광현은 “잘 치더라. 파워가 좋았다”라며 홈런을 허용한 골드슈미트의 파워를 치켜세웠습니다.
이날 라이브 BP에서 총 25개의 공을 던진 김광현은 비록 골드슈미트에게 홈런을 허용했지만, 점점 안정적인 투구를 보여줬습니다.
카펜터는 “지금 단계에서 김광현의 투구는 좋다”라며 이날 상대한 투수 김광현의 공을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커터, 체인지업, 커브도 좋았고,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아는 선수라고 전했습니다. 취재진이 김광현의 디셉션에 대해 물어보자 “디셉션도 꽤 좋다. 투구 동작이 상당히 빠르고, 페이스도 좋고, 커맨드도 좋았다”라며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좌타자인 본인에게는 꽤 어려운 투수였음을 알렸습니다.
이제 첫 라이브 BP를 소화했을 뿐입니다. 김광현은 “이제 시작이다”라고 말하며, 적응해야 할 부분이 있음을 알렸습니다.
“공인구에 조금 적응을 못한 부분이 있다. 패스트볼도 그렇고 변화구도 회전율이 덜한 것 같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빨리 적응을 해서 한국에서 던졌던 것만큼 회전수를 높일 생각이다. 다행인 건 팔 상태는 아주 좋다.”
스프링캠프는 100%를 보여주는 시기가 아닌, 시즌을 준비하는 단계입니다. 김광현도 “지금은 보완하고 만들어가는 시기이다. 부족하다고 느낀 회전수나 공인구 적응 부분을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습니다.
# 03. ML 적응 중인 김광현, ‘메이저리그식 팬 서비스에 적응 완료’
모든 훈련을 마친 김광현은 직접 운전대를 잡고 캠프장을 빠져나옵니다. 그런데 잠시 자동차를 멈추고 시큐리티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김광현에게 이야기를 마친 진행요원은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 팬들에게 “10명”이라고 알립니다.
김광현 선수가 10명의 선수에게 사인을 해주겠다고 진행요원에게 알린 것입니다.
줄을 서 있던 팬들은 각자 준비한 용품(공, 유니폼)을 건네며, 차례로 사인을 받았습니다. 벌써 김광현의 저지를 준비해 사인을 받는 팬도 있었습니다.
이런 형태의 팬 서비스는 한꺼번에 팬들이 몰려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지 않을뿐더러, 선수도 정해진 시간에 사인을 해주고 퇴근할 수 있어 부담이 없습니다. 갑작스럽게 팬들이 모이며 가장 우려되는 게 ‘안전’인데, 그럴 염려가 전혀 발생하지 않습니다.
메이저리그도 구단마다 다른 형태의 팬 서비스를 진행하지만, 카디널스는 선수와 팬이 모두 만족할 만한 꽤 합리적인 방식으로 팬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김광현은 이 문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