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현장] 류현진이 기억하는 다저스에서의 최고의 순간

조회수 2020. 4. 6. 10: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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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적 아레나도와 인증샷 공개
벌랜더의 행동이 가장 인상에 남아
커쇼의 루틴은 세계 최고
은퇴 후엔 미국 스타일의 감독 (feat. 한화)

“조금 전에 저스틴 터너와 영상 통화를 했다. 집에서 꽤 떨어진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있다고 하더라. 뷸러가 DM으로 사진이랑 영상을 엄청 보내면서 자랑하더라. 코리안 BBQ 먹으면서 보낸 사진과 영상이다. (웃음)”

코리안 BBQ가 그리웠던 워커 뷸러는 류현진에게 연락해 같이 갔었던 한국 음식점을 물었고, 곧바로 이동해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 코리안 BBQ를 먹었습니다. 한국식 갈비 뜯는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 류현진에게 보내며 “역시 맛있다”라며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류현진도 뷸러의 이 같은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작년에 즐거웠던 시간들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저스틴 터너는 코로나19로 인해 집 근처 마트에 물건이 동이 나서 집과 멀리 떨어져 있는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다며 영상 통화로 소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심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서로에게 안부를 전한 것입니다.

이처럼 일상의 소식을 전하면서 다저스 동료들과 여전히 잘 지내고 있는 류현진입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7년을 LA 다저스에서 생활한 류현진. 그가 기억하고, 추억하는 다저스의 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Q) 다저스에서 7년을 보냈다. 최고의 순간을 꼽는다면?

“작년 1년이 내 야구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 시즌 전체가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참 많은 일이 있었는데, 금방 지나갔다.”

Q) 데뷔해였던 2013년도 정말 좋은 시즌이었을 텐데?

“맞다. 그땐 정말 재미있게 야구했었던 기억이 있다. 최고였다. 근데 아쉬운 게 있다면, ERA 2.99로 끝냈어야 했는데, 딱 3.00으로 끝낸 게 아쉽다. 2점대와 3점대는 엄청난 차이다(웃음).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Q) 야구할 때와 일상적인 생활을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작년에 동료들과 한국 식당 갔던 게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전에도 선수들과 한국 식당에 가서 식사를 몇 번 했지만, 작년 애리조나에서 갔었던 한국 식당에서의 시간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다.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Q) 동료들과 한국 식당을 자주 간 거로 아는데, 왜 유독 작년이 좋았나?

“그때는 모든 상황이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내가 팀에게 도움이 되고 있던 시점이었고, 동료들도 정말 맛있게 먹었고, 재미있게 이야기 나누며 식사를 했다. 굉장히 즐거운 시간이었다.”

Q) 뷸러, 터너, 마틴 등 꽤 많은 선수들이 참석했던 거로 기억한다.

“뷸러도 그 자리의 추억을 못 잊었는지, 얼마 전에 그 한국 식당을 물어봤다. 이름과 주소를 알려줬더니 곧바로 그 식당에 가서 식사하면서 사진 찍어서 보내더라. 동영상 찍어서 DM으로 보냈는데, DM 폭탄이었다. 억수로 많이 보내더라..(웃음)”

Q) 메이저리그 7년 동안 야구를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을 것 같은데?

“어깨 수술하고 나서 포기하고 싶었다. 포기라기보다는 야구를 더 할 수 있을까? 더 이상 야구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그런 생각이 들정도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앞이 보이지 않는 느낌이었다. 재기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그래도 해야만 했고, 하루도 쉬지 않고 훈련을 열심히 했다.”

Q) 그런 힘든 시간을 겪고 나니, 정말 빛이 보이 보이기 시작했다. 작년 올스타 게임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정말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가문의 영광이었다.”

Q) 올스타전에서 공식 인터뷰를 할 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솔직히 그때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인터뷰할 때는 그냥 인터뷰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 상황이 달라 보이거나,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Q) 의외의 답이다. 그렇다면 언제 특별한 느낌을 받았나?

“상대 선발이었던 저스틴 벌랜더가 멋있게 느껴진 순간이 있었다.”

Q) 그때가 언제였나?

“경기 시작 전에 외야에서 몸 풀고 있는데, 반대쪽에서 몸을 풀던 벌랜다가 뛰어와서 악수를 청하더라. “enjoy”라고 말하면서 악수를 청하는데, 그때 정말 “와~ 멋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느낀 특별한 순간이었다. 정규 시즌이나 포스트시즌에서는 양 팀 선발 투수가 몸을 풀다가 인사를 하는 일은 없다.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일이었다.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고,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는 내가 먼저 여유 있게 인사를 건네보고 싶다.”

Q) 그렇다면 올스타게임 마운드에 올랐을 때 느낌은 어땠나?

“한국하고는 다른 분위기라는 건 느꼈다. 한국에서 경험한 올스타 게임은 선수들과 장난 많이 쳤고, 이벤트를 즐기는 분위기였다. 허니컷 코치님이 올스타 내셔널리그 투수 코치였는데, 올스타 게임에서도 상대 타자 분석해서 알려주시더라. 그때 알았다. 아, 메이저리그 올스타게임은 노는 경기가 아니구나라는 걸. 단순히 즐기고 팬 서비스의 차원이 아니었다. (웃음)”

Q) 그럼 마운드에서 던질 때도 평소 경기와 똑같이 던졌나?

“그렇다. KBO 올스타게임 때는 100Km/h 정도로 던졌는데, 작년 메이저리그 올스타 때는 평소 던지던 대로 똑같이 던졌다. 벌랜더 던지는 거 보지 않았나? 그도 평소대로 광속구 날리더라. (웃음)”

Q) 트라웃 만났을 때 의식하지 않았나?

“아까도 말했듯 평소와 똑같이 상대 타자 분석을 하고 경기에 임했기 때문에, 안타 주지 않으려고 했을 뿐 트라웃이라서 더 신경 쓴 건 없다.”

천적 아레나도와 찍은 사진을 이제서야 공개한 류현진.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라며 농담 아닌 농담을 건넸다. 놀란 아레나도(콜로라도 로키스)는 류현진을 상대로 통산 타율 0.516(31타수 16안타), OPS 1.591을 기록 중이다.

Q) 골드슈미트, 아레나도 중 진짜 천적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아무래도 아레나도가.. (멋쩍은 웃음) 올스타 게임 때, 아레나도가 내 라커로 와서 사진을 찍자고 하더라. 승환이 형한테 보내고 싶다면서. 그래서 같이 사진을 찍었다.”

Q) 류현진 선수는 당시 인터뷰에서 아레나도를 만나면 꿀밤을 때려주겠다고 했는데?

“그냥 기분 좋게 사진만 찍었다. 하지만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웃음)”

Q) 다저스에서 생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커쇼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다저스는 커쇼의 팀이라고들 많이 하는데, 7년 동안 영향을 받았나?

“영향을 받을 게 뭐 있나?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마다 신체 조건과 재능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Q) 야구적으로 봤을 때, 구종이나 루틴, 혹은 생활적인 부분에서 말이다.

“아, 던지는 날 루틴을 잡는 부분에 있어서는 정말 세계 최고다. 커쇼를 따라올 사람이 없다.”

Q) 클레이튼 커쇼의 루틴이 어떤지 굉장히 궁금하다. 

“시간적으로는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커쇼는 정말 대단하다. 원정과 홈에서 정말 똑같은 루틴을 유지하는데, 시간이 1분도 다르지 않다. 출근해서 식사하는 시간, TV 보는 시간도 똑같다. 야구를 보다가 낮잠을 자는 시간이 있는데, 이 시간도 똑같다. 스트레칭 1시간, 미팅 1시간, 나가서 공 던지는 시간도 1시간, 야구장 와서 밥 먹는 시간까지. 던지는 날은 샌드위치를 먹는다. 내가 던지기 전날 감자탕 먹는 것처럼 커쇼는 등판 날 아침에 샌드위치 먹는 루틴이 있다. 트레이너실 오기 전에 레드불하고 물, 에너지바를 똑같이 갖다 놓고 먹는다.”

Q) 이렇게 정확하게 알고 있을 정도면 유심히 관찰을 한 것 같다.

“안 볼래야 안 볼 수가 없다. 티가 날 정도로 정확하기 때문에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나도 모르게 시간도 확인하게 되더라. 그런데 정말 1분 차이도 나지 않고 정확하다. 근데 사실 나도 엄청 많다. (웃음)”

Q) 그렇다면 류현진의 루틴을 만드는 데 영향을 미쳤나?

“세부적인 것까진 아니지만, 시간 크게 쪼개서 루틴 만드는 건 영향을 좀 미친 것 같다. 어깨 수술한 이후에 규칙적으로 훈련하다 보니 던지는 날엔 저절로 시간적으로도 루틴이 생긴 것도 있다.”

Q) 한국에서는 이런 루틴이 없었나?

“비슷하게 하긴 했는데, 정확했다고는 볼 수 없다. 그때는 출근하는 시간, 밥 먹는 시간, 스트레칭 정도만 시간이 정해진 정도였다.”

Q) 그럼 감자탕을 먹게 된 계기는 뭔가?

“미국에 왔을 때 감자탕을 먹긴 했었다. 하지만 이게 정확히 루틴, 징크스로 자리 잡은 건 작년이 정점이었다. 작년에는 원정에서도 감자탕을 먹으려고 노력했었다.”

Q) 류현진의 정확한 루틴을 알고 싶다.

“던지기 전날은 무조건 9시간을 잔다. 낮 경기일 경우에는 경기장에 5시간 전에 도착하고, 저녁 경기 일 경우에는 집에서 1시 정도에 나온다. 경기 시작하기 4시간 전에 목욕을 하는데, 이때 온탕-냉탕을 오간다. 경기 시작 3시간 30분 전이 되면 마사지와 스트레칭을 하고, 코치님과 미팅을 한다. 이때가 경기 시작 2시간 30분 전이다. 미팅을 마치고 나면 하체 스트레칭과 보충해야 할 스트레칭을 30분 정도 더 한다. 6시가 되면 웨이트 볼을 던지면서 외야로 나갈 준비를 한다.”

Q) 원정 경기 때, 배팅케이지에서 웨이트 볼 던지는 모습을 봤다. 그러고 나서 곧바로 외야로 나오지 않고 잠시 앉아서 휴식을 취하던데, 외야에 나가는 시간을 맞추기 위함이었나?

“그렇다.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그랬다. 경기 시작 50분 전에 외야로 나간다. 작년에는 외야에서 스트레칭을 하기 전, 앉아서 명상을 좀 했다. 이것도 새로 생긴 루틴인데, 이 시간까지 생각해서 경기 시작 50분 전에 외야로 나갔다.”

Q)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루틴이 무언가?

“외야에서 캐치볼 시작하는 시간이다.”

Q) 경기전 외야에서 몸을 풀고 캐치볼 할 때 긴장되나?

“전혀. 왜 긴장을 하나? (웃음)”

Q) 불펜으로 투입된 적이 있었다. 이때 선발 루틴과 달라서 긴장이 되거나 하지 않았나?

“아니다. 그때도 긴장은 전혀 하지 않았다.”

Q) 등판 마치면 가족을 향해 손을 흔드는데, 언제부터 그랬나?

“원래부터 했었다. 그런데 결혼하고 나서 이슈가 된 것 같다.”

Q) 커쇼는 다저스의 대표 선수, 뷸러는 다저스의 에이스가 될 선수라고 한다. 둘의 성향은 어떤가?

“뷸러는 애교 많고, 귀여운 막내동생 같은 느낌이다. 커쇼는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커쇼는 커쇼다. 아, 던지는 날 아니면 완전한 아빠가 된다. 기자실하고 그 옆에 있는 복도 계단에서 기어 다니면서 아이들과 놀아주는 모습을 자주 본다. 이때는 정말 아빠의 모습이다.”

Q) KBO 후배들이 메이저리그에 온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나?

“해주고 싶은 말이 없다. 여기 올 정도가 된다면 실력은 인정되는 거다. 야구적으로는 해줄 말이 없다. 나도 그 생각을 가지고 이곳에 왔다. 다만 여기 생활에 적응하는데 필요한 정보들을 알려주고 싶다.”

Q) 왜 한화로 가고 싶은가?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내가 한화에 안 있었으면 지금의 나는 없다. 한화에서 은퇴는 당연히 하는거다. 하고 싶은 게 아니라 꼭 그렇게 할 거다.”

Q) 은퇴하고 지도자 생활을 생각해봤나?

“감독하고 싶다. 미국 스타일의 감독이 되고 싶다.”

Q) 미국 스타일의 감독은 어떤 스타일인가?

“우리나라에서 선수, 코치, 감독은 수직관계다. 여기는 감독하고 선수하고 이견이 생기면 싸우기도 한다. 싸움이 좋다는 게 아니라, 서로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관계,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감독 스타일은 그렇다. 수직이 아닌 수평관계에서 있어야 하고,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말로는 아무리 소통을 한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문화는 그렇지 않다. 나는 메이저리그식 야구 감독이 되고 싶다.”

Q) 흔히들 천재성을 가진 사람들은 코치, 감독이 힘들다고 하는데, 류현진은 천재과가 아닌가?

“댓글을 많이 보는가? (웃음) 네티즌들이 그냥 농담으로 하는 말 같다.”

Q) 네티즌들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기자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천재성이 아니다. 내가 가진 노하우를 전수해 주고, 좋은 경기를 펼치기 위한 시스템과 방법 등을 이끌어 주는 역할이 감독의 역할이다. 나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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