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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예의MLB현장] 코치도, 선수도 류현진 커터에 주목!

조회수 2020. 2. 17. 08: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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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당신 자리는 거기가 아닙니다. 저 끝으로 이동하세요”

불펜 피칭을 하려고 자리를 잡은 ‘에이스’ 류현진에게 손을 뻗어 자리 이동하라고 지시하는 ‘간 큰’ 선수가 있었습니다. 지난 칼럼에도 살짝 언급했듯, 팀의 에이스 선수에겐 몇몇 권한이 주어집니다. 주차장, 락커, 불펜 피칭 자리 등 에이스 선수가 먼저 자리 잡고 나면 그 자리는 계속 고정석이 되는 것이죠.

팀 내 에이스 대우를 받고 있는 류현진은 지난번 불펜 피칭에서 좌측 맨 끝에 자리를 잡고 피칭을 했습니다. 두 번째 공식 불펜에서도 좌측 맨 끝에 자리를 잡자, 한 선수가 류현진에게 “네 자리는 거기가 아니다”라며 자리 이동을 하라고 지시합니다.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류현진이 팀 내 에이스인데 말이죠. 

류현진에게 자리 이동을 지시한 건 다름 아닌 ‘맷 슈메이커’였습니다.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자, 류현진도 한국 취재진을 보며 어이없는 웃음을 짓습니다.

맷 슈메이커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한국 취재진도 빨리 자리 이동하라며 손짓을 합니다. 그런데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한국 취재진(필자를 포함)은 정말로 자리 이동을 했습니다.

장난을 눈치챘던 류현진은 이동하는 척하다가 다시 본인의 자리로 돌아와 불펜 피칭을 준비했으나,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들고 대이동을 했던 한국 취재진은 황당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훈련할 때도 늘 류현진 옆에서 많은 대화를 시도하며 친해지려 노력하는 슈메이커는 이때다 싶어 한국 취재진과 류현진에게 모두 장난을 쳤던 것입니다. 덕분에 모두가 한바탕 웃고, 불펜 피칭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투구가 시작되자, 장난기는 싹 사라졌습니다. 이날 류현진은 투구 수를 늘리는 것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습니다. 첫 번째 공식 불펜 피칭에선 33개를 던진 반면, 20개씩 두 번에 걸쳐 던졌습니다.

류현진은 “첫 번째 파트에선 제구가 잘되지 않아 폭투가 몇 차례 나왔지만, 두 번째 20개를 던지는 동안에는 제구도 잘 되고, 각도도 괜찮았다”라고 자평했습니다.

제구가 잘되지 않는 공이 연달아 나오자 포수 잰슨은 투구를 중단하고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단지 20개씩 나눠서 던지기로 사전에 협의를 봤고, 20개 투구를 마친 뒤, 마운드에 올라 이야기를 나눴던 것입니다.

류현진과 불펜 피칭을 마친 잰슨은 “준비 자세부터 집중력, 커뮤니케이션 능력까지 좋았다. 좋은 것 밖에 할 말이 없다”라며 칭찬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류현진의 가장 큰 장점으로 커맨드를 이야기했습니다. 패스트볼, 싱커, 커터, 체인지업, 커브를 하나씩 나열하며 모든 구종의 커맨드가 좋다고 평가했습니다.

류현진은 다시 투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워커 투수 코치가 투구를 잠시 멈추게 하고, 그립을 물어봅니다. 두 번 정도 류현진의 그립을 확인했습니다. 투수 코치가 확인하고 싶었던 구종은 컷 패스트볼이었습니다.

투구하는 투수를 멈춰 세우고 그립을 보여달라는 모습도 흔한 장면은 아닙니다. 류현진은 “코치님께서 커터를 물어보셨고, 그립 잡는 법과 어떤 느낌인지를 물어봤다”라며 그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투구를 마치고 이동하는 류현진을 기다리고 있던 선수가 또 있었습니다.

류현진의 피칭을 지켜보고 있다가 그가 마운드를 내려오기를 기다렸던 쏜튼. 쏜튼은 류현진에게 그립을 알려 달라며 공을 내밀었습니다.

류현진은 직접 공을 쥐며 그립을 알려줬습니다. 쏜튼이 궁금했고, 배우고 싶었던 구종도 ‘커터’였습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한 명의 선수가 류현진에게 다가왔습니다. 보루키였습니다.

보루키도 류현진에게 그립을 전수받기를 원했고, 류현진은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이 모습은 몬토요 감독도, 워커 투수 코치도 지켜봤습니다. 젊은 선수가 많은 토론토에서 류현진 같은 에이스 투수를 영입한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류현진은 “나도 아직 배울게 많다”라고 이야기를 하면서도 “어린 선수들이 제구나 그립을 많이 물어본다. 내가 아는 선에서 잘 도와줄 생각이다”라고 답했습니다. “숨김없이 가지고 있는 100%를 다 보여주고 알려줄 것이다”라고 말이죠.

팀에서 대우받고 있는 에이스 투수 류현진. 그는 대우만 받기를 원하지 않고, 그가 할 수 있는 에이스 투수의 역할을 모두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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